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물이 돈이다
  • 황의범 시사비즈 기자 (hwang@sisabiz.com)
  • 승인 2016.05.12 17:47
  • 호수 1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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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물 산업 국내 화학·건설·중공업 업체, 기술력 내세워 세계 시장 공략

한국 물 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물 시장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는 탓이다. 국내 기업들은 비록 시장엔 늦게 진입했지만, 탄탄한 기술력을 내세워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에 화학과 건설 중심으로 국내 기업 상당수가 물 산업 육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이나 수처리 필터 제조 같은 특정 물 산업 시장에선 국내 업체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화학·건설·중공업 업체들이 기술 개발과 인수·합병 전략에 집중하며 시장 점유율을 착실히 늘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을 계기로 이란 플랜트 시장이 새로 열리면서 해수담수화 부문의 추가 성장이 기대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업계가 이제 발걸음을 뗐으니 성장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입을 모은다. 

영국의 물 전문 리서치 기관 ‘GWI’는 지난해 세계 물 시장 규모를 6000억 달러로 추정한다. 참고로 2014년 세계 반도체 시장이 3331억 달러 규모다. 물 시장이 반도체 시장의 2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세계 기후 변화 탓에 수자원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세계 물 시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GWI는 세계 물 시장이 오는 2018년 6890억 달러, 2025년엔  9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두산중공업은 아랍에미리트 등 120개국에서 8500여 개의 해수담수화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 두산중공업


현재 국내 기업 세계 물 시장 점유율은 1.6%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베올리아(Veolia)’ ‘수에즈(Suez)’ 등 세계 주요 15개 물 기업이 전 세계 물 시장의 51%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물 소비자 4억9000만명이 상위 15개 기업 고객이다. 프랑스 업체 베올리아는 지난해 33조원을 웃도는 매출을 일으켰다. 영업이익은 4조원에 육박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다국적 업체 수에즈는 매출 20조원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은 물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 기업은 세계 물 시장의 1.6%(2013년 기준)를 점유해 현재 세계 9위에 불과하다. 태동기와 다를 바 없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성장잠재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심과학 한국수자원공사 미래전략실 팀장은 “베올리아는 물 산업에 뛰어든 지 100년이 넘었다”며 “국내 기업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낮은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비록 세계 시장 점유율은 낮지만 기술력은 탄탄하다. 국내 업체 기술력은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 받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댐·정수장 등 물 관리 부문에서 57개 사업(851억원 규모)을 완료했다. 또 13개국에서 18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규모는 1조3600억원에 이른다. 해수담수화 등 일부 시장에선 한국 기업이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GWI가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 부문에서 세계 점유율 55%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시장이 갈수록 커지자 국내외 업체들도 물 산업 투자를 앞다퉈 늘리고 있다. 특히 국내 화학업계의 행보가 돋보인다. 국내 화학업계 1위 업체인 LG화학은 2014년 미국 필터 업체 ‘나노H2O(NanoH2O)’를 2억 달러를 주고 인수했다. 같은 해 400억원을 들여 충북 청주에 수처리 필터 제조공장을 완공했다. LG화학은 공장 가동 직후 이집트 등 5개국 8개 해수담수화 프로젝트에 수처리 역삼투압(RO) 필터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LG화학은 올해 2호 라인을 증설하고 수처리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롯데케미칼도 3월 주주총회에서 수처리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등 수처리 산업에 대한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하·폐수 처리용 멤브레인 바이오리엑터(MBR) 공정방식을 통한 수처리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MBR 방식은 미생물로 폐수를 1차 정수하고 미세한 분리막으로 2차 정수하는 사업이다. 국내 섬유소재 업체들은 신소재를 개발해 수처리 분리막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효성은 신소재인 폴리케톤으로 분리막을 만드는 등 친환경 정수 시스템 기술을 확보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분리막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충북 청주 역삼투압(RO) 필터 공장에 설치된 실험 라인에서 LG화학 임직원들이 수처리 RO 필터 제품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 LG화학


“수자원공사 등 국내 물 산업, 이제 시작 단계”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부문에서는 국내 건설사와 중공업 업체가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활약이 특히 돋보인다. 두산중공업은 120개국 8500여 개 해수담수화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을 계기로 이란 도로도시개발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6억 달러 규모 모크란 담수·발전 플랜트 공사를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호주·아랍에미리트 등에서 하·폐수 설비와 해수담수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도 중동 지역과 동남아에서 발전과 해수담수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도 국내 물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정부는 대구 국가산업단지에 ‘국가 물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2018년 완공 예정인 클러스터 산업단지는 기술 개발부터 해외시장 진출까지 국내 물 산업체들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정부는 클러스터 입주 업체에 보조금 지급, 세금 감면 등 혜택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심과학 팀장은 “한국수자원공사를 비롯한 국내 물 산업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그럼에도 국내 업체들이 잇달아 수주를 따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험이 쌓이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 기업들이 차지하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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