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혁신’의 놀라운 세상 우리 손으로 펼치겠다”
  • 장가희 시사비즈 기자 (gani@sisabiz.com)
  • 승인 2016.04.21 19:24
  • 호수 1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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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송금 앱 등 신규 금융 서비스 내세운 핀테크 스타트업 젊은 창업자들의 도전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의 스타트업(start-up·신생 벤처기업)들이 주목 받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개인 간 대출을 연결하는 P2P(Peer to Peer) 서비스, 예·적금과 보험 등 금융상품을 한 사이트에 모아 소개하는 서비스, 공인인증서·보안카드 없이 송금할 수 있는 간편 송금 앱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 중 특히 온라인 P2P 대출 중개 플랫폼이 가장 인기다. ‘빌리(Villy)’ ‘펀다(Funda)’ 등이 대표적인 업체다. P2P는 투자자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대출자에게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출자는 중금리로 돈을 빌리고 투자자는 평균 연 10%의 이윤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최근 1~2%대 저금리 기조로 돈 굴리기가 쉽지 않은 투자자들에게 희소식이다.

ⓒ Freepik


P2P 대출 중개 플랫폼업체 ‘빌리’ ‘펀다’ 주목

이 같은 스타트업계는 30대 전후의 젊은 피로 가득하다. ‘빌리’ 주홍식 대표(32)도 그중 하나다. 빌리는 사업자·개인신용·부동산·매출담보 대출을 중개하는 스타트업이다. 주 대표는 P2P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투자자 보호’를 꼽았다. 그는 “대출자가 상환을 유예하거나 거부하면 투자 손실뿐만 아니라 회사 신뢰도도 하락한다”며 “신용평가사가 매긴 신용등급 외 자체 평가로 철저히 대출자의 상환 의지와 능력을 확인한다”고 언급했다.

빌리는 지난해 12월 빅데이터 분석업체 ‘라인웍스’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대출자 심리, 성격, 행동 패턴, 소비 성향 등을 축적하고 있다. 부도율 0%를 유지한 덕분에 최근 펀딩은 44초 만에 마감됐다. 지난 2월에 실시된 10억원 규모의 부동산 펀딩은 25분 만에 완료됐다. 주 대표는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카페에서 입소문이 나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빌리는 지난해 9월 막걸리 전문점 ‘월향’ 광화문점 개장을 위한 2억원 규모 펀딩을 진행해 52시간 만에 3억3100만원을 모으기도 했다. 주 대표는 투자자 전원의 이름을 월향 광화문점 테이블에 새겼다.

빌리는 직원 간 호칭을 ‘님’으로 통일한다. 주 대표도 ‘홍식님’이라 불린다. 젊은 대표가 가진 소통철학이다. 그는 회사 내에 자신의 책상조차 갖고 있지 않다. 아무 테이블에나 앉아 노트북을 두드린다. 주 대표는 “권위적 조직문화를 탈피해야 창의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빌리에서 대출자는 최저 연 5% 금리로 대출을 받고 투자자는 최대 연 15% 수익을 얻는다. 오는 4월30일 누적 대출액 100억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치과의사에서 핀테크 창업가로 변신하기도

‘펀다’의 박성준 대표(43)는 지역 상점 대출로 관계금융을 실현하고 있다. 투자자가 대출자 상점을 방문해 매출을 올려주고 상환 의지를 돋우는 콘셉트다. 박 대표는 “투자자와 대출자가 관계를 형성해가며 상점 주인이 상환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로 사업을 일궈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펀다를 창업하기 전 상점 POS(판매 시점 정보관리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상점 주인에게 조언해주는 마케팅 솔루션 사업을 벌였다. POS 기기로 상점의 하루 매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자금이 필요한 ‘건실한’ 상점에 대출을 중개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펀다는 대출 후에도 자체 프로그램을 상점에 심어 실시간 매출을 체크한다. 매출이 떨어지면 매출 상향 방식을 논의한다. 펀다 이용자는 30대 후반 IT(정보기술)업계 종사자와 의사 등 전문직이 대부분이다. 박 대표는 투자자와 대출자 모두 기술금융에 관심이 많은 층이라 연령대가 낮다고 말했다. 펀다의 대출 승인율은 5% 이내로 보수적이다. 박 대표는 “0% 가까운 부도율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게 사업 성공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핀다(Finda)’의 이혜민 대표(33)는 금융상품 몰을 구현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 대표는 “단순히 지인의 소개로 예·적금과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말한다. 개인에게 맞는 상품 종류는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금융 분야만큼 정보 격차가 큰 분야도 없다”며 “온라인 플랫폼에서 금융상품을 고민하는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핀다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금융상품을 모아 소개해주는 서비스를 구현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용자의 나이·직업군·월수입 등을 기입하면 맞춤형 상품을 골라준다. 이 대표는 ‘금융상품의 아마존(미국 인터넷 종합 쇼핑몰)’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상품 검색부터 가입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비바리퍼블리카’는 ‘TOSS(토스)’라는 간편 송금 앱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35)는 인터넷뱅킹 때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를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토스를 만들었다. 토스를 이용하면 몇 초 만에 계좌이체와 송금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해 치과의사로 활동하다 창업가로 변신했다. 그는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토스와 제휴를 맺은 은행은 IBK기업·KB국민·부산·경남·광주·전북·대구·SC·KDB산업·제주·하나·외환은행과 우체국·새마을금고·농협·신협·수협 등이다. 4월 현재 누적 송금액은 약 3300억원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이용자층 확대 요청에 따라 토스 이용 가능 연령을 기존 17세에서 만 14세로 낮췄다. 이 대표는 사업 능력을 인정받아 현재 초대 한국핀테크협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금융 규제 개혁 논의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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