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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은 왜 여성혐오범죄가 됐나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5.19(Thu) 18: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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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8일 트위터에 새로운 계정이 하나 생겼다.

 

‘강남역 살인사건 공론화’(@0517am1)

5월 17일 새벽 1시 강남역 유흥가에서

23살 대학생이 여성혐오 묻지마 살인으로 살해 당하였습니다.

이 사건이 묻히지 않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강남역살인사건 #여성혐오묻지마살인

 

 

수많은 시민들 이에 응답했다.

19일 현재 8000회가 넘게 리트윗되며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돼나갔다. 

서울 서초구 강남역 10번출구엔 피해자를 애도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강남역 10번 출구 외벽에는 포스트잇 수백 개가 붙었다. 

 

 

 

지난 5월17일 30대 남성 김아무개씨가 강남역 10분출구 인근 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전혀 안면이 없는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범행 후 달아난 김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쯤 현장 인근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평소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했다”

 

경찰에 체포된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최초 보도될 당시 ‘묻지마 살인’이란 제목으로 보도됐다.

‘묻지마 살인’은 일반적으로 피의자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저지른 범죄로 규정된다.

 

하지만 일부 여론은 여성혐오적 발언을 담은 김씨의 경찰 진술을 근거로 

“김씨가 범행 동기를 구체적으로 밝혔다”며 

이번 사건을 ‘묻지마 살인’ 아니라 ‘여성혐오범죄’라고 보고있다.

 

 

 

“여성 폭력·살해에 이제 사회가 답해야 할 차례” 

-‘강남역 살인사건 공론화’(@0517am1)-

 

이런 움직임은 온라인 SNS를 타고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있다.

 

그리고

점차 여성혐오를 둘러싼 젠더(gender) 이슈를 품은 공론으로 확대됐다.

 

지금, 온라인, SNS는 이 사건의 본질을 두고 와글와글하다.

 

“나는 오늘도 우연히 살아남았다”

“여자로 태어난 게 잘못인가”

 

‘여성혐오’ 에 대한 경계심은 

일부 젠더에 대한 차별적 발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남충이 또…” (* ‘한남충’은 ‘한국남자’와 벌레를 뜻하는 ‘충(蟲)’의 합성어로 한국 남성을 낮잡아 이르는 말​)

“살아男았다”

 

“알려진 대로 ‘묻지마 살인’ ‘여성혐오 살인’으로 단정짓기는 (아직까지는) 어렵다”

-서울 서초경찰서, 5월18일-

 

경찰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2008년부터 정신분열증·공황장애 등으로 4차례에 걸쳐 입원한 기록이 있음이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는 18일 “알려진 대로 ‘묻지마 살인’ ‘여성혐오 살인’으로 단정짓기는 (아직까지는) 어렵다”고 밝혔다.

 


“피의자 진술 하나만으로 해당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몰아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피의자 진술의 일부를 토대로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단정짓는다면 

수사 중인 사건의 본말이 전도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이번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성’이라는 약한 상대를 선택했다고 하는 그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남성과 여성간의 대결 개념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사건의 본말이 전도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5월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남성 여성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각 집단이 ‘혐오’로 대응하는 방식 경계해야 한다.

개인의 생각을 SNS에 쉽게 표출하게 되면서

공동의 것으로 확대생산됨에 따라 

남녀 양성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차선자 교수 (한국젠더법학회학회장)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히려 남성혐오 분위기를 만들어선 안된다.”

 

- 트위터 gab** 

 

 

 

피의자가 한 진술은 자신이 저지른 살인행위에 대한 동기 중 하나이거나, 

당장에 처한 상황을 단순한 변명일 수 있다. 

 

여성혐오범죄냐, 

원한관계에 의한 살인이냐, 불특정 다수를 향한 개인적 분노를 표출한 묻지마 살인이냐

이를 규정하기 위해선 범행의 동기에 대한 정확한 규명이 필요하다.

피의자 주변인 수사와 피의자가 범행 직전까지 처해있던 상황 등에 대한 종합적 수사가 이뤄져 판단돼야하는 문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번 일로 인해 우리 사회에 ‘무엇이 촉발됐느냐’다.

 

“평소 사회적 불만을 내면으로만 쌓고 지내던 사람이 SNS나 온라인을 통해 여성혐오적 발언을 자주 접하게 되면 그의 생각과 행동은 그 방향으로 각성하게 된다. 현실과 머리 속의 괴리, 바로 정신분열이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평소 그가 여성혐오자는지, 정신병자였는지 단정짓기에 앞서 무엇이 그를 이런 괴물로 만들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번 사건의 근본적 요인은 우리 사회에 공공연하게 존재하는 차별적 젠더의식과 여성혐오주의적 사고를 무분별하게 공유하고 확대재생산하는 온라인․SNS 문화일지도 모른다.“

-배상훈 서울디지털 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과도로 추정되는 칼로 생면부지의 여성을 살해한 사건. 지금 시점에서 이 사건을 ‘여성혐오범죄’라 규정하는 것은 무엇이 사실인지와는 별개로 이뤄진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주의 깊게 봐야할 것은 이 사건으로 인해 터져 나온 우리 사회의 고름이다.

 

많은 누리꾼들이 ‘여성혐오’라는 키워드에 반응하고 많은 호응을 보내는 것은 

결국 이 이슈에 대한 동질적 의식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여성혐오범죄’라고 섣불리 단정지을 순 없다 해도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적’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없지 않다는 인식이 이번 사태의 여론을 움직여 가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여성증오․혐오집단에 대한 문제 인식을 공유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 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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