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유아인씨! ‘후생가외’입니다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press.com)
  • 승인 2016.05.05 17:37
  • 호수 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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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삼스럽게 인사드리는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그동안 이 칼럼을 격주로 교대 집필해온 김재태 편집위원이 1384호 제작을 끝으로 시사저널을 떠나서 그렇습니다. 그는 시사저널 창간멤버입니다. 지난 26여 년간 시사저널의 발전에 기여한 그를 떠나보내면서 시사저널의 정신을 이어갈 것을 다짐해봅니다. 앞으로 이 칼럼은 제가 매주 쓰게 될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체로 마감날에 이 칼럼을 씁니다. 이번에도 뭘 쓸까 고심했습니다. 시사저널이 문제 제기한 청와대 행정관의 보수단체 집회 지시 의혹 기사가 일단 유력 후보입니다. 허현준 행정관은 법원에 시사저널 1384호 출판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이 문제는 법원의 판단을 보고 난 후에 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 제외했습니다.

이번 호(1385호) 커버스토리도 칼럼 소재로 할까 고민했습니다. 4·13 총선 직전에 세상에 공개된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사건의 의문점을 짚어본 기사입니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의 개입 흔적이 포착됐고 그 과정에 문제점이 보여 기사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문제는 국정원 같은 정보기관은 누가 집권하더라도 국가를 위해 꼭 필요한 조직이라는 점입니다.

우리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불법집단의 지배하에서 고통받고 있는 우리 국민을 대한민국으로 데려오는 것은 국정원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문제 삼은 것은 동기와 방식에 석연찮은 점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면 관계상 여기서 세세한 제작 과정을 다 밝힐 순 없지만, 진실과 국익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오늘 제가 가장 감명받은 글이 있습니다. 출근길에 읽은 페이스북(페북) 글입니다. 요즘 한창 주가를 날리는 배우 유아인씨 관련 내용입니다. 어떤 블로거가 작년 11월6일에 쓴 글이더군요. ‘아름다운 재단’이란 단체에서 양육 시설의 아이들이 최소한의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급식비를 지원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모금 목표 총액은 3억5000만원. 종료 사흘 전까지 목표 총액의 77%인 2억7000만원 정도가 모인 상태였다고 합니다. 바로 그날 저녁 유아인씨가 이 단체에 7700만원과 함께 메일 한 통을 보냅니다. 감동적인 것은 편지 내용입니다. “유명인의 기부와 관련한 기사에 달리는 ‘고작 그것뿐이냐’ ‘이미지 관리용이다’ 같은 악성 댓글을 기부자 스스로가 두려워해서는 안 될 일이지요. 나는 부자이길 원하고, 성공하길 원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유아인씨 나이에 나는 뭘 하고 있었던가.” ‘후생가외(後生可畏)’라는 논어의 가르침이 실감 나면서 저절로 부끄러워졌습니다. ‘이런 글을 왜 언론매체에서는 못 보고 뒤늦게 페북에서 보게 됐는가, 왜 요즘 볼 만한 글은 대부분 페북에 있는가’ 하는 반성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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