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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과의 전쟁’? 번지수 잘못 짚었다

한국인, 섭취 기준치 이하로 설탕 먹어…오히려 과일 당분이 문제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6.04.21(Thu) 19:06:41 | 13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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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과의 전쟁’, 세계적인 화두다. 영국에서는 ‘설탕세’까지 도입됐다. 우리 정부도 최근 당류 섭취량을 줄이기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월7일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음료·과자 등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첨가당만을 대상으로 삼았다. 과일과 우유의 당분은 제외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식품공학 전문가인 최낙언 ‘시아스’(식품업체) 이사는 “과일과 우유에도 당이 많지만 정부가 농가의 눈치를 보느라 이는 문제 삼지 않으면서, 만만한 가공식품의 첨가당만 겨냥한 것”이라며 “게다가 우리는 당류를 그렇게 많이 먹는 편이 아니므로 정부의 이번 정책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조사해보니, 국민 1명이 하루에 모든 음식으로부터 섭취하는 당류는 72g으로 1일 섭취 열량의 14%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양은 많은 것일까, 적은 것일까.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1인 1일 당류 섭취 기준은 총열량의 20%다. 하루 2000kcal 열량을 섭취하는 성인의 경우, 당류 섭취량은 100g이 적당하다는 것이다. 3g짜리 각설탕 33개 분량이다. 하루 72g의 당류 섭취는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셈이다. 한국인은 당류를 적당히 먹고 있으므로 막연한 ‘설탕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 연합뉴스

당류가 들어 있는 모든 식품 가운데 정부가 문제 삼은 것은 가공식품이다. 식약처는 2020년까지 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첨가당 섭취율을 하루 권장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루 2000kcal를 섭취하는 성인에 대해 첨가당 섭취량을 50g(각설탕 16~17개 분량)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음료·과자 등 가공식품에 당류 기준치 표시를 현재의 ‘g(그램)’에서 ‘%(백분율)’로 표기하도록 의무화했다.

“설탕과 소금은 기호의 문제”

우리는 첨가당을 얼마나 먹고 있을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한국인이 섭취하는 첨가당은 하루 44g으로 섭취 열량의 8.9% 수준이다. 식약처의 관리 기준 10%보다 낮고 외국보다도 적은 수치다. 대한제당협회와 국제제당협회에 따르면, 하루 열량 대비 첨가당 섭취 기준을 프랑스는 25% 이하, 미국 25% 미만, 영국 15~20%, 이탈리아 15% 이하로 잡고 있다.

그러자 식약처는 첨가당 섭취량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후 어린이·청소년 첨가당 섭취를 지적했다. 3~29세까지의 하루 첨가당 섭취량이 열량의 10.2~11%로 기준(10%)을 초과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즐겨 찾는 음료와 과자 등 가공식품이 그 원인으로 추정됐다. 하루에 섭취하는 당류의 19%를 음료수에서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료보다 과일에서 섭취하는 당류는 22%로 더 많다. 사과와 오렌지에는 각각 각설탕 7개 분량의 당분이 있다. 탄산음료(당분 각설탕 8개 분량)와 비슷하다.

과일 자체도 과거보다 당도가 높아졌다. 농가들이 경쟁적으로 당도가 높은 품종을 선택해왔고, 재배할 때도 당도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기원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미국 딸기는 설탕에 찍어 먹을 정도로 맛이 심심하다. 모든 과일이 본래 그렇게 달지 않은데 유독 국내 과일이 단 것은 인위적으로 달게 만들어왔기 때문”이라며 “이런 점을 개선하지 않고 첨가당만 줄인다고 비만 등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설탕 섭취가 심각하지 않은데도 정부가 굳이 ‘설탕 잡기’에 나선 배경에는 비만과 고혈압 등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연간 6조8000억원)의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실제 국민 건강보다 ‘설탕세’를 걷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반인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한다. 직장인 김영래씨는 “본래 설탕을 잘 먹지 않는데 설탕세를 일괄적으로 내야 한다면 반대다. 담배나 술도 즐기는 사람만 내는데, 설탕도 설탕을 먹는 사람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태균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겸임교수는 “첨가당 섭취량이 기준치보다 아래이고 식약처도 설탕세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 만큼 당분간 설탕세 도입은 힘들 것”이라며 “이번 정책은 건강을 위해 당분 섭취를 줄이자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수치는 그렇다 치고 설탕은 건강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당류는 천연당과 첨가당으로 나뉜다. 쌀·과일 등에 있는 당류가 천연당이고, 빵·과자·음료에 인위적으로 넣은 당류는 첨가당이다. 첨가당의 대표 주자는 설탕이다. 사탕수수의 즙을 가열해 불순물을 제거한 것이 설탕이다. 설탕도 천연물질인데 사람이 식품에 넣었다고 해서 첨가당이 된다.

식물성 감미료 설탕이 ‘악마의 백색 가루’라는 오명을 쓴 이유는 색깔 때문이다. 백설탕이 인위적으로 맛을 낼 때 쓰는 인공 조미료처럼 하얀색이다 보니 소비자들이 인공 조미료라 생각하고 백설탕을 꺼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황설탕은 백설탕보다 몸에 좋을까. 정답부터 말하면 아니다. 설탕 색깔은 제조 공정상의 차이일 뿐 열량 등 성분 면에서는 동일하다. 설탕 색깔은 제조 과정에서 결정된다. 사탕수수에서 맨 처음 얻게 되는 설탕은 백색이다. 백설탕에 미네랄 성분 등을 혼합해 가열하면 황설탕이 된다. 황설탕에 시럽을 혼합하면 흑설탕이다. 손이 많이 가고 첨가물을 넣다 보니 황설탕과 흑설탕은 백설탕보다 비싸다. 열량은 비슷한데 이처럼 다양한 설탕을 만드는 이유는 맛 때문이다. 백설탕이 깔끔한 단맛이라면, 황설탕은 감칠맛이 나고, 흑설탕은 깊은 풍미 때문에 향이 강한 음식에 사용한다.

