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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어린이만 보는 게 아니다

관객의 절대 수가 성인인 <주토피아>의 국내 흥행 역주행 롱런 비결

허남웅 | 영화 평론가 ㅣ . | 승인 2016.04.21(Thu) 19:30:20 | 13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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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영화 <주토피아>는 개봉(2월17일)한 지 두 달이나 된 영화다. 게으른 선택이라고? 이 영화를 벌써 잊고 지나친 당신이 더 게으를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화제의 영화였던 <데드풀> <귀향> <슈퍼맨 대 배트맨: 저스티스의 시작> 등 경쟁작들이 개봉했다 막을 내리는 동안에도 <주토피아>는 꾸준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며 4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사라지는 영화들이 부지기수인 상황에서 <주토피아>가 이렇게 롱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토피아>는 <겨울왕국>(2013)을 제작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다. 제목은 동물원을 뜻하는 ‘zoo’와 이상향을 의미하는 ‘utopia’의 합성어다. 풀이하자면, ‘동물들의 이상향’이라고 할까. 제목에 담겨 있듯 <주토피아>는 동물의 세계를 다룬다. 그런데 배경이 심상치 않다. 야생이 아니다. 고층 빌딩이 즐비하고 첨단의 시스템을 갖춘 도시다. 동물을 인간으로 의인화한 작품인 셈이다.

닉 와일드, 주디 홉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입소문’에 국내 개봉 4주 차 박스오피스 1위

주인공 ‘주디 홉스’(지니퍼 굿윈 목소리 출연)는 온갖 동물이 모여 사는 주토피아에서 토끼 출신으로는 최초로 경찰관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 아니 동물이다. 경찰관은 워낙 험한 일을 하는 까닭에 토끼와 같은 초식동물에게는 그동안 접근이 금지된 ‘극한 직업’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출근 첫날 주디를 대하는 동료들의 시선이 차갑다. 그중 물소 경찰서장 ‘보고’(이드리스 엘바)는 토끼가 제대로 된 경찰 노릇을 하기는 힘들다며 주디에게 주차 단속 업무를 맡긴다.

육식동물의 편견에 기분 상하기도 잠시, 주디는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며 주차 딱지를 끊던 중 사기꾼 여우 ‘닉 와일드’(제이슨 베이트먼)를 만난다. 그의 사기행각을 목격하고 뒤를 쫓던 중 주디는 포유류 연쇄 실종 사건 수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 사건 피해자 가족의 사연을 듣고는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에 수사를 강행한다. 이에 경찰서장은 이틀 동안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해고할 것이라고 주디를 압박한다. 주디는 주토피아의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는 닉을 파트너로 끌어들여 수사에 나선다.

어떤가. 요약한 줄거리가 아동용으로 느껴지는가. 귀여운 동물 정도만 빼면 <주토피아>는 성인용에 더 가깝다. <주토피아>가 국내 흥행에서 역주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토피아>의 국내 박스오피스 1위는 개봉 4주 차에 이뤄졌다. 그 전까지 줄곧 2위 자리를 유지하던 <주토피아>가 뒷심을 발휘한 결정적인 이유는 ‘입소문’이다. 흔히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은 아동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결정판이었던 <겨울왕국>을 보고 얼마나 많은 아이가 집에서, 길에서 ‘렛잇꼬~’를 외쳐댔던가. <주토피아>의 개봉 초기만 해도 좌석을 점유한 이들은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웬걸, 영화를 보고 있으니 극 중 동물 캐릭터들이 펼치는 수사극이 상영 내내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게다가 온갖 차별과 편견이 횡행하는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의미심장한 메시지까지 전달하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영화 초반 다양한 동물 캐릭터들에게 호감을 보이던 아이들이 주디와 닉의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면서 슬슬 흥미를 잃어가고 급기야 극 중 실종된 포유류 중 맹수들이 주인공들을 공격해오자 “엄마 무서워, 나 그만 볼래”라면서 상영 도중 극장 밖으로 빠져나가는 일이 빈번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인가. 지금 <주토피아>를 찾는 관객의 절대 다수가 성인일 뿐 아니라, 개봉 초반과 다르게 줄어든 스크린 수에도 불구하고 50%에 육박하는 좌석 점유율로 여전히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 중이다. 이는 국내 개봉한 애니메이션 중 <겨울왕국>, <쿵푸팬더2>(2011), <인사이드 아웃>(2015), <쿵푸팬더>(2008)에 이은 역대 흥행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며 2016년 개봉작 중 <검사외전>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포유류 차량국의 공무원 플래시, 주토피아 도시의 최고 인기가수 가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선입견을 깨는 역발상의 재미

<주토피아>는 2016년 전 세계 최고 흥행작(4월14일 기준)에 올라섰을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렇더라도 <주토피아>의 국내 흥행에는 이례적인 데가 있다. 흥행의 역주행을 가능하게 만든 극장가의 새로운 풍경. <주토피아>는 두 달째 ‘롱런’ 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있으니까. 하지만 그 정도로만 분석하기에 <주토피아>는 담고 있는 내용의 메시지 전도율이 한국에서 유독 높은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니까 곱씹을 만한 내용이 많다는 얘기다. 서로 간의 ‘다름’이 존중되기보다 ‘배제’와 ‘억압’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상황에서 <주토피아>는 다양성의 가치가 왜 필요한지를 일곱 빛깔 무지개의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고 있다.   

극 중 주디와 닉은 물론 주토피아의 모든 동물은 편견의 희생양이다. ‘토끼는 순하고 약해서 경찰을 할 수 없어’ ‘여우는 교활해서 마지막 순간 배신할 거야’ ‘육식동물은 언젠가 야수성을 드러내고야 말지’ 등등. 영화는 이와 같은 편견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를 깨닫게 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실 애니메이션을 아동용이라고 인식하는 것 자체가 편견이다. 애니메이션도 영화의 일부고 영화의 다양성에 일조한다. ‘어떤 동물이든 어떤 것도 될 수 있다.’ 포유류 통합 정책에 따라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어울려 사는 곳이 ‘주토피아’다. 하지만 여기에도 계층 간에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하고 그에 따른 갈등이 비일비재하다. 이에 기름을 붓는 것이 편견이다.

해결책은 약해빠진 토끼가 경찰관이 되어 끝내 존재를 인정받는 것과 같은 ‘편견 깨기’다. 교활하다는 여우 닉은 주디를 도와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연쇄 실종 사건을 주도한 가해자는 예상처럼 야수성을 지닌 맹수가 아니다. 그래서 다양성의 가치는 중요하다. 이는 어려서부터 배우고 깨달아야 할 필수적인 가치다. 그 가치가 한국 사회에서는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다. 어떤 정치인은 ‘동성애는 인륜 파괴’라며 성소수자 차별을 서슴지 않고,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어울리지 말라며 계층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못난 부모들도 있다. <주토피아>는 편견을 깨는 내용만큼이나 전혀 예상 밖의 흥행으로 한국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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