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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대박’ 검사 또 나올 수 있다

‘진경준 스캔들’ 파문 확산…“검증·징계 시스템 강화해야”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6.04.14(Thu) 18:35:49 | 13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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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되지도 않은 주식에 투자해 시세차익으로 무려 30배 이상 벌어들인 사람이 있다. 그는 2005년 4억원을 투자해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산 후, 2015년 126억원에 팔았다.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얘기가 아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49·검사장)이다. 그는 동기들 가운데 주요 요직을 옮겨 다니며 인정받는 이른바 ‘에이스’ 검사에서 주식 스캔들 검사로 낙인찍혔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법무부 검찰과에서 근무 중이던 진 본부장은 넥슨 지주회사 NXC의 감사였던 박성준씨로부터 투자 제의를 받고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매입했다. 매입가격은 1주당 4만원대로 추정된다. 진 본부장의 사법연수원 2년 선배인 김상헌 네이버 대표와 이 아무개씨도 동일한 지분의 주식을 샀다. 당시 넥슨 주식은 ‘카트라이더’의 흥행으로 매물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후 진 본부장 등이 소유한 주식은 넥슨홀딩스를 거쳐 넥슨재팬 주식으로 바뀌었다. 진 본부장의 주식은 2011년 일본 도쿄거래소 상장 직전 액면분할을 통해 85만주로 불어났고, 2015년 일부 지분을 팔아 12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얻게 됐다.

진경준 검사장이 넥슨 주식 투자로 100여 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KBS뉴스 캡쳐

‘에이스’ 검사의 주식 스캔들

잘나가던 ‘에이스’ 검사의 재산 형성 과정은 공교롭게도 승진으로 인해 세상에 밝혀졌다. 지난해 2월 차관급인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재산 공개 대상자에 포함됐다. 3월25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공직자 재산 내역에 따르면, 진 본부장의 재산은 156억5609만원으로 법조계 공개 대상자 214명 가운데 가장 많았다. 1년 사이에 재산이 39억6732만원 늘어 최고 증가 기록도 동시에 세웠다.

진 본부장은 자신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논란이 일자 4월2일 법무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주식 취득이 아니다’라는 해명을 간접적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본부장의 사표 수리는 여론 역풍에 가로막혀 일단 보류됐다. 법무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선(先) 진상규명, 후(後)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를 지시함에 따라 당분간 진 본부장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본격적인 실사에 앞서 진 본부장에게 각종 의혹에 대한 소명 요구서를 발송했다.

진 본부장에 대한 의혹의 핵심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했는가’의 문제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진 본부장에 대한 법적 처벌 가능성은 낮다. 2005년 당시 넥슨은 비상장 법인이라 ‘미공개 내부 정보 이용’을 금지한 증권거래법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넥슨이 2006년 1월부터 상장 논의를 본격화했기 때문에 무리하게 이 법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났다. 이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7년이기 때문이다.

검사라는 지위를 활용했다고 판단하더라도 징계를 내리긴 어렵다. 법무부의 자체 감찰 또한 시효가 지났다. 검사징계법 25조(징계 등 사유의 시효)에 따르면, ‘사유가 있는 날부터 3년이 경과하면 징계를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해놓았다. 진 본부장이 넥슨 주식을 취득한 2005년 당시 징계시효는 2년으로 더 짧았다.

익명을 요구한 K 변호사는 “넥슨과 관련된 업무 처리를 하다가 편의를 봐주고 주식을 살 기회를 부여받았을 경우 넥슨에 편의를 봐줬다거나 대가 관계 등 직무 관련성이 입증된다면 뇌물로 볼 수 있다”며 “이 경우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뇌물죄의 공소시효 10년 또한 지났다.


‘비리 의혹’ 검사, 옷 벗으면 그만?

