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홍만표, 돼지 분양 다단계업체 수사 무마 의혹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6.05.30 16:48
  • 호수 1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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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업체 ‘도나도나’, 홍만표 이름 팔아 투자자 모집하기도

‘정운호 게이트’가 터지면서 전관 로비 및 탈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홍만표 변호사. 그가 불법 유사수신 및 사기 혐의로 최소 10차례 경찰과 검찰 등에 고소당한 한 다단계업체 사건의 수사를 무마했던 것이 아니냐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이 유사수신 혐의를 받는 다단계업체가 회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홍 변호사의 이름을 팔아 투자자들을 끌어들였고, 홍 변호사가 이를 알고도 사실상 묵인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홍 변호사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다단계 업체 대표로부터 수십억 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업체 대표는 과거 홍 변호사가 검사로 재직할 당시 불법 유사수신 행위로 직접 구속한 전력이 있는 인물로, 홍 변호사는 개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변론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홍 변호사는 ‘도나도나’라는 양돈업체 대표 및 임직원 등의 유사수신 및 사기 혐의 사건에 대한 변론을 2011년 처음 맡았다. 이 업체는 2009년부터 회원들로부터 계좌당 500만~600만원을 받아 돼지를 분양했고 해당 투자자들에게 매달 수익금을 돌려줬다. 하지만 이 같은 위탁사육 사업을 하다가 수익금 일부를 돌려주지 못해 피해자들을 양산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도나도나’는 “500만원을 투자하면 어미 돼지 한 마리를 분양받을 수 있다. 매월 투자금의 4%를 수익금으로 돌려받는다. 14개월 뒤엔 원금은 물론 새끼 돼지 20마리도 덤으로 받는다. 30~60% 수익을 내는 셈이다”라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투자자 1만여 명이 이 업체에 2400억원을 맡겼다. 하지만 이 업체는 투자금으로 앞선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주는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 또 축사 돼지 대부분이 저축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었고 돼지 숫자도 광고의 절반에 불과했다. 

 

결국 이 업체는 2013년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 대표 최 아무개씨 및 임직원 13명이 기소됐다. 1심 재판에선 유사수신행위 및 돼지 분양 사기와 관련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신 횡령 혐의만 인정, 업체 대표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항소했고 현재 재판은 대법원 판단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 업체와 관련해 홍 변호사의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로 업체 대표 최씨가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홍 변호사의 이름을 투자자들에게 팔고 다녔다는 점이다. 시사저널이 만난 복수의 피해자들은 “유사수신행위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에게 업체 사람들이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자문해줬고, 홍 변호사와 아내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이들은 “홍 변호사와 그의 아내가 참여하고 있다는 자료까지 보여줬기 때문에 사기를 당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주장했다. 홍 변호사를 믿고서 투자했다는 피해 사례는 현재 온라인상에서 비공개로 운영되고 있는 피해자 모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정운호 게이트’로 인해 홍 변호사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자 피해자 모임에서도 홍 변호사의 이름이 다시 언급되기 시작했다.

 

 

유사수신 업체 ‘도나도나’의 피해자들이 운영하는 카페. 정운호 게이트 이후 홍만표 변호사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검사장 출신이 유사수신 가담해도 되냐”

 

홍 변호사가 본인 입으로 양돈업체 유사수신행위에 대해 홍보를 했다는 직접적 증거는 없다. 하지만 나중에 피해자가 불어나면서 당시 이 사건 피해자 중 일부가 홍만표 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아가 직접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홍 변호사를 찾아갔던 한 피해자는 “서초동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로 찾아가 ‘검사장 출신이라는 분이 이런 다단계 사기에 관여해서 되겠느냐’며 따졌으나 당시 홍 변호사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둘째로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홍 변호사가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사건은 2013년 검찰이 기소한 바 있다. 그런데 이보다 앞선 2011년과 2012년 서울서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의정부지검 등에서 사건을 인지해 수사하려 했으나, 모두 내사단계에서 종결되거나, 불기소 처분됐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2012년 서울서부지검에선 이 사건에 내사번호를 부여하고 일부 피해자들을 소환하는 등 사실상 수사 수준의 내사까지 벌였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식 수사로 전환되진 않았다. 같은 해 도나도나의 지분 25%를 가지고 있던 이 아무개씨가 최 대표를 서울 방배경찰서에 고소해 이를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했으나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당시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이유는 ‘불법유사수신행위로 판단되나 피해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피해자가 많았기 때문에 검찰뿐만 아니라 충주경찰서를 비롯한 일선 경찰서에도 최소 10건이 넘는 고소장이 접수되기도 했으나,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아 경찰이 수사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검찰에서 직접 수사했다. 역시 기소까지 간 적은 없었다. 

