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0% 시대에 대비하자
  • 김영익 |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
  • 승인 2016.04.14 19:11
  • 호수 1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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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은행이 2015년 자금 순환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가계의 자금 잉여는 늘어나고, 기업의 부족 규모는 줄어들었다. 그만큼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좋지 못하다는 의미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은행의 채권 매수가 늘어나면서 이미 낮아진 금리는 더 떨어질 것이다. 지난해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가계의 자금 잉여가 99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가계가 금융회사에 저축한 돈이 빌려 쓴 돈보다 99조원 정도 많았다는 의미다. 한편 기업자금 부족 규모는 크게 줄어들어 지난해 15조원으로 2014년 30조5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앞으로도 가계의 자금 잉여는 늘어나고, 기업의 부족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우리 가계의 순저축률이 7.7%로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산 시장의 부진으로 가계 자산이 늘어나지 않은 가운데, 고용 불안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지난해 497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 기업이 가계처럼 자금 잉여 주체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기업은 1998년부터 자금 잉여 주체가 되었다. 기업이 금융회사에서 빌려 쓴 돈보다 저축한 돈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다 보니 은행의 대출 비중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유가증권 특히 채권 투자 비중은 크게 늘어났다. 은행 자산 중 대출 비중이 1998년 63%였으나, 2014년에는 39%로 떨어졌다. 반면 채권 비중은 13%에서 24%(2011년 32%)까지 올라갔다. 은행이 채권을 대량 매수하면서 금리는 크게 하락했다. 1990년에 7% 안팎이었던 국채(10년) 수익률이 1998년 1.5%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마이너스에 이르렀다. 금리 하락으로 보험사의 역마진이 확대되고, 많은 보험사가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총저축률이 국내 투자율을 웃돌면서 우리 경제에 자금이 남아돌고 있다.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저축은 자금의 공급이고 투자는 자금 수요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자금 잉여 주체로 전환하면, 은행은 채권 매수를 늘리면서 금리는 더 하락할 전망이다. 기간의 문제이지 우리 금리도 장기적으로 ‘0%대’로 가는 과정이 전개되고 있다.

금리가 이처럼 하락하면 일본처럼 우리 보험회사도 심각한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이젠 보험에 가입할 때, 대상 회사가 생존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볼 때다. 또한 금리 하락으로 가계의 이자소득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미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가계의 순이자소득(수취이자 - 지급이자)이 2000년에 20조4130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줄어들다가, 지난해에는 1379억원으로 떨어졌다.

1997년과 2008년 국내외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국민소득 중 기업 몫은 증가했고 가계 비중은 감소했는데, 금리 하락도 여기에 일부 기여했다. 앞으로 2~3년 이내에 주식 배당수익률이 은행 예금금리보다 더 높아지는 시대가 올 전망이다. 다가오는 초저금리 시대에 가계가 배당투자라도 해서 기업 소득을 이전받아야 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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