법조계 주변에서는 검사 옷만 벗고 사건이 덮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적 처벌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검찰이 검사장을 기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징계 또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의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非違) 처리 지침’에 따르면, 정식 재판에 회부하는 기소 결정을 받은 검찰공무원에 대해 해임 또는 파면의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 지방청에 근무 중인 한 검사는 “검사의 비위 관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사표만 받고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진 본부장이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해주면 좋겠지만 이번에도 옷만 벗고 마무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에도 이 같은 일은 반복됐다. 지난해 7월 울산지방검찰청 소속 현직 검사 2명이 필리핀에서 중소기업 대표 등으로부터 접대와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법무부는 징계 대신 사표를 수리했다. 사실 확인이 어려운 데다 경징계에 해당해 사직을 막을 근거가 없었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법무부는 금품 수수 사실이 확인된 중간 간부급 검사에 대해서는 “금품의 성격을 밝혀내기 어려워 중징계가 어렵다”며 사표를 수리했다.

대검찰청에서 근무했던 한 전직 검사는 “검사 비리와 관련해 정식 감찰에 착수하고도,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해당 검사가 사표를 제출하면 감찰을 중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검찰에서 비위 내용이 외부에 노출되기 전에 사건을 서둘러 덮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진 본부장의 주식 논란을 계기로 공직자 검증 시스템의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제도적 허점이 곳곳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진 본부장은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기 직전 금융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파견 근무했다. 이후 경제·금융 수사의 핵심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도 넥슨의 주주 지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넥슨 주식이 진 본부장의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심사는 일절 없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는 1급 이상 재산 공개 대상자에 한해서만 보유 주식의 직무 연관성 평가를 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한 검사는 “(진 검사장이) 금조부장을 할 때 주식을 들고 있었던 것은 문제다. 주식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檢 내부에서도 “검증 시스템 마련해야”

진 본부장이 주식을 보유한 상태로 검사장급에 승진한 것도 검증 시스템의 부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검사장 승진 대상자의 경우 재산 형성 과정은 물론 보유 주식의 직무 관련성도 철저히 조사해야 하지만 형식적 절차에 그쳐 승진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검사장 승진 대상자에 대해서는 재산은 물론 과거 범죄 경력, 평판 등까지 조회가 이뤄지지만 진 검사장은 이를 통과했다. 이미 검찰 내부에서도 주식 보유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진 본부장이 근무했던 금융조세조사부뿐 아니라 증권범죄합동수사단, 공정거래조세조사부 등도 증권 정보가 모이는 경제 부서 검사에 대한 별다른 규제 장치는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제2의 진경준’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무원행동강령에 준해 마련된 대검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에 ‘직무 수행 중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재산상 거래를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정도의 규정만 있을 뿐이다. 처벌 규정도 없다. 반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4급 이상 직원은 직무와 관련된 주식을 의무적으로 팔거나 백지신탁으로 돌리도록 돼 있다. 때문에 검찰 내부 경제 관련 수사 부서에서도 경제 부처 수준의 주식 관련 제어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7년마다 직무 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검사적격성제도가 검찰청법에 명시돼 있지만 제대로 운용되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이다. 제도가 도입된 2004년 이후 적격심사위원회의 퇴직 건의에 따라 퇴출된 사례는 단 1명뿐이었다.

내부 감찰에 따른 징계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은 범죄를 단죄해야 하는 법 집행의 보루”라며 “다른 공직자보다 더 엄격한 윤리의식과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이 자기 식구에게는 솜방망이만 휘두르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며 “비위 검사에 대해서는 일벌백계의 처벌을 내리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5년 6월까지 금품 수수 등 비위를 저질렀다가 적발된 검사는 228명에 달한다. 하지만 징계 처분을 받은 검사는 42명(18.4%)이었다. 이 가운데 해임·면직 등 중징계를 받은 검사는 14명에 불과했다. 그 밖에 186명의 비위 검사는 단순 경고·주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징계를 피하기 위해 사표를 던지는 행태에도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제도하에서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비위 행위를 저지른 경우 의원면직(사직)이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비위 혐의가 명백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징계 여부를 미리 판단하기는 어렵다. 대통령 훈령인 ‘비위 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 제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수사기관이나 각급 행정기관 감사 부서에서 비위와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는 공무원이 의원면직(사직)을 신청했을 때 이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비위의 정도가 파면·해임·강등 등 중징계에 해당할 경우로 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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