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올 뉴 말리부, 강함 뒤에 숨은 부드러움
  • 배동주 기자 (ju@sisapress.com)
  • 승인 2016.05.0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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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소음 없고 주행 성능 돋보여
한국GM이 올 뉴 말리부 시승행사를 3일 오전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진행했다. 사진은 출발 대기 중인 올 뉴 말리부. / 사진 = 한국GM

결과물이 과정을 암시하는 경우가 있다. 성과가 좋거나 나쁘거나 상관없이 노력한 모습이 역력하게 드러나는 때가 그렇다.

이달 19일 본격 판매에 나서는 한국GM 올 뉴 말리부를 시승했다. 노력한 게 보였다. 현대자동차 쏘나타와 기아자동차 K5에 밀려 중형차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한국GM의 절치부심이 느껴졌다. 결과도 좋다. 나흘 만에 사전계약 6000대를 돌파했다.

올 뉴 말리부는 기존 말리부보다 차체가 커졌음에도 130㎏가볍다. 준대형차인 현대차 그랜저와 비교해도 전장이 5㎜ 더 길다. 초고장력 강판 비중을 늘리고 차체를 새로 설계해 연비와 주행 성능도 잡았다.

3일 2.0ℓ 직분사 가솔린 터보 엔진 차량으로 서울 광진구 W서울워커힐호텔에서 서울춘천고속도로를 거쳐 양평 중미산천문대까지 62㎞를 운전해 봤다. 도심과 고속도로를 거쳐 산길까지 오른 실연비는 공인 복합연비 10.8㎞/ℓ에서 조금 떨어진 9.6㎞/ℓ였다.

외관의 낮고 날렵한 헤드렘프에서 전해지는 묵직하고 남성적인 느낌은 운전석에 앉자 휘발됐다. 방향을 조종하는 조향 장치인 스티어링이 고배기량 터보 엔진 장착 차량답지 않았다. 가벼웠다. 그래서 불안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초속 14m의 강풍을 동반한 비가 차창으로 덤벼들었다. 고속 주행은 일찌감치 단념했다. 춤출 듯 가벼운 핸들을 붙잡고 있자니 작전을 앞둔 군인처럼 표정이 굳어졌다.

고속도로 주행 중인 올 뉴 말리부 / 사진 = 한국GM

그러나 시내를 벗어나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자 스티어링이 점점 묵직해지고 안정감을 되찾았다. 시속 100㎞ 이상 속력을 높여도 바람을 많이 받는 다리 위나 터널 앞을 제외하곤 차량에 흔들림이 없었다. 그제야 올 뉴 말리부 내부 인테리어가 보이기 시작했다.

실내의 손 닿는 부분은 가죽으로 감쌌고, 센터페시아 조작버튼 크기를 키워 조작을 용이하게 했다. 추가된 안전 기능과 기타 인포테인먼트 기능 대부분을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뒷좌석 공간도 넓었다. 키 176㎝인 기자가 좌석에 편안하게 기대 앉아도 주먹 두 개 정도 공간이 남았다.

다시 가속 페달을 밟았다. 올 뉴 말리부는 액셀레이터를 밟으면 매끄러운 질감으로 빨려들 듯 가속된다. 엔진 소음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비가 유리를 때리는 소리, 타이어가 지면 위를 구르는 소리 등 운동성을 지닌 물체가 당연하게 내는 소리들이 차 안에 있었지만, 엔진만큼은 흥얼흥얼 낮게 속삭였다. 세단 고유의 정숙성을 갖추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황준하 한국GM 파워트레인부문 전무는 “엔진 소음을 분석해 엔진 소음과 반대되는 소음을 출력해 소음을 상쇄하는 엑티브 엔진 캔슬레이션을 적용하는 등 실내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터보 엔진은 시끄럽다는 평가가 이제 옛말”이라고 덧붙였다.

올 뉴 말리부는 실내 센터페시아 버튼을 키워 조작을 용이하게 했다. / 사진 = 배동주 기자
올 뉴 말리부는 휠베이스(앞·뒷바퀴 사이의 거리)를 기존 말리부보다 93㎜ 늘여 여유로운 뒷좌석 공간을 확보했다. / 사진 = 배동주 기자

서울·춘천간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크게 반원을 그리며 회전하자 곧 중미산 초입이 나왔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면서 줄어든 속도에 따라 가벼워진 핸들은 크게 힘들이지 않고 운전할 수 있게 했다. 특히 3세대 6단 변속기는 주행 상황에 따라 민첩하게 반응해 기어가 변속되고 있다는 걸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엔진 소리의 변화에 귀를 기울이고서야 기어비의 차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주행하는 동안 운전석, 조수석 모두 승차감이 좋았다. 차체 롤링 밸런스도 잘 갖춰져 있었다. 다만 회전구간에서 좌석이 운전자를 붙잡아 주지 못하는 점과 브레이크 반응이 늦어 감속에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이밖에 올 뉴 말리부는 다양한 안전운행 보조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운전 중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하자 자동으로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이 작동해 핸들이 조금 묵직해졌다. 이날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위험 상황에서만 작동하는 저속 긴급제동 서비스, 전방 보행자 감지 시스템 등도 신형 말리부에 새롭게 적용됐다.

한편 한국GM은 올 뉴 말리부 1.5ℓ 가솔린 터보와 2ℓ 가솔린 터보 엔진 두 종을 국내에 우선 출시했다.

1.5ℓ 터보 엔진은 5400rpm에서 최고출력 166마력과 2000~4000rpm에서 최대 25.5㎏.m의 토크를 발산한다. 2ℓ 터보 엔진은 캐딜락 CTS에서 성능 검증을 마친 바 있다. 5300rpm에서 최대출력 253마력과 2000~5000rpm에서 36㎏.m의 토크를 낸다. 연비는 19인치 기준으로 복합 10.8㎏/ℓ다.

판매 가격은 1.5ℓ 터보 LS 트림 2310만원, LT 2607만원, LTZ 2901만원이다. 2.0ℓ 터보 모델은 LT 프리미엄팩 2957만원, LTZ 프리미엄팩 3180만원으로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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