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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이 넘어야 할 험준한 ‘대권 산맥’

‘권력의지에 대한 의구심’ ‘정치경험 부족’ ‘인물검증 부재’ 등 3대 아킬레스건

이승욱 기자 ㅣ | 승인 2016.05.30(Mon) 16:18:04 | 13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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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카드’가 위력적인 이유는 이게 현실화되면 어디까지에 이를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만큼 휘발성이 강하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반기문 지지 흐름은 아직 미완성 단계에서 드러난 것일 뿐이다. 반기문 총장이 출마를 공식화하는 순간 파급력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을 앞둔 지난 5월 중순, 친박계 성향으로 분류되는 여권의 한 인사가 반 총장의 대권후보로서 잠재력을 설명한 대목이다. ‘대선후보 반기문’이 지닌 표의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인 셈이다.

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반기문 사무총장이 대권 도전을 강력히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정치권에 일순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 반 총장은 5월25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간담회에 참석해 “내년 1월1일이면 한국 사람이 된다.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임기 종료 후)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던 반 총장이 대권 도전과 관련한 회심의 발언을 한 것이다.

반 총장의 발언은 마치 블랙홀처럼 정치권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반 총장이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라는 점에 이견을 다는 이들은 거의 없다. 반 총장이 대선 유력 주자로 꼽히는 요건 중 대표적인 것이 표의 확장성이다. 

 

 

 

그는 역대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충청(충북 음성) 출신이다. 크게 영남과 호남으로 나뉘는 지역 분할 구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위치에 서 있다는 점은 반 총장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반 총장은 보수와 진보 정부를 넘나들며 국내외 외교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기존 정치 패권 구도에 실망하고 있는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 ‘탈(脫)정치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차기 대권 경쟁에서 중도층 표심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은 또 다른 강점으로 꼽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임하며 구축한 글로벌 리더로서의 이미지는 ‘무적의 반기문’을 완성시켰다. 

 

충청·중도층 흔들 ‘반기문 카드’의 위력 

반 총장이 방한 중 대권 도전을 강력히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그동안 잠재적인 대권주자로서 지녔던 아킬레스건의 일부를 상쇄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 총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이 회자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의 3대 아킬레스건으로 ‘권력의지에 대한 의구심’ ‘현실정치 경험 부족’ ‘인물검증 부재’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반 총장이 임기를 7개월 앞둔 상태에서 대권도전을 시사하는 결단을 보이면서, 그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로 꼽혔던 ‘낮은 권력의지’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인 인식을 제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시기상 문제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 총장의 임기는 올해 연말까지다. 임기가 반년 이상 남았지만, 지금 시기를 놓치면 향후 대권 도전 수순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통상 대권후보가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고 세력을 결집하는 데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과거 반 총장과 비슷한 행보를 보였던 고건 전 총리의 사례에서 타산지석을 찾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고 전 총리는 17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러브콜을 끊임없이 받았다. 당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 내에서 지방선거 참패로 ‘고건 영입론’이 확산됐지만, 그는 정치적 결단을 미뤘다. 결국 현재의 반 총장처럼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 1순위로 꼽혔던 고 전 총리의 인기는 시들해졌고 대선 불출마로 가닥을 잡아야 했다.

 

“‘반기문 검증, ’시간 끄는 게 유일한 방법”

반 총장이 대선을 1년7개월 앞둔 시점에서 대권 도전을 향한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마련한 셈이 됐다. 하지만 반 총장이 두각을 나타낼수록 그의 아킬레스건으로 인한 생채기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덩달아 나온다. 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맞닥뜨릴 가능성은 점차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반 총장의 경력이 외교 분야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외교·국제 현안이 아닌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한 경험이 없다. 이와 관련해선 반 총장과 교감설이 나오고 있는 친박(친박근혜)계의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1월12일 KBS 라디오에서 “5년 단임제 대통령 제도는 이미 죽은 제도가 된 것 아니냐”며 “20대 국회에서는 개헌을 해 권력구조를 이원집정부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발언은 ‘외치(外治)는 반기문, 내치(內治)는 친박’ 이라는 공식으로 해석되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었다. 홍 의원은 지난 1981~82년 하버드 행정대학원(케네디스쿨)에서 반 총장과 동문수학했다. 당시는 ‘레임덕’을 우려해 여권 내부에서 개헌 논의를 불경스럽게 여길 때였다. 이에 따라 현재 권력인 친박계가 대권 주자로서 반 총장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미래 권력에서도 헤게모니를 쥘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정치권 일각에선 반 총장을 옹립하는 친박계의 개헌 가능성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원집정부제 등 개헌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박계 일각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향후 정치 상황의 변화에 따라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반 총장으로서도 ‘친박 프레임’이 적지 않은 부담이니만큼, 여권 내 비박계나 국민의당 등과 교감할 경우 다른 양상으로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권력구조 개편을 주장하며 퇴임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권력분점형 개헌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무엇보다 반기문 총장의 대권 가도에서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인물 검증’에 대한 부담감이다. 반 총장과 같은 충청 출신이자 한때 ‘대쪽 법관’으로 인기몰이를 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두 번의 대권 도전에서 인물 검증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반 총장이 내년 퇴임 이후에도 상당 기간 대권 도전과 관련해선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이면서 혹독한 검증의 시간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미 국내에서 반 총장의 대권 도전이 기정 사실화한 만큼 반 총장을 중심으로 한 여권의 대권 지형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대권주자로서 인사청문회나 선거를 통해 제대로 된 인물 검증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최대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면서 “반 총장이 검증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검증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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