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튀기는 차세대 자동차 연료 경쟁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4.25 14: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기차는 기술 한계 극복해야...하이브리드 각광받을 것
그래픽=김재일 미술기자

미래자동차 에너지원을 두고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경유(디젤), 전기, 하이브리드라는 대안을 놓고 글로벌 완성차사와 소비자 간 ‘눈치게임’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모습이다.

디젤 시장은 저유가 훈풍을 타고 판매량이 굳건하지만 친환경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대안으로 떠오른 전기차는 기술적 한계에 직면했다.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은 내연기관과 전기차 장점을 고루 갖춘 하이브리드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 “디젤 신화 거품 아냐”...고연비에 하락세 미미

20세기는 디젤차 전성시대였다.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시장에서 각광받았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세금혜택 등을 앞세워 디젤차 판매를 부추겨왔다. 이른바 ‘클린디젤(배기가스가 적은 디젤)’ 열풍이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불었다.

클린디젤 신화는 지난해 9월 무참히 깨졌다. 폴크스바겐이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고의적으로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연비가 높고 배기가스가 적은 디젤차는 허구였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지난해 10월 전 세계 디젤차 판매가 줄줄이 하향세를 타자 디젤차 시장은 이대로 종말을 고할 수 있다는 비관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 같은 전망에 물음표가 찍힌다. 전문가들이 당초 예고한 디젤 판매 절벽이 올해 들어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인기는 공고하다. 지난 1분기 국내 수입디젤차 판매량은 3만841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1060대)보다 6.4% 감소했다. 다만 이 기간 수입차 전체 판매량이 전년보다 5%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디젤차의 판매 비중 감소는 미미한 수준이다.

3월 국내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인 벤츠 E220 블루텍과 판매 2위 폴크스바겐 골프 2.0 TDI, 판매 3위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 모두 디젤 모델이다. 저유가가 디젤수요를 높였고 폴크스바겐 등 수입차사가 진행한 할인 프로모션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디젤차 신화가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 (폴크스바겐 탓에) 여론이 좋지 않지만, 아직 국내 소비자들은 연비가 좋고 주행성능이 우수한 디젤을 선호한다. 디젤 신차가 계속 출시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 전기차 지켜봐야...하이브리드 성장세 주목

업계에서는 디젤차 시장이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이에 성장동력으로 점찍는 시장은 전기차(EV)다.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환경규제에 걸리지 않고 유가 변동에 따른 영향도 받지 않는다.

중국과 미국이 전기차 시장 주도권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1회 충전으로 346㎞를 갈 수 있는 모델3를 내놓으며 주목 받았다. 중국 전기차전문업체 비야디(BYD)는 중국 내수시장을 등에 업고 2020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한국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친환경모델인 아이오닉과 니로에 각각 EV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EV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더불어 향후 현대차그룹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은 분야다. 정몽구 회장 역시 연구개발(R&D)에 전폭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다만 이 같은 전기차 열풍에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전기차 기술이 완성단계에 와있지 않고 충전시설 등 인프라도 부족하다. 일본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콜로세움 전사가 된 기분이다. 대중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건 안다. 그럼에도 경쟁자가 EV라는 무기를 꺼내들면 같은 무기를 꺼내야만 시장에서 뒤쳐지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내연기관과 EV 장점이 고루 합쳐진 하이브리드차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이브리드차는 디젤차보다 적은 비용으로 연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모델이라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토요타 프리우스와 캠리, 한국GM 볼트, 현대차 아이오닉, 기아차 니로 등이 하이브리드 왕좌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금동석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배터리 전기차(BEV)는 에너지 시장 확장에 어려움이 있고 연료전지 자동차(FCEV)의 경우 수소 생산과 충전 인프라를 확보해야만 하는 문제가 있다”며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HEV)가 미래의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각광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