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 서울대 졸업하고 美 MBA 유학 다녀온 52세 男
  • 배동주 시사비즈 기자 (ju@sisabiz.com)
  • 승인 2016.04.14 18:53
  • 호수 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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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5%의 바늘구멍 통과한 3177명 30대 기업 임원 전수조사 분석

임원은 기업의 ‘별’이다. 직장인에게는 꿈이다. 임원에 오르는 순간 보수가 2~3배나 늘고, 개인 집무실과 비서가 생긴다.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 주어지고, 비닐 의자가 가죽 의자로 바뀐다. 업무 차량도 지원받는다. 신입직원이 임원에 오르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에 비유되곤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 1000명 중 단 7.4명만이 임원으로 승진한다. 중소기업 임원까지 포함한 통계다. 대기업 임원 승진 비율은 0.47%에 불과하다. 1000명 중 995명 이상은 별을 달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나야 한다.

임원이 되면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권한이 늘어난다. 성과에 대한 책임도 뒤따른다. 임원은 3~5년 내 성과가 없으면 바로 자리를 내어줘야 한다. 개별 사업단위가 시장 쟁탈전에서 거두는 성패에 따라 기업 실적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임원이 지닌 역량과 업무 집중도가 기업 실적을 좌우한다. 이에 시사저널 디지털 경제매체 ‘시사비즈’는 3월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오른 시가총액 기준 30대 기업 임원진을 전수 조사해 나이·성별·학력·출신교 등을 지표로 분석했다. 30대 기업 가운데 임원 세부 정보를 공시하지 않은 기업 9곳을 제외하고 하위 기업 9곳을 추가해 30곳을 재구성했다.

ⓒ 시사저널 포토

국내 30대 기업 임원은 총 3342명이다. 0.47%의 바늘구멍을 통과한 역전의 용사들이다. 이 중 삼성전자 임원이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 내 임원급 인사는 1091명이다. 30대 기업 임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임원이 두 번째로 많은 LG전자(305명)보다 786명이나 많다. 국내 최대 전자업체 2곳의 임원 수가 이렇듯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연구위원 수에 있다. LG전자엔 상무급 연구위원이 8명에 불과하지만, 삼성전자에는 상무급 연구위원만 193명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이외에도 전무급 연구위원과 일반 연구위원을 보유하고 있다.

ⓒ 배동주 제공


1960~64년생 41.6%로 가장 많아

전자업종이 아닌 기업 가운데 임원이 가장 많은 곳은 현대자동차로 288명이었다. 임원 수 5위에 이름을 올린 기아차(176명)와 합하면 현대·기아차 임원 수는 464명으로 LG전자 임원 수를 넘어선다. 삼성그룹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은 임원 196명을 두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제일기획 등 다수 계열사를 통합한 법인이다 보니 임원 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임원 수는 업종마다 편차가 컸다. KB금융이나 신한지주 등 금융업종 임원급 인사는 각각 10명대에 불과했다. 가장 적은 임원을 보유한 곳은 한국전력으로 7명에 그쳤다. 공기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18조(구성)에 따르면, 공기업은 이사회를 기관장 포함 15인 이내로 구성해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ICT(정보통신기술)나 자동차, 에너지 업종처럼 공학 분야 연구기술직이 많이 필요한 기업들이 임원을 많이 보유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첨단 기술이 업계 판도를 뒤바꾸는 업종에서는 우수 인력 확보가 기업 생존을 결정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내 연구 인력의 해외 유출은 연구직 퇴사자들에게 동종 업체에 1년간 취업을 금지한다는 약정이 생겨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국내 30대 기업 임원의 평균 나이는 53.6세였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94세로 최고령이었다. 최연소 임원은 프리나브 미스트리 삼성전자 미국법인 연구위원으로 35세다. 미스트리 연구위원 이외에도 30대 임원은 김준구 네이버 이사, 최연석 코웨이 이사, 임정훈 한미약품 전무이사, 구광모 LG 상무, 우람찬 LG전자 상무, 조인산 한미약품 이사, 김승언 네이버 이사 등 모두 8명이었다. 이 중 구광모 상무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로 차기 그룹 총수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임원 연령을 5년 단위로 분류하면, 가장 두터운 층은 1960~64년생으로 총 1321명(41.6%)이었다. 그중에서도 52세인 1964년생이 317명(9.9%)으로 최다였다. 회사별로는 한국전력 임원진이 평균 58.7세로 최고령이었다. 네이버 임원진은 평균 46세로 최연소였다.

국내 30대 기업의 임원 다수는 학부로 서울대 등을 졸업하고 미국 경영대학원(MBA)이나 공학대학원에서 경영학이나 공학 석사를 취득한 경우가 많았다. 금감원에 오른 공시 자료에서 학력은 최종 학력이 기준으로 올라 있다. 즉 석·박사 학위 소지자의 경우, 대학원이 등재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조사도 최종 학교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기존 학부 중심의 임원 통계와는 다소 차이가 날 수도 있다.

