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시장 현대제철 참여로 지각변동
  • 원태영 기자 (won@sisapress.com)
  • 승인 2016.05.1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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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1위 세아그룹 타격 불가피
현대제철이 생산한 특수강 봉강. / 사진=현대제철

특수강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그 중심에는 현대제철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동부특수강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2월부터 본격적인 특수강 생산에 돌입했다. 이에 국내 특수강 시장 점유율 1위인 세아베스틸은 해외 시장 공략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수강은 주요 수요처인 자동차,조선 산업뿐만 아니라 우주항공·로봇·특수기계 등 고강도·고내구성을 요하는 핵심부품에 사용되는 철강 소재다. 현재 특수강 산업은 철강업계에서 ‘마지막 남은 효자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철강에 비해 생산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특수 기계 등 활용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강은 공정별로 쇳물을 봉강과 선재로 만드는 1차 공정, 봉강 및 선재를 세부 가공하는 2차 공정으로 나뉜다. 그동안 특수강 시장은 세아그룹의 세아베스틸과 세아특수강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1차 공정업체인 세아베스틸은 지난해 국내 시장점유율이 약 50%에 달했다. 2차 공정업체인 세아특수강 역시 국내 시장점유율 40%에 육박한다.  

특수강으로 만든 엔진부품. / 사진=세아베스틸

현대제철이 특수강 시장에 들어서면서 시장 판도는 바뀔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2014년 4월 특수강 공정 진출을 선언하고 특수강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10월 세아홀딩스를 제치고 동부특수강(현 현대종합특수강) 인수에 성공했다. 올 초엔 충남 당진제철소 옆에 특수강 공장을 완공했다.

2월 상업생산을 시작한 당진 특수강공장은 3월 탄소 및 합금강 강재에 대한 KS 인증도 취득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선재 40만톤, 봉강 60만톤 등 총 100만톤을 생산해 현대종합특수강에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종합특수강은 현대제철에서 공급받은 선재와 봉강으로 연간 45만톤에 달하는 자동차용 부품, 소재를 생산해 현대·기아차에 납품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이 특수강 시장에 진입하면서 세아베스틸과 세아특수강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다. 세아베스틸의 현대·기아차 의존도는 전체 매출의 25%에 달한다. 세아특수강도 경쟁사였던 동부특수강(시장점유율 20%)이 현대제철에 넘어가면서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세아그룹도 내수 물량 감소에 대비해 수출 물량을 늘리고 수요처를 다변화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유럽, 미주 등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에너지용 강재와 고급 자동차용 부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10%대인 해외수출 비중을 2018년까지 최대 2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태성 세아베스틸 전무도 올해 초 열린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특수강 수출 비중을 장기적으로 2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이 특수강 사업에 본격 나서면 내수 확대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세아베스틸은 최근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를 상대로 소량 납품하기 시작했다. 

세아베스틸은 에너지·건설·기계·조선 등으로 수요처도 다변화 할 방침이다. 특히 에너지용 강재 등 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을 늘려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세아특수강도 해외 출하(직수출+해외공) 비중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출하 비중이 내년에 3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며 “세아특수강은 그간 경쟁사 진입 리스크를 방어하고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수출 증대와 해외 생산 기지 확대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세아그룹이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철강재 공급과잉의 장기화와 나라별 반덤핑 규제 강화 등으로 수출저변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현대제철이 후판생산을 시작하면서 당시 후판을 주력으로 생산하던 동국제강이 어려워진 것처럼 세아그룹 역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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