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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으로 향하는 번영의 시대가 와야 한다”

<번영학> 출간한 이형구 前 노동부 장관 인터뷰

안성모 기자 ㅣ asm@sisapress.com | 승인 2016.05.20(Fri) 18:12:24 | 13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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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발 시대가 지나고 신자유주의 시대가 무너졌다. 이제는 행복으로 향하는 통로가 될 번영의 시대가 와야 한다.”

 

이형구 전 노동부 장관이 <번영학>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총 556쪽에 달하는 두툼한 책이다. 이 전 장관은 이 책을 통해 번영학이 경제학의 한 분파 학문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를 모색했다. 행시 14회로 공직에 진출한 이 전 장관은 경제기획원 차관을 지낸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한국산업은행 총재와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후 아주대 석좌교수와 세종대 교수로 활동했다. 현재 사우디지식기반경제연구단 운영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어…실제 혁신 일어나야”

 

이 전 장관이 ‘번영학’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내놓게 된 데는 2008년 발생한 리먼브러더스 사건이 계기가 됐다. 160년 역사를 자랑하던 리먼브러더스가 하루 아침에 몰락하자 전 세계는 금융위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전 장관은 미국의 자금 살포 정책을 통한 시장의 왜곡이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를 망가뜨렸다고 봤다.

 

“개발경제 시대는 지났지만 개발경제학의 ‘발전 의지’는 여전히 중요하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경우도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지금도 필요하다고 본다. 번영학은 이 둘을 합쳐 번영을 가져오기 위한 정책 논리를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번영의 국정운영 전략을 모색하는 학문이다.”

 

이 전 장관은 한국의 지난 30년을 경제 우선의 개발경제시대, 시장 우선의 시장경제시대, 정치 우선의 정치민주화시대 그리고 혼돈의 국정운영시대로 구분했다. 2000년대 이후를 혼돈의 국정운영시대로 구분한 점이 눈에 띈다. 이 전 장관은 김대중·노무현 정권뿐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명박 정권의 경우 “경제 대통령이라고 하면서 한 게 뭐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현 박근혜 정권에 대해서도 “국정 운영에 있어 혁신을 이룬 게 없다”고 평가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0여 년 여야 권력 이동과 관련해 “좌우뿐만 아니라 상하로 왔다 갔다만 했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노동 개혁에 대해서도 “말뿐이고 행동이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뤄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국정운영의 최우선 지향가치로 국민행복을 꼽았다. 2015년 기준 세계은행의 행복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143개국 중 118위에 머물렀다. 반면 자살률은 세계 3위에 올랐다. 이 전 장관은 “믿기 힘든 조사 결과에 의아함과 허탈함이 앞서지만 이것이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국민행복이라는 주관적 가치를 어떻게 객관화하고 현실 정책에 담아낼 수 있을까. 이 전 장관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제 국정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부터 혁신해야 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이를 아우르려면 교육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헐뜯고 남 탓하는 사회 갈등 해소해야”

 

이 전 장관은 국민행복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이 근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삶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행복 가치를 객관화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개념이 소득 수준의 향상이다”며 “이러한 소득 수준의 향상은 근본적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 경제의 기상도는 맑음보다 흐림을 가리키고 있다. 계층 간의 갈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노인 계층의 복지 수준은 여전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고령화 속도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 이 전 장관은 “무엇보다 서로 헐뜯고 남 탓만 하는 사회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가 계층 갈등으로 경제발전 의지가 퇴화하고 있고,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보다 남을 탓하는 갈등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복지 확충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경쟁체제를 전제로 하는 한 시장의 실패자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전 장관은 “경쟁 실패자를 지원하는 국민 복지 증진의 국정운영은 오늘날 세계적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며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는 말은 이제 가난은 나라님이 구해야 한다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헌법 10조에는 ‘국민행복추구권’이 명시돼 있다.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이 전 장관은 “이러한 국민 행복추구권을 토대로 한 국정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말미에 관료들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공무원 선배로서 미안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정부 관료들이 지금보다 더 전문성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오는 6월 관료 전문가를 중심으로 번영학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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