학교별 분류 대상 가운데 외국 유학파는 716명으로 전체의 21%를 차지했다. 유학 국가로는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536명이 미국에서 유학했다. 그다음이 일본(41명), 핀란드(40명), 영국(32명) 순이었다. 일본 유학 출신 임원 중 20명은 삼성전자 소속이다. 해외파 출신이 가장 많은 곳은 LG전자였다. 전체 임원 중 40%가 해외 대학 졸업장을 갖고 있었다. 핀란드 유학생이 유난히 많은 것이 특이하다. 특히 LG전자 임원 34명이 핀란드 헬싱키 대학에 유학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헬싱키 대학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간 협력으로 국내에서 1년 6개월간 수업을 이수하면 석사 학위가 수여되는 탓이다. 반면 현대자동차 임원 다수는 영국에서 유학했다. 신한지주 임원은 국내 대학 출신이 주를 이뤘다. 유학파 출신은 임원 15명 중 1명(6%)에 불과했다. 삼성전자(22%)·현대차그룹(12%)·삼성물산(17%)·네이버(15%) 등과 비교해도 유학파 출신 임원 비율이 낮은 편이다.

비유학파 출신 중엔 서울대 졸업자(344명)가 가장 많았다. 고려대(235명)와 연세대(223명)가 그 뒤를 이었다. 세 학교 출신자는 802명으로 전체 조사 대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었다. 이 같은 결과는 명문대 출신자의 역량이 뛰어난 측면도 있겠지만, 학벌이 임원 발탁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전체 임원의 최종 학력을 기준으로 보면, 서울대 출신이 108명으로 압도적인 삼성전자의 경우,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김상균 법무실장, 박상진 대외협력담당 등 수뇌부가 모두 서울대 출신이었다. 서울대 졸업자 비중이 39%로 가장 높은 네이버의 경우도 창립자 이해진 이사회 의장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세 학교를 제외하고는 한양대(159명)·성균관대(144명) 출신이 다수를 차지했다. 출신 대학에서도 수도권 편향 현상이 심했다. 지방 소재 대학 중에서 30대 기업 임원을 100명 넘게 배출한 곳은 경북대(115명)와 부산대(114명)뿐이었다. 다음으로 인하대(92명), 영남대(46명)가 지방대 중 상위권에 분포했다. 이 4개 대학의 공대 출신이 지방에 생산시설을 둔 전자·ICT·조선·자동차 업종 기술직 임원으로 다수 재직하고 있었다. 석·박사 학위 소지자는 1371명에 달했다. 카이스트가 단연 돋보였다.


아모레퍼시픽·한미약품 여성 임원 비율 높아

고졸(5명)이나 전문대 출신(7명)도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중 황대환 상무, 남정현 상무대우, 문국열 상무, 윤병관 상무, 김하수 전무대우, 송병인 전무위원 등 6명은 삼성전자 임원이다. 고졸 출신은 김용희 삼성물산 상무(서울북공고), 황대환 삼성전자 상무(수도전기공고), 남정현 삼성전자 상무대우(천안공고), 한준성 하나금융지주 전무(선린인터넷고), 조성진 LG전자 사장(용산공고) 등이다. 조성진 사장은 해외파가 40%에 달하는 LG전자의 유일한 고졸 출신 임원이다. 산학 우수 장학생으로 LG전자에 입사해 36년을 세탁기업계에서만 일했다.

30대 기업 임원 대다수가 남성(97%)인 가운데 유리천장을 깬 여성 임원은 113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곳은 삼성전자(44명)였지만, 전체의 4%에 불과하다. 임원 현황에 성별이 처음 표시된 2013년보다 8명 늘어났으나, 2014년의 46명보다는 소폭 줄었다. 여성 비중이 가장 큰 곳은 화장품업체인 아모레G로 10명 중 3명꼴로 여성이었다. 한미약품(26.5%), 강원랜드(20%)가 뒤를 이었다. 반면 임원 총원 기준 3위인 현대자동차는 288명 가운데 여성 임원이 단 1명에 불과했다. 기아차·SK·에쓰오일 등 12개 기업엔 여성 임원이 아예 없었다.

기술 변화가 급격해지고 경쟁 환경이 치열해지면서 임원이 갖춰야 할 요건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평균 연령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특정 대학 출신자나 유학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흐름에는 변화가 없었다. 국내 대기업 임원이 갖춘 평균 모델은 서울대나 연·고대를 졸업하고 미국 대학에서 경영학이나 공학 분야 석·박사를 취득한 50대 초반의 남성이다. 객관적 지표와 달리 정성적(定性的)인 임원 승진 요건도 있다. 장윤경 현대모비스 상무는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이들은 하나 이상의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업무 처리 능력이 탁월하거나, 리더십이 뛰어나거나, 인간관계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넓다는 점이다. 이러한 자질은 학벌·전공·나이 같은 지표와 상관없이 근속 기간 동안 개인적인 노력에 의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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