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광주에 사과한다고 했다”
  • 조유빈·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6.05.23 17:56
  • 호수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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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립 前 특전사 보안반장 인터뷰…“정신 오락가락, 우울증 있어 무산”

지난 5월18일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리기 위한 5·18 기념식이 국립5·18묘지에서 거행됐다. 논란을 빚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국가보훈처 결정대로 합창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참석자 대부분은 제창 방식으로 맞섰다. 이번에도 ‘반쪽짜리 행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정치권에서 5·18 기념식 전후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국립5·18묘지를 참배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전 전 대통령의 참배 역시 없었다. 최근 전 전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는 월간지 신동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광주에 가서 돌을 맞아서 5·18 유가족들의 오해가 말끔히 풀리고 분이 풀린다면 뭘 못하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유족들의 오해가 풀린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5·18 발포 책임에 대해서는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 자리에 배석한 김충립 한반도프로세스포럼 회장은 특전사 보안반장과 정호용 특전사령관 보좌직을 지냈다. 1980년 5월 당시 특전사에 근무했고, 전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필한 인물로, 지난 2013년부터 5공 쿠데타 세력과 광주 사이에 ‘화해의 장’을 만들려 노력해왔다. 그가 전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다시 입을 열었다. 김 회장은 “전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포괄적으로 사과할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전 전 대통령은 발포자가 아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두환 ‘거기 갔다 성하게 살아올 수 있을까’”

 

전 전 대통령과의 자리는 김 회장이 올해 4월 천태종 운덕 대종사를 만나면서 이뤄졌다. 5공 쿠데타 세력과 광주 사이의 문제가 풀리지 않은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4월27일 서울 연희동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만나기로 합의가 됐고, 정호용 전 의원, 고명승 전 3군사령관도 이 자리에 함께 참여했다. 김 회장은 “인터뷰를 한다고 공식적으로 얘기하고 간 자리는 아니었다”며 “대화의 주 내용은 남북통일과 국민대통합이었다. 전 전 대통령에게 이(국민대통합)에 참여하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대통합과 관련된 논의를 하다 전 전 대통령에게 5·18과 관련한 사과를 할 것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순자 여사가 ‘자기(전 전 대통령)는 5·18사건을 거쳐서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5·18에 희생된 사람들과 국군으로 희생된 사람들에게 죄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제사를 지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가 “왜 아직까지 광주에 사과할 의사가 없느냐”고 묻자 이 여사가 이렇게 답했다는 것이다. “학살자, 발포자라고 하잖아요. 우리는 학살이나 발포를 한 사람이 아닌데. 우리가 거기 가서 맞아 죽더라도 광주 시민의 맘이 풀어진다면 돌팔매를 맞겠어요. 그러데 발포자라는 사과는 못해요.”

 

대화의 결론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포괄적인 모든 책임을 진다고 사과하는 것’으로 정리됐다는 게 김 회장의 주장이다. 김회장은 이를 5·18 단체와 언론에 알리겠다고 얘기했고, 국립5·18묘지를 방문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권했다. 이에 전 전 대통령은 신변 문제를 우려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전 전 대통령의 첫 말이 ‘거기 갔다가 성하게 살아올 수 있을까’였다. ‘광주 사람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사과를 하면 경호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했다’고 전하자 전 전 대통령이 ‘그걸 어떻게 믿느냐’며 염려를 하더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 같은 내용을 5·18 단체에 전달했고, 5·18 단체들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면 받아들여주고 경호도 해주겠다’ ‘전두환 대통령이 육성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한다.

 

“대화 중 ‘이학봉 죽었지’ 세 번이나 물어”

 

김 회장은 전 전 대통령이 발포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광주 시민들이 당시 발포 상황에 대해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가 얘기하는 당시 경위는 이렇다. “1980년 5월18일 아침, 특전사 병력 한 사람이 없어졌다. 탈영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병사가 하수구에서 죽은 시체로 나왔다. 사인(死因)이 뭔지는 모른다. 군에 대한 명예가 떨어지거나 광주 사람들의 감정이 격화될 것을 우려해 이 사건을 덮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했다. 보통 이런 사건이 터지면 그 부대에 실탄이 지급된다. (이 사건 이후에) 중대장이 (부대원들에게)아마 실탄을 지급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발포 명령과 같은 것으로 보는 게 군의 상식이다. 실탄이 지급된 것은 위험하면 쏘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내가 2014년에 5·18 단체장들에게 이 얘기를 했는데 격렬한 반응이 왔다. 과거사로 분란이 되는 것은 싫으니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발포에 대한 의심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탄이 지급된 경위와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이 발포에 대한 책임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발포자가 아닌 전직 대통령으로서 사과를 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올해 5·18 기념식에도 광주를 방문하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김 회장은 “전 전 대통령 정신이 오락가락이다. 정돈이 안 됐다. 대화 중에 ‘이학봉이 죽었지?’라는 얘기를 세 번이나 묻더라. ‘광주에 책임 없다’는 말도 발포 책임이 없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이학봉 전 의원은 2014년 5월24일 세상을 떠났다. 

 

김 회장은 또 “(전 전 대통령이) 발포자·학살자라는 압박에 젖어 있다. 우울증에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느껴졌다. 옛날 같은 패기가 있었으면 (바로 사과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돼버리면 모든 것이 미제로 끝난다. 그것은 민족의 대단한 불운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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