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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웃이 테러리스트인지 의심하라!

IS 조직 6개월 잠입 취재 다큐에 프랑스 큰 반향 일어

최정민 파리통신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5.19(Thu) 13:59:25 | 13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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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의 전사들(Soldats d’Allah)’.

지난해 말까지 실제로 존재했던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의 이름이다. 이 조직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5월2일 프랑스 민영 케이블 방송사 ‘카날플뤼스’에서 방영한 동명의 다큐멘터리 때문이다. 유료 케이블 채널에 방영돼 시청이 제한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은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한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대한 취재가 아니다. 기자가 신분을 숨기고 이슬람 무장 조직의 심장부에 들어가 무려 6개월간 취재한 것이었다.

극단주의자 단체인 ‘알라의 전사들’은 중동 사막의 한복판이나 수니파 무장 조직인 다에시(IS의 아랍식 명칭)의 수도 락까가 아니라 프랑스 한복판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살고 있는, 우리의 이웃일지 모르는 그들이 왜 수개월 만에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돼 최대한의 살상을 감행하려 드는지 그 원인을 파악하고자 했다.” 카날플뤼스 간판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스페셜 인베스티게이션’의 제작자인 스테판 오만의 말이다. 그는 성역 없는 보도와 철저한 독립성으로 호평과 우려를 동시에 받는 인물이다.

<알라의 전사들>에는 프랑스 땅에서 이슬람 조직이 어떻게 설계되고, 테러 준비를 하는지,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15년 6월, 카날플뤼스의 29세 기자는 ‘사이드 람지’라는 이름으로 잠입 취재를 시작했다. 처음 한 달간은 모스케(이슬람 사원)를 드나들었지만 테러리스트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에선 오히려 다에시라는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경계심을 샀다. 모스케 주변엔 늘 경찰차가 있었으며, 사원을 찾는 사람들이 카메라를 의식했다.

람지가 다에시에 우호적인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접촉하게 된 것은 페이스북에서였다. 그가 다에시에서 선호하는 이미지들로 페이스북 프로필을 장식하고 몇몇 소모임에 가입하자 적지 않은 극단주의자들이 인터넷으로 접촉해왔다. 그중 가장 적극적이었던 인물은 그에게 텔레그램으로 연락할 것을 요구했다. 람지는 “텔레그램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아무런 여과 없이 의견을 나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고 말했다.

알라의 전사들의 예고편

 



‘종교적 급진화’, 자살·마약중독처럼 일반화

텔레그램에서 만난 극단주의자 아부 오사마의 제안으로 람지는 파리 샤토루즈에 위치한 이들만의 근거지를 방문하게 된다. 오사마는 2015년 2월 테러 의심자로 지목돼 프랑스 경찰에 검거된 뒤 5개월간 파리 근교의 프렌 교도소에서 복역한 전과가 있었다. 람지 기자는 “프랑스 한복판에 위치한 성(聖)앙드레 성당에서 지하디스트를 정기적으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고 말했다. 

람지가 파악한 이들 조직의 구성원은 8~9명이었다. 그들의 국적은 유럽에서 시리아까지 다양했다. 시리아의 다에시 군으로, 자신의 SNS에 중화기(重火器)로 무장한 사진을 자랑스럽게 올리는 튀니지 청년, 절도 혐의로 경찰의 수배 선상에 오른 프랑스 청년, 시리아로 떠나는 게 꿈인 벨기에 청년, 기독교에서 개종한 코트디
부아르 청년 등이 있었다. 

‘알라의 전사들’의 리더 격이었던 아부 오사마의 아버지는 람지와의 인터뷰에서 “마약과 도둑질은 감시할 수 있었지만, 인터넷으로 극단화되는 것은 감시할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프랑스에선 인터넷에 올라온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관련된 영상과 자료는 삭제되며 배포자 역시 처벌받는다. 사이버범죄 감시국 소속의 요원 10여 명이 이 작업을 담당한다. 그러나 람지의 보도에 따르면, 인터넷상에서 극단주의 관련 자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단순한 홍보 영상은 물론 폭탄 제작법, 자폭용 조끼 제작법에 대한 정보도 존재한다. 람지는 “인터넷상의 극단주의 관련 자료들이 주로 아랍어로 이뤄져 있지만 사이버범죄 감시국에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니콜라스 뒤비나스 사이버범죄 수사팀장은 “구글 자동번역으로도 내용은 충분히 파악된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텔레그램에 대해서도 “정보기관과 공조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마케팅이다”라며 “텔레그램 경영진에 공조 요청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텔레그램의 개발자 파벨두로프는 2015년 미국 IT컨퍼런스인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의 대담회 중 “테러리스트들이 텔레그램을 주로 이용한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에겐 개인 정보 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두로프는 파리 테러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테러의 책임은 프랑스 정부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파리 연쇄 테러로 피해를 봤던 ‘카리용’ 카페가 핏자국과 총탄자국을 깨끗이 없애고 다시 문을 연 모습. 카페 앞이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 AP 연합

 佛, 굵직한 행사 앞두고 테러 공포 확산


평소 ‘알라의 전사들’ 조직원들에 대한 람지 기자의 평가는 “웃기는 보스”에 “우스운 갱 조직”이었다. 하지만 시리아 다에시의 수도 락까에서 연락이 온 뒤부터 조직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들은 11월13일 파리 테러 발생을 전후해, 이 사건과는 또 다른 지령을 두 차례에 걸쳐 시리아로부터 전달받는다. 지령은 지정된 장소에서 니캅(눈만 보이도록 몸 전체를 가리는 이슬람 여성복장)을 두른 여성으로부터 쪽지를 통해 전해 받았다. 그 쪽지에는 놀랍게도 테러에 대한 준비와 계획이 세세히 담겨 있었다.

실제로 11월13일 일어난 파리 테러 당시 람지 기자는 ‘알라의 전사들’이 테러를 주도한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고 한다. 테러 직후 조직원들은 대부분 검거됐다. 프랑스령(領)에서 유일하게 검거를 피한 ‘조제프’라는 가명의 조직원은 람지에게 살해 협박 문자를 보냈다. 람지의 취재는 여기서 막을 내린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지난해 “프랑스령 영주권 취득자를 포함한 1400여 명의 프랑스인이 시리아나 이라크 지하디스트 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중 750여 명은 현지에 체류한 경험이 있거나 체류 중이며, 410명은 현지에 잔류했고 260명은 되돌아왔으며 80명은 현지에서 사망했다는 것이다. 테러 발생 이후 프랑스는 새로운 테러 위협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종교 문제 관련 전문가이자 정신분석학자인 페티 벤슬라마는 다큐멘터리 <알라의 전사들>에서 아부 오사마의 사례를 두고 “이젠 ‘종교적 급진화’는 자살이나 마약중독처럼 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극단적인 선택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프랑스는 최근 개막한 프랑스 칸 영화제는 물론 6월에 열릴 유럽컵, 프랑스 오픈 테니스, 투르 드 프랑스 사이클 경기까지 대규모 행사들을 앞두고 있기에, 프랑스 정부 역시 그 위험성을 인정하고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프랑스 국민들 역시 이 같은 국가적 분위기 아래 국가 비상사태 연장에 동의했으며, 올랑드 정부는 테러 직후와 같은 톤으로 경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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