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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지시 안 들으면 예산 못 준다 했다”

[단독] 어버이연합 핵심인사 대화 공개…“허 행정관이 지시했다” 재차 확인

안성모·조해수·조유빈 기자 ㅣ asm@sisapress.com | 승인 2016.05.04(Wed) 10:26:54 | 13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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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연합이 2월11일 서울 광화문 KT 앞에서 북한 장거리 로켓발사 규탄 집회를 열었다.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26일 45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에서 청와대가 어버이연합에 집회 개최를 ‘지시’했다는 시사저널 보도와 관련해 “사실이 아니라고 그렇게 보고를 분명히 받았다”고 말했다.‘어버이연합을 잘 아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아는 것은 보도에, 또 인터넷에 올라와서 어버이연합이 어떻게 했다, 어디 가서 어떤 것을 했다, 그런 것으로다가 아는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싸늘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4월25일부터 27일까지 집계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31%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심지어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렸던 5060세대와 보수층에서도 민심 이반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50대에서 긍정평가가 40%대에서 30%대로 떨어진 데 이어 60대 이상에서는 부정평가가 30%대에서 40%대로 올랐고, 보수층에서는 긍정평가가 6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으로 크게 하락한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어버이연합 관제집회에 대한 청와대 연루 의혹이 전경련에 이어 국가정보원으로까지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시 안 따라 복수당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4월20일 ‘[단독]어버이연합 “청와대가 보수집회 지시했다”’ 기사를 보도했다. 보수집회를 지시한 윗선으로 청와대 행정관이 지목되면서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등 청년단체는 4월26일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실 허현준 선임행정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후폭풍이 거세지자 어버이연합 측은 당초의 증언과 달리 청와대와 ‘협의’ 내지는 ‘사전 조율’ 했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꿨다. 허 행정관 역시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며 기사가 실린 시사저널 1384호에 대한 출판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냈고, 4월26일 열린 공판에서 “통상적인 업무 수행으로 협의를 한 적은 있으나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버이연합 측은 시사저널의 취재 과정에서 청와대의 보수집회 개입 논란과 관련해 “허 행정관이 지시했다”고 명확히 밝혔다. 또한 어버이연합 외의 다른 보수·탈북 단체들도 허 행정관의 손에 의해 움직이고 있으며,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지원하는 예산을 자르거나 보류시킨다는 말을 했다는 어버이연합 핵심인사의 증언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추선희 사무총장은 “(예산이) 깎인 건 아닌데…뭐라고 할까, (허 행정관과) 관계가 소원하지”라면서 “지금 가뜩이나 돈 뭐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그거 (기사로) 터트려서는…”이라고 얼버무렸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허 행정관이 지시를 한 건 맞잖아요. 팩트(fact)잖아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말 그대로 지금이 시민단체들 다 걔(허 행정관) 손에 의해서 움직이는 건 맞지”라고 밝혔다. 이어 기자가 ‘다른 단체에서도 다 아는 내용이라는 거죠?’라고 묻자 추 사무총장은 “다 알지 걔네들. 지네들끼리도 경쟁 붙었으니까”라고 말했다.

어버이연합 측은 허 행정관이 집회 지시를 했을 뿐만 아니라, 지시를 어겼을 경우 자금줄인 예산을 거론하며 “공격을 했다”고 밝혔다. 어버이연합의 핵심 인물인 김미화 탈북어버이연합 대표는 “청와대에 앉아 있으면 대한민국을 위해서 일을 해야지, 어떤 개인감정을 가지고 자기(허 행정관)가 집회 지시를 이렇게 이런 방향으로 지시하는데, 총장님(추 사무총장)은 ‘그게 아닙니다. 그렇게 하면 이게 오히려 역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했더니 이 X(허 행정관)이 ‘자기 말 안 듣는다. 반말 찍찍 한다’ 그래가지고 ‘예산 지원하는 거 다 잘라라. 책정된 거도 보류시켜라. 못 준다’ 이런 식으로 허현준이가 다 잘랐어요”라고 밝혔다.

어버이연합 측은 지시를 따르지 않아 허행정관에게 “복수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허 행정관이) 어버이연합 보수단체 같은 거를 겨냥을 해서 죽이려고 하는 거는 그건 국가를 위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예요”라며 “이 사람은 대한민국 정부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도 이어졌다. 올초 ‘한·일 위안부 합의’ 때 허 행정관이 1월4일 집회를 열라고 했으나, 어버이연합은 이 말을 따르지 않고 1월6일 집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기자가 ‘그게 일본 위안부 그때 말씀하시는 거죠?’라고 묻자 “그렇죠. 그거죠. 예. 그런 걸로 해서 이렇게 됐는데. 결국은 여기까지 책임은 그X한테 물어야 되는 거예요”라고 밝혔다.

허 행정관은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실에 소속된 공인이고 어버이연합은 일개 시민단체에 불과하다. 허 행정관은 집회와 관련해 ‘의견 교환을 나눈 것뿐이다’라는 식으로 주장하지만, 청와대 행정관과 시민단체 사무총장이라는 사회·정치적 지위를 놓고 볼 때 ‘지시’로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자연스럽다. 더구나 어버이연합 측의 주장대로 허 행정관이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았을 경우 예산을 자른다고 했다면, 이는 명백한 지시로밖에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30정치공동체 청년하다’ 등 청년단체들이 4월26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어버이연합을 부추겨 관제 시위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했다. © 연합뉴스

“탈북자 알바 동원 알면서도 방치”

허 행정관은 과거 남북문제와 통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인물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보수·탈북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허 행정관이) 황장엽 선생 때 같이 있어서 탈북자 단체장들이랑 연루가 많이 돼 있어요”라면서 “그래서 탈북자 단체장들하고 연루가 돼 있고 아주 탈북자 단체들을 움직여갖고. 지금 보세요. 탈북자들 알바 동원하는 거 뻔히 알면서도 이번에 이거 방치하고”라고 말했다.

그러나 허 행정관이 독단적으로 집회 지시를 했겠느냐는 의혹의 시선이 적지 않다. 이미 야당에서는 허 행정관을 넘어 ‘윗선’을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 조직 특성상 윗선의 지시 없이 행정관이 독단적으로 행동하기 쉽지 않은 만큼 허 행정관은 물론 청와대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은 4월29일 ‘어버이연합 등 불법자금 지원 의혹 규명 진상조사 TF’의 첫 회의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춘석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박범계·진선미·이철희·이재정·김병기·백혜련 의원 등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박범계 의원은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허 행정관이 국민소통비서관실 소속이라는 점이다. (허 행정관의 직속상관인) 비서관과의 회의와 상의는 기본적인 업무 매뉴얼로 행정관의 독단적·자의적 행동이 불가능한 구조가 청와대”라면서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청와대 출입기록을 달라고 했다. 여기에 청와대가 성실히 응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허 행정관의 독단적 행동이었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박근혜 정부에서 끊임없이 있어 왔던 조직 시스템 와해의 한 단면”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구체적인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단정하기 이르지만 주목해서 규명해야 할 지점은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국민소통비서관이었던 신동철 비서관이다”라며 “그 이후에 비서관이었던 정관주 현 문체부 1차관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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