 

그러나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피해자들이 사건을 직접 대검찰청에 제보했고,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시 사건을 중앙지검에서 수사해 결국 기소했다. 사건 피해자들은 시사저널에 “검찰이 보다 빨리사건을 수사했으면 피해자가 더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사건이 계속 무마되거나 불기소되면서 오히려 투자자들이 더 늘어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무마되는 과정에서 홍 변호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은 비단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검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검사 출신 이 아무개 변호사는 “홍 변호사가 중앙지검 수사 당시에도 ‘서부지검에서도 사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최씨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는데 중앙지검에도 같은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중앙지검 관계자 역시 “홍 변호사가 이 사건 변론에 상당히 신경 썼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홍 변호사는 2011년 8월 검찰청사를 떠난 직후부터 ‘도나도나’를 꾸준히 변론해왔다. 실제로 ‘조희팔 사건’ 등 다단계·유사수신 투자사기 피해자들의 모임인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가 공개한 자료에 이런 내용을 뒷받침하는 부분을 볼 수 있다. 홍 변호사가 2011년과 2012년 ‘도나도나’로부터 모두 3억9000만원을 받았다고 국세청에 신고한 사실이 적혀 있다. 홍 변호사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2013년부터는 이 업체를 직접 변론하지 않았다. 대신 법무법인 태평양과 바른 등이 최씨의 변론을 맡았다. 그런데 선임계를 내지 않았던 홍 변호사가 최씨로부터 받은 거액의 수임료 명분이 무엇이었냐는 점이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사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운호 사건처럼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서 ‘몰래 변론’을 하는 동시에 검찰 수사를 무마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으로 남는다. 당시 검찰에 사건을 제보했던 인사는 기자와 만나 “대형 로펌에선 유사수신행위, 강력범죄, 마약 사건 등은 잘 변론하지 않는데 대형 로펌들이 변론에 나선 이유가 뭔지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또한 “검찰 수사 당시 최씨가 홍 변호사에게 최소 30억원 이상의 수임료를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떤 면에서 이 사건은 정운호 게이트처럼 홍 변호사가 선임계는 내지 않고 다른 변호사를 내세운 후 뒤에서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2심 재판부 “유사수신행위 혐의는 무죄”

 

또한 홍 변호사는 최씨로부터 수임료 이외에도 돼지 한 마리에 해당하는 500만원짜리 계좌도 일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계좌가 수임료 대신 받은 것인지, 회원모집 과정에서 받은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가 공개한 ‘도나도나’의 주주명부에 홍 변호사와 같은 이름의 인물이 2만주를 보유한 주주로 등장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피해자들은 검찰이 도나도나 사건과 관련해 업체 대표를 유사수신행위와 횡령 혐의로 기소했으나, 법원에서 유사수신행위 부분만을 무죄로 판단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씨와 함께 사업에 참여했다 지금은 등을 돌린 인사는 “유사수신행위까지 유죄로 판단이 되면 이 책임에서 홍 변호사 역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변론 전략을 유사수신행위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는 쪽으로 잡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수사 무마 의혹과는 별개로 홍 변호사가 최씨의 변론을 맡은 것 자체가 적정한지 여부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홍 변호사가 최씨를 알게 된 것은 검사로 재직 당시 최씨를 불법유사수신 혐의로 구속시키면서부터다. 즉 자신과 피의자로 만났던 사람을 검사를 그만둔 직후 곧바로 변호인과 의뢰인으로 만난 것이 과연 법조인 윤리에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시사저널은 이와 관련해 홍만표 변호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홍 변호사의 개인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홍 변호사 대신 비서가 받았다. 이에 홍 변호사나 홍 변호사의 부인의 해명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홍 변호사는 5월27일 전관로비 및 탈세 의혹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으며, 검찰은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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