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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걸리면 벌금 내야지, 뭐 어떡할 거야”

‘집창촌 성매매 10년’ 장 아무개씨가 말하는 성매매특별법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5.05(Thu) 17:56:14 | 13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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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요, 이 땅에서 자발적·자립적으로 성매매를 해왔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경기 평택시 통복동 윤락가의 ‘아가씨’ 장 아무개씨(41)는 입에 문 담배를 한 모금 깊이 빨았다. 지난 3월31일 헌법재판소에서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합헌’ 결정이 나온 지 20일이 흐른 뒤였다. 그는 “사실 이 결정(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이 동네에서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물론 불법성매매 단속에 걸릴까 봐 공개된 집창촌을 찾는 손님은 줄었다. 하지만 그게 성 서비스에 대한 수요의 감소로 보기는 힘든 상황이란 설명이다. 성노동자들의 단체인 한터전국연합(한터) 강현준 회장은 “성매매에 대한 수요가 여전하기 때문에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로도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수는 줄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28일 경기 평택시 통복동 집창촌 성매매업소 내부의 모습. 지난 3월31일 헌재에서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합헌’ 판결이 나왔지만, 이곳에서 성매매 영업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2012년 7월 화대 13만원에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된 여성 김 아무개씨가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하면서 시작된 성매매특별법 위헌 논란의 쟁점은 ‘자발적 생계형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 여부였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위헌법률심판은 결국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났다. 하지만 이 결정의 정당성과 실효성을 두고 사회 각계각층의 찬반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성매매에 종사해온 사람은 이번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헌재 판결이 나오던 날, 서울 종로구 안국동 헌재 앞에 모인 성매매 여성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강현준 회장은 “이 문제를 들고 유엔 인권위까지 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성매매 종사자는 “그래도 3명의 위헌 판결이 나온 게 어디냐”며 변화의 가능성을 얘기했다.

‘불법이기 때문에’ 성매매를 그만두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차피 벼랑 끝이다.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 지난 4월20일 평택의 한 성매매업소에서 만난 장씨 역시 그랬다. “(성매매 하다가) 단속 걸리면 벌금 내야지. 뭐, 어떡할 거야. 벌금을 내다가 가게 문 닫기 전에 싸워서 이겨야지. 안 그럼 우리 가족 누가 책임져.”

헌법재판소의 자발적 성매매 처벌 규정 합헌 결정이 내려진 3월3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앞에서 한터전국연합 성노동자 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전히 불 밝은 홍등가

4월27일 오전 11시, 평택 윤락가 거리에는 이미 홍등(紅燈)이 들어왔다. 홍등 아래 여성들은 이따금씩 거리를 지나는 차량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었다. 10여 년간 서울 영등포, 인천 부평, 경기 평택·수원 등 집창촌에서 자발적 성매매업에 종사해왔다는 장씨는 “성매매특별법이 합헌 판정을 받았지만 집창촌 골목에서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8년간의 서울 영등포 집창촌 생활을 접고 이곳 평택으로 업소를 옮겼다.

“청량리 텍사스(윤락가)가 철거 대상이 되면서 거기에서 영업하던 성매매 여성들이 영등포로 몰렸어요. 손님은 그대로인데 아가씨들만 넘쳐나니. 게다가 저랑 오래 일하던 포주가 제 돈을 떼먹고 달아나버리면서 아예 영등포 생활은 접고 평택으로 오게 됐어요.”

현재 시행 중인 성매매특별법은 성을 판매한 자와 구매한 자, 성매매를 위해 건물을 빌려주거나 인터넷 홍보 공간을 내준 업자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집창촌들의 규모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4년 정부가 전국에 있는 집창촌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지 1년 반 남짓 시간이 흘렀지만 전국 40여 곳 성매매 집결지에서는 성매매가 공공연하게, 혹은 은밀하게 성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2014년 9월 발표한 ‘2013 성매매 실태조사’(국가 미승인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전업형 성매매 집결지는 44곳이다. 1곳당 평균 42개 업소가 있으며 총 1858개 업소가 영업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업소에 종사 중인 여성 수는 모두 5103명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활동하는 성매매 종사자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도권의 유명 예고 출신인 장씨는 부모님의 반대로 예술대학 진학의 꿈을 접고 ‘○○대학 ○○학과’로 진학했다. 그가 대학 2학년이었던 1996년 아버지의 사업이 크게 흔들리면서 그의 집안은 순식간에 수십억의 빚더미 위에 올라앉게 됐다. 장씨가 룸살롱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룸살롱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난 성매매 브로커를 통해 평택 윤락가에서 성매매를 시작했다.

