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 버핏이 애플 주식을 샀다고?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5.17 20:10
  • 호수 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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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에 대한 이해가 투자 결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 내게는 너무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내가 반도체나 집적회로에 대해 아는 건 아마도 풍뎅이의 교미습관에 대한 것만큼 정도일 것이다.” 


-워렌버핏, 2008 출간된 그의 전기 <워렌버핏과 인생경영> 중에서 발췌


애플에 투자했다고 주목을 받는 워렌 버핏. 그런데 그의 직접 투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 (사진=연합뉴스)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이 2008년 출간된 자신의 전기 <워렌버핏과 인생경영>에서 한 말이다. 버핏은 평소 그가 충분히 이해하고 잘 아는 것에만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핏이 IT 기업에 투자한 건 IBM이 유일하다. 미국 금융계에선 IBM에 대한 버핏의 투자가 지난 5년 간 미국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다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이번 애플 투자는 그가 처음 IBM에 투자를 시작한 2011년 이후 5년만의 IT 기업 투자인 셈이다.

 

게다가 그는 과거 애플에 대해 부정적인 투자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2012년 그가 IBM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이후 “IBM에는 투자하면서 왜 애플엔 투자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IBM이 잘못될 가능성이 구글이나 애플이 잘못될 가능성보다 더 작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은 유명하다. 

 

 

올해 86세인 버핏이 갑작스럽게 IT 산업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걸까. 지난 5월1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에 따르면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애플 주식 981만주를 취득했다. 이는 금액으로 10억7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2600억원에 달한다. 승승장구하던 애플이 사상 첫 실적 하락을 기록한 가운데 나온 버핏의 투자 소식은 국내외 투자관계자들의 눈과 귀를 번쩍 띄게 했다. (연합뉴스 ‘버핏의 변심?…애플·야후 'IT기업 사랑' 시작됐나’)

 

과연 버핏의 판단은 그의 판단일까. 버핏의 유명세를 타고 애플에 대한 기대감이 바짝 올라간 모양새지만 이번 투자는 버핏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는 그가 이번 투자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애플 투자 소식이 전해진 직후 버핏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자신의 경영 후계자인 토드 콤즈와 테드 웨슬러가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미국 메릴랜드대 경영전문대 데이비드 카스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지에 “투자 금액의 규모를 봤을 때 콤즈나 웨슬러가 즐겨하는 규모”라며 “버핏 회장이 직접 관여한 투자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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