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도 넓은데 바다까지 영토 확장하는 중국
  • 모종혁│중국 통신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5.25 16:48
  • 호수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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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군도와 난사군도 일대에 여의도 면적 4배의 인공 섬 개발

지난 5월4일 중국 국영 CCTV의 메인 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에서 그동안 존재가 의심스러웠던 ‘인공 섬’의 모습이 드러났다. 뉴스 말미에 ‘해군 공연단이 최초로 배를 타고 9일간 시사군도(西沙群島·파라셀군도)와 난사군도(南沙群島·스프래틀리군도) 7개 환초와 3개 섬을 방문해 관병과 건설 노동자를 위로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뉴스사이트 ‘텅쉰(騰迅)’은 ‘현재 난사군도에는 ‘이런 것’을 여러 개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5월13일에는 중국이 만드는 ‘이런 것’의 전모가 공개됐다. 미국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중국의 군사안보 발전보고서 2016’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말까지 난사군도에 3200에이커(12.9㎢)에 달하는 땅을 매립했다. 여의도 면적(2.9㎢)의 4배가 넘는다. 융수자오, 주비자오(渚碧礁·수비 환초), 메이지자오(美濟礁·미스치프 환초) 등은 완벽한 섬 형태와 도시 구조를 갖췄다. 인공 섬에는 3㎞에 달하는 비행장, 2만톤급 선박이 정박하는 항구, 건물과 도로 등이 들어섰다.

 

 

중국이 ‘해양영토 확장’에 나섰다. 사진은 난사군도에 중국이 조성한 인공 섬

 

비행장, 항구, 핵발전소, 건물 등 건설 계획

 

올해 들어 중국은 인공 섬 활주로에서 비행을 시작했다. 1월6일 융수자오의 비행장에서 민항기 2대가 최초로 이착륙했다. 4월17일 같은 장소에 Y-8 해상초계기를 보내 중환자 3명을 태우고 하이난다오(海南島) 싼야(三亞)로 되돌아왔다. 이 비행장을 활용하면, 중국은 작전반경 500~1000㎞인 전투기를 주둔시켜 남중국해의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인공 섬에 전기를 공급할 움직이는 핵발전소도 개발하고 있다. 1기당 건설비는 30억 위안(약 5400억원), 사용 수명은 40년이다. 난사군도는 약 80만㎢로 남중국해(230만㎢)에서 가장 넓고, 100여 개의 무인도와 환초가 있다. 중국이 실질 지배하는 시사군도와 달리 베트남 29개, 중국 9개, 필리핀 9개, 말레이시아 5개 등 6개국이 각기 다른 섬과 환초를 점유하고 있다. 실제 난사군도는 위치상 동남아 국가들과 가깝다. 

 

오랫동안 중국은 난사군도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1909년 광둥(廣東)수사였던 리준(李准) 제독이 남중국해를 순찰하면서 한 섬에 청나라 국기를 꽂은 것이 전부였다. 1949년에 난사군도를 포함한 남중국해 도서가 중국 영토라는 것을 규정했지만, 주권적 선언에 불과했다. 그러나 1960년대 말 남중국해에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의 부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변 국가들 사이에서 영유권 분쟁이 일어났다. 1974년 중국은 시사군도에 진공해 베트남군을 쫓아낸 뒤 난사군도로 눈을 돌렸다. 중국은 1988년 초 5개의 환초에 군대를 진주시켰다. 이에 자극받은 베트남이 군대를 파견하면서 같은 해 3월 군사충돌이 발생했다. 비록 중국이 일방적으로 승리했지만,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에 등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긴장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2000년 11월 캄보디아에서 중국과 아세안은 남중국해 분쟁을 방지하기 위한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 선언문’에 합의했다. 

 

그러나 2007년 4월 베트남이 난사군도에 선거구를 설정하고, 영국 BP와 유전·천연가스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분쟁이 재발했다. 이에 맞대응해 중국도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싼사(三沙)시를 신설했다. 미국이 ‘아시아로의 귀환’으로 외교정책을 수정하자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2010년 6월 아세안포럼에서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을 준수하고 자유 항해와 개방적인 접근을 보장하는 일은 미국의 국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 후 미국은 베트남, 필리핀 등과 정치ㆍ군사 교류를 강화했고, 남중국해 문제를 다자 협상의 틀에서 논의하자며 중국을 압박했다.

 

이런 미국과 동남아에 맞서 중국이 들나온 카드가 인공 섬 매립과 우군 확보다. 인공 섬에 대해 중국은 영유권을 지키는 합법적인 조치라는 입장이다. 5월14일 중국 양위쥔(楊宇軍)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이 지적한 인공 섬 문제에 대해 “중국의 합법적인 조치에 트집을 잡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자국을 지지해줄 우군을 만드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4월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캄보디아·브루나이·라오스 등을 방문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중요합의’를 이끌었다. 직접 당사국 간 대화와 협상으로 영토 및 해양권익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의 태도는 이중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중국은 일본이 서태평양 필리핀해에 있는 환초 오키노토리시마(沖ノ鳥島)를 인공 섬으로 만드는 것에 반대해왔다. 일본은 이 섬을 1931년 오가사와라(小笠原) 제도의 부속 도서로 규정해 도쿄도에 편입시켰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져 오키노토리시마 전체가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일본은 600억 엔(약 6495억원)을 들여 1989년에 콘크리트 인공 섬을 완공했다. 

 

 

융수자오 인공 섬(위 사진)과 2015년 3월 메이지자오에 땅을 매립하는 중국의 벌크선단.

 

해양영토 확장·부존자원 확보 노림수

 

오키노토리시마가 섬으로 인정될 경우 일본은 무려 40만㎢에 달하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을 갖게 된다. 이는 일본 전체 국토 면적인 38만㎢보다 넓다. 중국은 이런 오키노토리시마 인공 섬 사업을 그대로 모방했다. 현재 중국은 오키노토리시마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은 인정하지만 EEZ를 설정하는 데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해양조사, 자원개발, 어업활동 등은 EEZ 보유국만 행사하거나 해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왕한링(王翰靈) 중국사회과학원 주임은 “유엔 해양법 협약에서 섬은 자연적으로 수면 위에 존재하는 육지로 규정했는데, 오키노토리시마는 인간의 거주가 불가능하고 지속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운 암석”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유엔 해양법에 맞춰 ‘인간이 정주하고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인공 섬 건설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행보는 우리와도 관련이 깊다. 일본은 중국으로부터 받았던 오키노토리시마에 대한 공격 논리를 독도에 적용하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독도에 거주 인구가 없고 경제 활동을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이어도를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은 환초라고 지적한다. 유엔 해양법 개정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일본과 중국의 행보가 우리 입장에서 두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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