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30년 아성’ 붕괴 조짐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5.0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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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6·말리부 인기로 판매량 역전 분위기

현대자동차 쏘나타가 30년간 누린 중형차 시장 지존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쏘나타는 1985년 탄생한 1세대 쏘나타부터 2015년 출시된 7세대 쏘나타 스페셜 에디션까지 30년 간 국내 중형세단 시장 1위를 놓친 적 없다. 르노삼성차와 한국GM이 각각 SM6와 신형 말리부라는 걸출한 중형 세단을 내놓으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 자동차 전문가 상당수는 SM6와 신형 말리부를 가격, 디자인, 연비, 제원 등 여러 측면에서 쏘나타를 위협할만한 차량이라고 평가한다. 신형 말리부와 SM6는 나오자마자 판매량이 폭증하며 쾌속질주하고 있다. 전작 모델과 비교해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판매 속도가 상당하다.

이 같은 위기가 당장 숫자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쏘나타는 지난달 전월대비 14.2% 증가한 8057대 판매됐다. 현대차 포터와 기아차 쏘렌토에 이어 내수 판매 3위에 올랐다. 현대차 4월 내수판매량이 지난해보다 5.7% 역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실적이다. 쏘나타는 여전히 중형차 강자다. 판매량은 올 2월부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웃을 수 없다. 중형차 시장 판도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현대차 쏘나타 판매량은 8446대였다. 같은 기간 4291대 팔려나간 기아차 K5를 2배 격차로 따돌리며 중형세단 판매 1위에 올랐다. 당시 경쟁모델이었던 르노삼성 SM5은 판매량이 2053대에 그치며 경쟁대열에서 이탈했다.

1년 뒤 상황은 급변했다. 르노삼성이 SM5 대신 SM6라는 신차카드를 빼들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날선 외관과 향상된 제원이 소비자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달 SM6는 5195대 팔리며 같은 기간 3888대 판매에 그친 K5를 밀어내고 중형세단 부문 2위에 올랐다. SM6 3월 판매량이 워낙 뜨거웠기에 4월 판매량은 기대치를 다소 밑돌고 있다. SM6는 출시 첫 달인 3월 6751대 팔리며 같은 기간 7053대 팔려나간 쏘나타를 바짝 추격했다. SM시리즈가 쏘나타를 월 판매량 500대 이하로 좁힌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로 인해 SM6가 쏘나타 추월하기에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왔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4월 판매량 하락 이유에 대해 “SM6 고급 사양 모델 수요가 집중되면서 지난달 8.7인치 S-링크 등 부품 수급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5월부터는 SM6가 다시 정상 출고된다. 르노삼성은 사전계약 물량 1만1000대를 포함해 지금까지 SM6 계약 물량이 약 2만7000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SM6 흥행 덕에 르노삼성차는 올해 부산공장 생산 목표를 20만9000대에서 23만7000대로 상향 조정했다.

현대차가 SM6 질주를 조바심 나게 바라보는 사이 그 못지않게 강력한 차종이 지평선 위에 나타났다. 한국GM 중형세단 ‘올 뉴 말리부’가 시동을 건 것이다. 한국GM은 지난달 2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신형 말리부 출시 행사를 갖고 예약판매에 들어갔다. 전작 말리부는 찬밥신세였다. 지난해 4월 말리부 판매량은 1289대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르노삼성 SM5 판매량 절반 수준에 그치며 쏘나타 경쟁상대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특색 없는 디자인과 제원 탓에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았다.

한국GM은 1년 만에 중형차 시장에 권토중래(捲土重來)했다. 9세대 모델로 완전변경된 신형 말리부를 회심의 카드로 내놓았다. 전 트림을 모두 터보 모델로 출시해 쏘나타, SM6와 상품성을 차별화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이제 말리부를 다시 보고 있다. 일평균 1500명씩 사전계약 고객이 몰리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신형 말리부는 출시 나흘 만에 사전계약 대수 6000대를 돌파했다. 구상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신형 말리부의 장점은 차체와 디자인이다. 외관이 전 세대 모델과 완전히 차별화했고 차체는 경쟁 모델보다 길어졌다”며 “그 나물의 그 밥인 국산 승용차 디자인에 권태를 느끼던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추가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중형세단 경쟁의 본게임은 2분기 펼쳐진다. 르노삼성은 7월 SM6 경유(디젤) 모델도 출시한다. 국내에서 디젤차 인기는 공고하다. SM6 판매가 재반등할 수 있다. 한국GM은 여름에 말리부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 기아차 K5도 자존심 되찾기에 혈안이 돼있다. 기아차는 2분기 이후 K5 신규 트림 추가 또는 가격 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중형세단 시장 수요는 일정하다. 쏘나타·SM6·말리부·K5 중 한 모델 판매량이 급등하면 다른 모델 판매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한국GM과 르노삼성 신차 인기가 폭발적으로 뛴다면 쏘나타의 몰락이 현실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쏘나타는 제원과 디자인에 국내 소비자 선호사양을 잘 반영했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쏘나타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며 “다만 쏘나타가 독주할 수 있었던 데는 마땅한 경쟁 모델이 없었다는 점이 한몫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SM6와 말리부가 선전한다면 풍선효과로 쏘나타 판매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형세단 1위 자리를 내준다면 현대차 자존심에 큰 치명타다. 현대차가 연식변경 모델로 대응하고 있지만 완전변경 모델 조기 출시 등 파격적인 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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