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2016년 ‘위기의 조선 빅3’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5.0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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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수주 실적 전무...조 단위 빚에 인력 구조조정 ‘코앞’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7월 인도한 15만5천 입방미터급 멤브레인형 LNG선. / 사진=현대중공업

국내 ‘조선 빅3’가 침몰 위기에 몰렸다. 2000년대 조선호황기 넘치는 수주에 성과급 잔치를 벌이던 모습은 온데 간데 사라졌다. 남은 건 8조5420억의 빚과 코앞에 닥친 인력 구조조정뿐이다.

조선사가 처한 상황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건 수주 실적이다. 수주 실적은 곧 조선사의 미래 매출과 직결된다. 현재 받아놓은 일감인 수주잔량이 점차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수주 실적을 쌓지 못한다면 회사는 존폐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래픽=김재일 미술기자

올해 국내 조선 대형 3사 누적 수주 실적은 5척이다. 조선업 호황기였던 2005년부터 2008년 사이에는 분기당 수주 실적이 100여척을 오갔다. 10년 사이 실적이 20분의 1로 추락한 것이다.

3사 중 상황이 가장 나은 곳은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아시아 선주로부터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1척, 3월에는 중동선주로부터 석유화학제품(PC) 운반선 2척을 수주하며 겨우 체면치레했다.

누적적자가 가장 많은 대우조선 올해 실적은 2척이다. 이마저도 지난 3월 자회사 루마니아 대우망갈리아조선소가 수주한 수에즈막스급 탱커 2척의 계약을 자사로 돌린 덕분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가 전무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28일 글로벌 오일메이저인 셸로부터 수주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FLNG) 3척에 대한 계약 해지를 통보 받았다. 이 탓에 삼성중공업 수주잔량은 올해 3월말 기준 348억달러에서 300억달러(약 34조원)까지 추락했다.

이들 3사는 2분기 수주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있고 저유가 탓에 해양플랜트 발주도 씨가 말랐다. 지난달에는 조선 3사 모두 수주를 한건도 기록하지 못하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설상가상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국세청으로부터 ‘세금폭탄’까지 떠안게 됐다. 현대중공그룹 계열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법인세 탈루를 적발당해 각각 1200억원과 28억여원의 세금 추징 통보를 받았다.

대우조선은 국세청이 벌인 세무조사를 통해 법인세법 및 원천세법에 근거해 총 325억원의 추징을 통보받았다. 이들 양사는 과세액이 과도하다며 국세청에 불복 청구를 제기했다. 만약 청구가 기각될 경우 올해 적자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

결국 인력 구조조정만이 해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조선 3사 평균 연봉은 평균 7000만원에 달했다. 일감이 줄어든다면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2018년까지 각각 3000명의 인력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았지만, 양사 모두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삼성중공업 역시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정부가 조선·해운사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제시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결국 조선사 ‘대량 해고 쓰나미’는 불가피하다는 비관론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조선사 붕괴위기를 자초한 임원진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대우조선 적자경영 주범으로 지목된 고재호 대우조선 전 사장은 지난해 회사로부터 퇴직급여로만 21억5400만원을 챙겼다.

전문가들은 조선업을 사양사업으로 단정 짓기는 이르다고 분석한다. 울산 및 거제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해 조선산업을 회생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유가가 60달러 선을 회복할 경우 수주 반등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원은 “유가가 60달러 선을 넘어설 경우 LNG선 등 고부가가치선박 발주가 다시 늘어날 수 있고 해양플랜트 발주 역시 회복세를 탈 것이다”라며 “단지 2018년은 돼야 (유가 상승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당장 내년이 고비다. 그 기간 동안은 개조 선박 사업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 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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