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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장묵의 테크로깅] 투명한 유리에서 정보가 주르르 쏟아진다

삶의 구석구석을 스마트한 유리가 보여주는 2030년 미래 세상

강장묵 |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ㅣ . | 승인 2016.05.05(Thu) 18:36:10 | 13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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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봄날 아침. 40대 가장인 교빈은 눈을 떴다. 오전 6시다. 잠깐 사이 엷어지는 어스름을 물리치는 태양이 뜬다. 침실로 고요하게 깃든 태양을 보자, 벽에 불이 들어온다. 태양열 침실 벽은 빛에 반응하면서 전기를 축적하고 작동하는데, 빛을 받으면 알람이 울리게 설정했다. 벽은 전기를 생산하는 투명한 유리(photovoltaics glass)로 되어 있다. 빛이 닿자 천지개벽이라도 일어나듯 벽지가 코발트 파란 빛깔로 바뀐다.

 

기분 좋게 눈을 뜨고 일어나 가장 먼저 LCD 텔레비전 유리를 터치한다. 날씨·온도·풍속·주요 뉴스 등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데, 벽과 텔레비전 사이에 경계가 없다. 텔레비전이 벽 속으로 들어가고 벽은 투명 유리로 바뀐 지 오래다. 가끔 벽에 못질을 하고 벽걸이용 TV를 설치하던 옛날이 떠오르곤 한다.

 

스마트 글라스는 안경부터 태블릿, 자동차, 건물 등 우리 삶 곳곳에서 정보를 제공하며 삶의 질을 바꾼다. ⓒ AP 연합

 


삶의 영역 곳곳서 마주하는 유리의 놀라움

 


아내는 아직 덜 깬 잠을 쫓으려고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양치를 시작한다. 건축물 속에 스며들어 있는 디스플레이(architectural display glass)는 아내가 거울 앞에 서자 친구가 보낸 아침 메시지를 보여준다. 오늘 브런치를 같이 하잔다. 친구의 글귀 옆으로 키보드가 보인다. 아내는 거울 속 키보드를 검지로 미끄러지듯 터치하는데 ‘오전 브런치 약속’에 대한 확약 문자가 자동으로 전송됐다.

 

교빈은 아침을 차리러 부엌으로 나왔다. 냉장고를 열고 가지를 꺼내 도마에 올려놓자 도마 위 화면에는 가지를 자르기 쉽도록 안내해주는 표식이 들어온다. 교빈은 가지를 잘라 볶는다. 불의 강약 정도가 동그라미로 안내된다. 화면을 보고 검지를 회전하면 된다. 살림살이는 유리로 구성돼 투명하며 사용설명서나 버튼은 필요할 때 표시가 된다. 사용자와 기계 간의 소통은 거침이 없었고 한눈에 보아도 딱딱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되는 모습이다.

 

교빈은 메모리 거울(memory mirror) 앞에 섰다. 오늘 일정이 거울에 나타나더니 그에게 적합한 옷을 추천해준다. 메모리 거울은 실제 그의 모습과 여러 종류의 옷을 입은 모습을 겹쳐 보여준다. 이젠 옷을 바꾸어 입으며 거울 앞에 서지 않아도 된다. 오늘은 병원에서 원격 회의를 마치고 딸아이의 현장학습에 동참하는 날이다.

 

기분 좋게 차에 앉자 자동차의 대시보드가 기분에 맞는 색으로 바뀐다. 대시보드 전면은 자주색으로 변하고, 2016년에 사망한 프린스의 곡이 연주된다. 대시보드는 아주 견고한 유리로 만들어졌는데, 운전자의 시선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정보들이 필요할 때마다 톡톡 물방울처럼 올라오는 자동차 헤드업 유리(automotive head-up display glass) 기술이 적용되었다. 차량 윈도를 살짝 터치하고 시동을 켰다. 사생활 보호 모드로 바뀐 차량은 디지털 커튼이 쳐져 바깥에서 안을 볼 수 없게 했다. 차 안에서 그는 오늘 병원 회의에서 다룰 환자의 상태를 점검한다.

