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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이 궁금해 한 주를 기다릴 수 없어요”

<태후> 열풍 이해를 위한 중국 사회문화적 코드 읽기

모종혁│중국 통신원 ㅣ . | 승인 2016.04.14(Thu) 19:06:57 | 13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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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시의 한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천시(여·37). 그는 요즘 한 한국 드라마(한드)에 푹 빠져 지낸다. 천시는 관얼다이(官二代·고위급 관료의 자녀)로 영국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오랫동안 공무원으로 일했다. 올해 초 관직을 떠나 로펌으로 옮긴 그는 지금까지 한드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천시는 “한드는 불치병, 출생의 비밀, 재벌과 신데렐라 등 소재가 너무 천편일률적이라 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며 “그에 반해 작품 완성도가 높고 주제가 다양한 미국과 영국 드라마를 즐겨 봤다”고 말했다.

이랬던 천시를 매혹시킨 한드는 <태양의 후예>(‘태후’)다. 최근 중국인들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키며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다. 천시는 “주변 친구와 동료가 모두 추천해서 봤는데 극 중 스토리가 흥미진진하며 주연과 조연의 연기가 생생하고 섬세하다”면서 “무엇보다 재난과 군대를 소재로 하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것은 처음 봤다”고 밝혔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성뉘(剩女·골드미스)인 그는 “극 중 남주인공인 송중기 같은 남자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결혼하고 싶다”며 웃었다.

4월5일 송중기와 송혜교의 기자회견이 열린 홍콩 포시즌 호텔 앞에 팬들이 운집해 있다. ⓒ 연합뉴스


송중기 팬 카페 회원 73만명 돌파

천시를 한드 광팬으로 바꾼 ‘태후’가 중국에서 누리는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는 객관적인 데이터로 증명된다. 지난 3월29일 중국판 구글인 바이두(百度)에서 드라마 검색어 1위는 ‘태후’가 차지했다. ‘태후’의 검색지수가 33만250포인트였는데, 2위인 <사랑하기에 행복하다(因爲愛情有幸福)>는 3만9697포인트에 그쳤다. 이어 4월7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리트윗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4월8일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愛奇藝)에서 방영되는 ‘태후’의 누적 조회 수는 21억회를 돌파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종영 시에는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의 누적 조회 수 34억5600만회를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태후’ 덕분에 아이치이의 유료회원 수도 급증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초 1000만명이었던 유료회원은 현재 1500만명을 돌파했다. 아이치이는 ‘태후’를 한국과 같은 시간에 방영하고 있다. 유료회원만이 실시간으로 ‘태후’를 볼 수 있다. 현재 아이치이의 유료회원권은 1개월 19.8위안(약 3560원), 3개월 58위안(1만440원)이다.

오랫동안 중국은 콘텐츠 저작물의 블랙홀이었다. 중국인들은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에는 해적판 VCD와 DVD로 외국 영화와 드라마를 싼 가격에 구했다. 광대역 인터넷이 설치되면서부터는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공짜로 즐겼다. 지금도 한 주만 기다리면 ‘태후’를 무료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수백만 명의 중국인은 실시간으로 보기 위해 지갑을 아낌없이 열고 있다. 충칭(重慶)시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는 장이(여·32)도 그중 한 명이다. 장이는 “‘태후’를 보기 위해 아이치이에 가입하고 유료회원권도 샀다”며 “매주 수·목요일마다 방송되는 새 내용이 궁금해 도저히 한 주를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태후’ 열풍을 해석하려면 중국의 사회적 현실과 문화적 코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중국인들이 가지는 군대 장교에 대한 동경심이다. 중국은 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 의무적으로 군사훈련을 이수토록 하는 나라다. 진학 후 남녀 구분 없이 고등학생은 2~3주간, 대학생은 4~5주간 교내에서 군사훈련을 받는다. 교관은 모두 인민해방군이나 무장경찰에서 파견한 장교나 하사관이다.

학생들은 교관인 장교에 대해 잠시나마 연정이나 존경심을 품는다. 그런데 이런 환상을 만족시킨 영웅이 ‘태후’의 송중기다. 천시는 “송중기는 군복 입은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멋있다”면서 “언제나 유머러스하고 여성을 배려하며 뜨거운 신념과 조국애를 갖춘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에서 송중기가 누리는 인기는 어마어마하다. 송중기는 3월 중순 이후 바이두의 인물 검색어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다. ‘태후’ 방영 전 2만여 명에 불과했던 바이두의 팬카페 회원 수는 현재 73만명을 돌파했다.

둘째, 수많은 중국 여성이 ‘태후’의 여주인공인 송혜교에게 자신을 투영하고 있다. 2004년 중국에서 <대장금>이 신드롬을 일으키기 전 송혜교는 한류 팬들이 가장 사랑했던 ‘여신’이었다. 적지 않은 중국 젊은 여성들이 그가 주연한 <가을동화>나 <풀하우스>를 보고 한드에 입문했다. 장이도 <풀하우스>를 보고 한드에 빠진 경우다. 장이는 “당시 송혜교가 극 중에서 부른 ‘곰 세 마리’는 또래 친구들이 한국어로 따라 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밝혔다.

중국 군부도 ‘태후’에 큰 관심 보여

이랬던 송혜교가 과거 소녀나 대학생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성숙한 30대 커리어우먼으로 중국인들에게 다가왔다. 특히 자기 직업에서 성공하고 해외로 나가 인술을 펼치며 군 장교와 로맨스를 발산한다. 중국 여성들은 자신이 꿈꿔왔던 환상을 만족시켜주는, 성숙해진 송혜교에게 큰 동질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중국 군부도 ‘태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3월22일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解放軍報)’는 “‘태후’가 한국의 민족문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한국 군인의 시대 이미지를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고 평가했다. 중국군은 군 내에 거대하고 다양한 선전홍보부대를 보유하고 있다. 해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애국심을 고취하고 병영생활을 미화하는 영화·드라마 등을 제작한다. 그러나 2006년 농촌 출신 청년이 육군 특수부대의 정찰병으로 성장하는 <사병돌격(士兵突擊)>만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뒀을 뿐이다.

‘해방군보’는 “중국군도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적극 참여한다”면서 “‘태후’는 전장에서의 로맨스로 아주 훌륭한 한 편의 모병 광고를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3월27일 영국 BBC도 “‘태후’는 기존 한드가 지닌 재미있는 스토리, A급 배우, 이국적인 배경 등에다 군대라는 특수한 무대가 더해져 아시아를 휩쓸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사들이 활약하는 재난 드라마의 남주인공을 매력적인 특수부대 장교로 바꾼 ‘태후’ 제작진의 결정이 ‘신의 한 수’로 중국인들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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