“처음 평택에 와서는 하루에 잠 4시간만 자고 20시간씩 일했어요. 1년6개월간 일하면서 9개월 만에 5000만원을 벌었죠.” 그가 벌어온 돈으로 어느 정도 집안의 빚이 청산됐을 무렵, 이번에는 아버지가 병환으로 쓰러지셨다. 잠시 성매매 일을 그만뒀던 장씨는 집창촌으로 다시 돌아왔다. 성매매는 그만 바라보는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져주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여기 있는 애들 재산이 몸뚱이밖에 없어요. 몸 팔아서 쉽게 번 돈으로 명품 사고 수술하고 사치 부리고 다니는 거 아니냐고 비난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애들은 일부예요. 특히 집창촌에 있는 아가씨들은 30대 중후반이 많아요. 딸린 식구도 많고, 지고 있는 빚도 많고, 이 나이에 어디서 다른 기술로 돈을 벌 수 없는 신세들이에요.”

“성매매특별법이 생긴 이후 이게(성매매) ‘불법’이 됐잖아요. 그러니까 변태업소가 생기고 아가씨들도 오피(오피스텔 성매매를 가리키는 은어)나 해외로 내몰렸어요. 이런 곳이 페이(pay)가 더 센 이유가 있어요. 돈이 필요해서 그런 곳에서 일하다 폭행당해서 병원에 입원한 동생도 있어요. 외국은 더 무섭죠. 가면 못 돌아와요.” 최근 오피스텔, 유사성행위업소 등을 통해 은밀하게 이뤄지는 성매매는 경찰의 단속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성매매 종사자 입장에서도 예기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이 많다는 것이다.

경기도 평택시 통복동 집창촌의 성매매 종사자 장 아무개씨. 4월28일 촬영. ⓒ 시사저널 최준필


“나체 사진 찍는 성매매 단속, 인간적 모멸감”

장씨는 헌재 판결 이후 단속의 위험이 있는 집창촌 대신 은밀한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들이 많아졌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 성매매특별법의 부정적인 효과로 우려했던 ‘풍선효과(범죄의 단속으로 인해 뜻하지 않게 다른 방향으로 범죄가 표출되는 현상)’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터는 3월31일 헌재 판결 이후 “포기하지 않고 다른 싸움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강현준 회장은 “성매매 단속 시 단속 대상자들을 나체 상태로 사진을 찍는데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국가인권위 및 유엔 인권위에 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매매를 적발하려면 실제 현장에서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경찰 단속반은 보통 집창촌 주변에 매복해 있다가 영업소에 손님이 들어가는 게 포착되면 급습해 현장적발을 한다. 문제는 증거물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방식이 사용되는 셈이다.

현장 적발 시 가장 확실한 증거물로 단속 대상자들의 나체 사진을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한 성매매 종사자 여성은 “심한 경우 저하고 손님한테 성매매 상황을 재연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며 “아무리 제가 성매매를 업으로 삼고 있다 해도 정말 부끄럽고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이수연 국가인권위원회 여성인권팀장은 “단속의 불가피성을 따져봐야 하지만 단속방식에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처벌이나 단속과 기본권 침해는 엄연히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매매특별법이란 


지난 2004년부터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매매피해자보호법)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이다. 이를 위반한 경우 성을 판매한 자와 구매한 자 모두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소원이 제기된 조문은 성매매특별법상의 성매매처벌법 제21조 제1항이었다.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와 ‘제7조 제3항을 위반한 사람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헌재 재판부는 3월31일 “성행위는 개인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사적(私的) 영역이지만, 그것이 외부로 드러나 사회의 건전한 성 풍속을 해칠 때는 마땅히 법적 규제를 받아야 한다”며 재판관 6 대 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자발적 성매매도 처벌 대상’이라고 본 이번 헌재의 결정에 따라 2014년부터 정부와 경찰이 각 지자체와 손잡고 공표한 ‘집창촌 폐쇄’ 움직임도 힘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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