사실 우리가 설탕을 먹든, 과일을 먹든 인체는 당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포도당으로 인식하고 흡수한다. 실제로 과거 미국에서 비만이 증가하자 설탕이 주범으로 몰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976년 설탕에 대한 안전성을 연구했고, 권장량의 설탕 섭취는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명섭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설탕과 소금은 기호의 문제이지 얼마나 먹으라고 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설탕의 무해성 입증”

그렇지만 설탕은 당뇨, 심혈관 질환, 비만을 유발하는 물질로 인식돼 있다. 특히 당뇨는 ‘당(糖)’이란 글자 때문인지 당분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사실 당뇨는 당을 인체에 흡수하지 못하는 병이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는 포도당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운반하는 물질(인슐린)에 문제가 생겨 당이 근육과 세포로 공급되지 못하고 혈액에 쌓이는 병이 당뇨다. 미국 당뇨병학회는 하루 섭취 열량의 10~35%를 설탕에서 충당해도 혈당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미 당뇨가 있는 사람은 당 섭취에 조심해야 한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류가 직접적으로 당뇨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당류로 비만해져서 당뇨가 생기는 것”이라며 “몸이 당을 흡수하지 못하는데 당류를 섭취하면 혈액에 당분이 과도하게 쌓이기 때문에 당뇨 환자에게 사과 3분의 2개 등으로 하루 섭취량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설탕과 심혈관 질환의 관계를 찾으려는 연구도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1997년과 2003년 연구했지만 설탕이 심혈관계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미국 의학연구소(IOM)와 유럽식품안전청(EFSA)도 심혈관 질환과 관련해 설탕의 섭취 제한을 두지 않는다.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권고 사항은 당류가 아니라 고열량 식단을 피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심장협회는 성인의 하루 평균 첨가당 섭취 권장량을 남성 150kcal, 여성 100kcal 미만 등 열량으로 제시하고 있다.

비만도 열량을 과도하게 섭취한 결과다. 단순히 당류 성분이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비만은 설탕뿐만 아니라 단백질·지방·알코올·탄수화물 등 모든 영양 성분에 해당하는 얘기다. 미국인의 설탕 소비량은 1970년부터 1985년 사이에 40% 줄어들었다. 2000년 이후에도 모든 당류의 소비량이 감소했지만 미국인의 건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오히려 비만율이 증가했다. 비만은 섭취하는 열량의 총량이지 어떤 식품 종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외식보다 급식이 건강에 유리

게다가 현대인의 운동량은 현저히 떨어져 열량을 제대로 소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걷기 실천율(남성)은 2005년 62%에서 2014년 43%로 떨어졌다. 최낙언 이사는 “미국에서 설탕의 무해성을 이미 밝혔는데 굳이 한국이 설탕과의 전쟁을 벌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현대인의 비만 등 건강 문제는 열량을 너무 많이 섭취하고 운동도 하지 않은 탓”이라고 강조했다. 당류 시장에서 단맛을 낮추기보다 칼로리를 설탕의 10분의 1까지 떨어뜨린 기능성 감미료가 등장한 이유다.

열량과 영양 균형 등을 생각한다면 외식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조수현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가정에서는 단맛을 내기 위해 배·양파 등을 사용하지만 일반 식당에서는 설탕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이 외식을 할 수밖에 없는 직장인은 일반 식당보다 급식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직장인 이정훈씨는 “평소 끼니를 거르는 일이 많아 한 번 식사하면 폭식한다”면서 “지난 3개월간 외식보다 급식을 챙겨 먹었더니 체중이 약 6㎏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심진영 CJ프레시웨이 영양사는 “급식 사업장의 메뉴는 영양학적으로 균형을 잡은 것”이라며 “특정 메뉴를 구성할 때 가능한 한 500kcal를 초과하지 않으며, 소금 함량도 3g 이내로 구성하기 때문에 외식 메뉴보다 나트륨과 칼로리가 적다”고 설명했다.

 

영양 전문가가 제안하는 연령별 당분 섭취 요령 


10~20대 탄산음료·커피 주의

전체 당분 섭취의 3분의 1을 음료로 섭취하는 시기다. 10대는 탄산음료로, 20대는 커피로 당분을 섭취한다. 탄산음료를 자주 마시면 위벽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또 탄산음료는 포만감이 적고 식욕을 자극하므로 체중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 커피 1잔을 마시면 크림과 우유를 통해 3~4g의 포화지방을 섭취하는 셈이다. 따라서 하루에 3~4잔으로도 체내 콜레스테롤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

30~40대 과음 주의

음료보다 술을 통해 당을 섭취하는 시기다. 곡물이나 과일을 발효한 술은 당 함량이 높고, 맥주나 샴페인 등 탄산이 첨가된 술은 알코올 흡수를 촉진해 당 섭취량을 높인다. 술은 열량이 높고 영양은 적어서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된다. 또 알코올 과다 섭취는 간 질환,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키운다. 하루에 술 1~2잔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50~60대 곡류 과다섭취 주의

식사할 때 반찬 섭취가 감소하면서 밥·국·김치 위주의 식사를 하는 시기다. 고구마·빵·떡·감자·옥수수 등 군것질이 늘어 탄수화물 섭취량이 증가한다. 이는 중성지방과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 채소·과일·고기·생선·달걀·두부 등을 골고루 섭취해 영양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적당한 운동도 필요한 시기다.

도움말=조영연 삼성서울병원 영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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