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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진화의 비밀이 하나둘 풀려간다

블랙홀 현상의 비밀 찾아내는 첨단 관측 과학기술의 등장

김형자 | 과학 칼럼니스트 ㅣ . | 승인 2016.04.21(Thu) 19:33:25 | 13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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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블랙홀의 현상이 최근 하나둘씩 드러나 화제다. 지난 2월엔 서로의 주변을 공전하는 두 블랙홀을 찾아냈는가 하면, 3월23일엔 블랙홀이 내뿜는 제트의 운동 속도가 빛의 속도의 80%까지 도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블랙홀은 ‘먹성’이 좋은 천체(天體)로 유명하다. 초속 30만㎞로 날아가는 빛조차 빨아들일 만큼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그런데 100년 전부터 블랙홀이 굉장히 강한 에너지를 가진 ‘제트 기류(수천조 ㎞의 거대한 가스 덩어리)’를 뿜어내는 현상이 보고되어왔다. ‘플라스마 제트’라 불리는 이 현상은 지금까지 천문학계의 수수께끼로, 천문학자들의 최대 난제 중 하나였다. 블랙홀이 제트를 뿜어내는 이유도, 제트의 속도와 제트의 구성 물질 모두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원이 LIGO(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의 핵심 부품을 점검하는 모습. LIGO는 중력파를 직접 검출해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 Xinhua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천문연구원과 일본의 공동 연구진이 블랙홀 중심부에서 방출되는 제트의 속도가 광속의 80%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공동 연구진은 한국과 일본의 전파망원경 7대를 연결해 거대 은하인 ‘M87’의 중심에 있는 초대형 블랙홀(5광년 거리)을 6개월간 관측한 결과, 제트 현상의 비밀을 밝혀줄 새로운 실마리를 발견한 것이다. ‘플라스마 제트’ 현상은 별을 비롯한 천체의 움직임을 방해할 만큼 에너지가 강하다. 따라서 우주 전체 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 분명하다. 만일 이번 관측으로 블랙홀의 분출 원리와 실체가 밝혀진다면 블랙홀의 구조와 우주의 진화 모습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월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을 중심으로 한 과학자들이 100년 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한 중력파를 직접 검출해 과학계가 떠들썩했다. 중력파의 간접 증거가 발견된 적은 있었으나, 직접 검출이 이뤄진 것은 인류 과학 역사상 처음이다. 이 중력파는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이 충돌해 합쳐지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블랙홀 두 개가 서로의 주변을 공전하는 ‘블랙홀 쌍성’의 존재가 확인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최초의 중력파 직접 검출이나 최초의 블랙홀 쌍성 관측은, ‘길이 측정’ 정밀도가 상당히 높은 라이고(LIGO·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의 중력파 검출 장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첨단 관측 과학기술의 발달이 결정적 역할

지난 4월6일에 발견된 초거대 블랙홀은 두 개의 은하가 합쳐지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은하의 중심에 있는 거대 블랙홀이나 은하는 자기들끼리 충돌하며 더 커진다. 이번 발견에서 특이한 것은 초거대 블랙홀이 보통 은하 밀집 지역에서 나타나는데, 이 블랙홀은 외딴 은하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태양 질량보다 170억 배 더 무거운 괴물 블랙홀이 매우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번 발견에는 정밀도가 높은 허블 우주망원경과 하와이에 있는 제미니 망원경이 큰 역할을 했다.

이렇듯 블랙홀 제트의 운동 속도, 블랙홀 쌍성의 존재 확인, 초거대 블랙홀 발견 등 베일에 싸였던 블랙홀의 비밀이 밝혀지고 있는 것은 모두 첨단 관측 과학기술 덕분이다. 137억 년에 달하는 우주를 규명하기 위해 발달한 것이 천체망원경이다. 천체망원경은 천문학에서 기적 같은 도구다. 망원경이 없었다면 천문학은 과학이 아니었을 것이다. ‘플라스마 제트’ 포착 또한 실시간으로 첨단 망원경 여러 대를 연결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우주전파관측망(VERA)’을 연결한 ‘한·일 공동 초장기선 전파 간섭계 관측망(KaVA)’이 그것. 이 기술은 직경 2000㎞급 수준의 높은 감도와 공간 분해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전파망원경은 안테나 직경이 클수록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잘 수신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직경을 무한정 키우기란 어렵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초장기선 전파 간섭계(VLBI)’다. 직경을 키우는 대신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을 서로 멀리 떨어진 곳에 배치해 직경이 수백~수천 ㎞인 망원경과 같은 성능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이론적으로는 지구만 한 크기의 전파망원경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간섭계는 빛으로 길이 변화를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두 대의 대형 망원경으로 검출한 빛(전파 신호)을 합성해 생기는 미세한 차이를 보는 것이다. 직경이 100m인 망원경에서나 가능한 길이 측정 정밀도로 세밀한 영상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우주에서 가장 멀리 있는 퀘이사(Quasar·준성(準星)) 같은 하나의 천체를 두 대의 전파망원경(A, B)으로 관측한다고 하자. 퀘이사에서 출발한 동일한 전파가 VLBI에 속한 각 전파망원경에 도달하는 시각은 망원경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전파이지만 전파망원경 B보다 전파망원경 A에 먼저 도착할 수 있다. 이 전파가 도달하는 시각의 차이로 천체의 위치를 알 수 있고, 각 전파망원경 사이의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블랙홀 쌍성을 발견한 LIGO 또한 간섭계의 원리를 이용했다. 하지만 전자기파가 아닌 중력파를 이용한 점이 다르다. 지금까지 블랙홀을 비롯한 우주 관측은 대부분 전자기파를 이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전자기파는 전자 등과 상호 작용을 많이 하는 탓에 다른 물질이 있으면 이를 뚫고 나오지 못해 천체 현상을 관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 블랙홀 쌍성이 그 좋은 예다.

은하 중심에서 거대한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하는 일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원래 거대한 블랙홀을 하나씩 갖고 있던 은하들이 합쳐지면서 두 블랙홀도 합쳐져 서로 공전하는 ‘쌍블랙홀’이 된다. 이때 블랙홀 쌍성은 강력한 중력파를 방출한다. 따라서 전자기파 관측만으론 확인하기가 어렵다. 전하(電荷)가 운동하면 주위에 전자기파가 방출되듯, 중력파는 질량을 가진 물체가 운동하면 생겨나는 파동이다. 마치 고요한 연못에 돌을 던졌을 때 원형의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과 같다. 하지만 중력파는 그 세기가 너무 미미해서 검출하기가 아주 어렵다. 따라서 이를 검출하려면 초정밀 기술이 요구된다. 초정밀 기술이 집약된 것이 바로 LIGO이다. LIGO는 중력파의 영향에 따른 미세한 진동까지 정밀한 검출이 가능하다. 중력파 발견은 21세기의 가장 큰 과학 발견 중 하나다. 중력파 천문학 시대의 개막과 함께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새로운 눈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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