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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 예쁜 이 남자들의 결 다른 트랜스젠더를 보라

배우 따라 보는 재미가 제각각인 뮤지컬 <헤드윅>의 인기 비결

박소영 공연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5.22(Sun) 18:16:32 | 13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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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헤드윅>의 티케팅은 ‘피 터지는 티케팅’, 이른바 ‘피케팅’으로 불린다. 꽤 자주, 오랜 기간 공연하지만 한 회 차 티켓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10년 넘게 정상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프리실라> <라카지> <킹키부츠> 등 지금이야 성 소수자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많지만, <헤드윅>이 초연된 2005년만 해도 성 소수자는 낯선 소재였다. 금기시되던 성전환자의 이야기를 양지에서 풀어낸, ‘마니악’한 <헤드윅>의 국내 성공이 신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헤드윅>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 떠난 트랜스젠더의 삶을 그린 모노드라마다. 이야기는 이렇다. 동독에서 태어난 소년 ‘한셀’은 미국 남자와 결혼해 동독을 떠날 계획을 세운다. 한셀은 이름을 헤드윅으로 바꾼 뒤 성전환 수술을 하지만, 몸에는 흔적(앵그리인치: 잘려 나가지 못하고 남은 1인치)이 남는다. 미국으로 건너간 헤드윅은 반쪽이라 믿는 ‘토미’를 만나 영원한 사랑을 꿈꾸지만 토미는 헤드윅이 진짜 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떠나버린다. 

 

 

 

요리조리 취향대로 골라 볼 수 있는 뮤지컬

 

<헤드윅>의 인기 요인을 꼽자면 단연 ‘골라 보는 재미’를 들 수 있다. ‘조드윅(조승우와 헤드윅의 합성어)’ 조승우부터 ‘뽀드윅(뽀얀 헤드윅)’ 조정석, 그리고 오만석·엄기준·윤도현·송창의·김다현 등 숱한 스타가 헤드윅을 거쳐 갔다. 주인공 혼자 극을 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그 어느 작품에서보다 배우의 역량이 중요하다. 노래와 노래 사이, 혹은 노래와 대사 사이 공백을 어떻게 채우는가도 순전히 배우 개개인의 역량에 달렸다. 배우들은 무대 위 헤드윅과 자기 자신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한다. 이게 헤드윅의 목소리인지, 배우의 목소리인지 분간할 수 없는 대사도 튀어나온다. 자연히 배우에 따라 작품의 결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조승우는 극의 절반 이상을 애드리브로 끌어가고 관객과 즉흥 대화를 나누며, 심지어는 곡 연주 순서를 바꾸기도 한다. 조드윅은 조드윅대로, 뽀드윅은 뽀드윅대로 백 번을 봐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다. 

 

콘서트형 뮤지컬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뮤지컬은 뚜렷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어서 이야기가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면 관객의 감흥도 대개 절정에 달한다. 하지만 스토리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관객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헤드윅>은 체험형 뮤지컬이다. 관객이 실제로 (뮤지컬 속 헤드윅의 공연장에서도) 관객의 역할을 한다. 배우의 이야기와 노래를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따라 부르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함께 발도 구른다. 때문에 일반적인 뮤지컬에 만족하지 못하던 관객들도 대체로 후한 점수를 준다. 

 

소재 자체가 가진 매력도 한몫한다. 특히 <헤드윅>은 여성 관객들의 모성애를 자극한다. 공연장을 찾아보면 관객의 90% 이상이 여성이다. 어디에도 속할 수 없고 쉽게 사랑받을 수 없는, 변두리적 존재의 쓸쓸함에 공감하는 여성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헤드윅>이 성적 소수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소외받은 경험, 상처받은 경험을 가지고 살아간다. <헤드윅>은 인간이기에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외로움을 건드린다. 헤드윅이 가슴에 넣어두었던 토마토 두 개를 꺼내 뭉개는 마지막 장면은 특히 압권이다. 자신의 삶에서조차 주인이지 못했던 한 인간이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에 관객은 숨 쉬는 것도 잊는다.  

 

5월29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볼 수 있는 이번 시즌 <헤드윅>은 ‘뉴 메이크업’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조정석과 정문성, 변요한 등이 주인공 ‘헤드윅’을 연기한다. 공연 장소를 중극장으로 옮기면서 무대도 단일 세트에서 폐차 20여 대가 들어찬 자동 무대로 바뀌었다. 커진 무대에 걸맞게 카메라 영상을 활용하는 것도 눈에 띈다. ‘슈거 대디(Sugar Daddy)’를 비롯한 주요 넘버들의 사운드는 더 강렬해졌다. 

 

 

배우에 따라 결이 달라지는 3인 3색 헤드윅

 

#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조드윅’ 조승우

성적 소수자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조승우의 헤드윅을 권하고 싶다. 조승우는 인간 헤드윅의 아픔을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그려낸다. 연기는 물론 악기 연주까지 가능한 다재다능한 배우지만, 단점이라면 가창력 그 자체를 기대하진 않는 것이 좋겠다. 뮤지컬 배우 조승우의 매력은 노래 그 자체보다는 대사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있다. 간혹 가사의 의미를 모르고 음악만 부르기 바쁜 배우들도 눈에 띄지만, 조승우는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살려가며 씹어 부를 줄 안다. 줄곧 능청맞은 19금 애드리브를 구사하는데, 이게 또 볼거리다. 

 

# 사랑스러움의 절정, ‘뽀드윅’ 조정석 

유쾌한 헤드윅을 원한다면 조정석을 권한다. <헤드윅>은 본 공연 130분에 앙코르 30분까지, 거의 세 시간에 가까운 긴 타임을 배우 한 사람에게 의존한다. 그러다 보니 극의 특성상 간혹 흐름이 끊기거나 늘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개그감을 타고난 조정석은 관객을 쥐고 놓을 때를 정확히 안다.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애드리브로 흥을 돋우고, 애드리브로도 안 되면 온몸으로 관객의 혼을 뺀다. ‘뽀드윅(뽀얀 헤드윅)’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미모도 수준급이다. 셋 중 가장 각본에 충실한 타입이기도 하다.

 

# 살아 있는 남성미, ‘변드윅’ 변요한 

날  그대로의 느낌을 원한다면 변요한표 <헤드윅>이 제격이다. 변요한의 헤드윅은 후발주자답게 아직 남성미가 살아 있는 트랜스젠더다. 툭툭 터져 나오는 욕설도 웃음 포인트 중 하나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이미 검증된 연기력을 갖췄지만, 아직 완벽히 ‘뮤지컬화’되지는 못한 게 옥에 티다. 노래 실력과 무대 경험이 조금만 뒷받침된다면 기대해도 좋을, 또 한 명의 헤드윅이 탄생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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