 

어제 입원한 뇌종양 환자에 대해 의료적 조언을 주기 위해 회의실에 도착했다. 미국 하와이에 있는 환자는 실제 4D MRI에 누워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모든 유리는 항균유리로 제작되어 안전하다. 반응에 민감한 터치 패드에 손을 대자 그의 코앞에 실제 환자가 누워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환자에게 다가가 환자 머리 부분의 단면을 가볍게 터치하자 4D MRI 영상 단층 사진이 벽면 유리(architectural surface glass)로 이동한다. 교빈은 종양의 크기와 상태를 확인하고자 손가락으로 이미지를 확대했다. 환자 머릿속 종양을 3D나 4D로 최적화해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그의 설명이 끝나고 잠시 후 투명 유리 뒷면으로 하와이 종합병원의 의사 브랜든이 환자의 상태를 말해준다. 여러 가지 데이터가 벽을 통해 투영되는데 유리 광섬유(glass optical fiber) 기술 덕분이다. 교빈은 환자의 뇌사진, 신체 신호, 뇌파 등 여러 데이터를 한눈에 보여주는 유리벽(wall format display glass)을 꼼꼼히 살핀 후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는 의학적 소견을 말하고 환자의 다음 스케줄을 잡는다.

 

사물인터넷·빅데이터·웨어러블 등 구현


업무를 마친 뒤에는 딸아이의 현장학습 장소로 이동했다. 공룡을 견학할 수 있는 현장학습 장소는 보기에 그냥 평범한 공원처럼 보인다. 나무가 있고 개울이 있으며 예쁜 꽃이 있다. 어디에도 쥐라기 시대의 공룡이나 익룡이 나타날 것 같지 않다.

 

딸아이는 조심스럽게 구글 글라스를 쓰고 스마트 태블릿을 꺼냈다. 구글 안경은 투명 유리와 카메라로 제작돼 있다. 딸아이가 물었다. “숲 속 덤불에 핀 꽃이 궁금하다”고. 이내 교빈의 스마트 태블릿이 활성화되고 그 꽃에 태블릿을 비췄다. 태블릿에서는 꽃의 학명과 특징, 주요 서식지 등에 대한 정보가 빼곡히 나왔다.

 

태블릿을 들자 화면 가득 공룡이 등장한다. 딸아이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공룡을 쫓아 태블릿을 돌렸다. 그러자 갑자기 빠르게 달리던 공룡이 사라졌다. 잠시 후 부녀는 등이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순간 놀라서 태블릿을 들어 뒤편을 비추자 쥐라기 시대의 공룡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입을 벌리고 있다. 딸아이는 놀라 보던 태블릿을 들고 도망친다. 이 모습은 표정 하나까지 고스란히 구글 글라스로 녹화되고 있다. 공원에서의 현장체험은 실세계와 가상세계가 결합된 쥐라기 시대의 스토리로 가득하다. 곳곳을 걸으며 다양한 쥐라기 시대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다.

 

이처럼 2030년대에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웨어러블, 초연결 사회 등의 개념이 실제 구현된 형태로 돌아가는 세상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 같은 하나의 제품이 나오면 이것 때문에 변할 수 있는 새로운 미래상을 그려볼 수 있다. 그러나 각 제품에 스며들어 있는 개별 소재와 기술들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하다. 스마트 글라스는 안경처럼 쓸 수도 있지만 건물 외장재의 거대한 유리로도 쓰일 수 있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당부분은 유리로 구성될 것이다. 광케이블로 구성된 물리 네트워크 역시 유리가 소재다. 거리나 건물의 벽 또는 책상에 설치된 투명 유리는 필요에 따라 색을 바꿔가면서 때로는 광고를, 때로는 정보를 줄 것이다. 이들은 삶의 영역 곳곳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지만 결국 유리 가공 기술과 관련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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