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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나는 후보선수는 아니다”

[인터뷰] “할 말 하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 ‘대권 도전’ 시사…안희정 충남지사 ‘불펜투수론’에 맞대응

안성모·이민우 기자 ㅣ asm@sisapress.com | 승인 2016.05.31(Tue) 14:09:54 | 13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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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후보선수는 아니지요.” 

  

유력 대권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박 시장은 5월23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임기 5년 차를 맞았는데 (이제)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행정가’가 아닌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선보였다. 특히 그동안 손사래를 쳤던 ‘대선 출마’와 관련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출마 여부를 확정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출마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최근 야권의 ‘잠룡’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불펜투수로서 몸을 풀겠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과 국가가 원할 때 바로 나오셔야 하지 않겠느냐”며 “아주 좋은 자세다”고 평가했다. 박 시장에게도 “이제 몸을 풀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박 시장은 “그런 유도신문에 안 넘어간다”며 웃음을 보인 후 “전 후보선수는 아니지요”라고 말했다. 대선 레이스에 참가 여부가 불확실한 ‘후보선수’가 아니라 이미 본 경기에 뛰어든 ‘주전선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메르스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다. 당시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주목을 받았다.

메르스 사태는 광역적인 문제였다. 시가 관계없는 건 아니지만 정부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잘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까 이미 광범위하게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정부가 정보를 전혀 공개하고 있지 않아서 너무 놀랐다. 그래서 서울시가 하겠다고 나선 거다. 솔직함과 투명함이 최고의 방책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게 진리라고 생각한다. 당시 처음부터 모든 게 시민들에게 공개됐다면 그렇게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투명성이 최고의 특효약이라는 말은 메르스 사태는 물론이고 모든 재난과 정책에 있어서 유효하다고 본다.

 
당시 정부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이후 정부의 소통이 나아졌다고 보나.
 
정부 상황을 잘 모르니까 말씀드리기는 어려운데, 서울시의 경우 사고가 나면 카톡방이 열린다. 시장에서부터 실무자까지 누구나 들어와 실시간으로 어떤 상황인지를 볼 수 있다. 시장에게 보고하는 데 신경 쓰지 말고 현장에 출동한 직원이 1차적 책임을 지고 모든 구조와 사태 수습을 다 하라는 게 우리의 매뉴얼이다. 그리고 시장이 오더라도 의전에 신경 쓰지 말고 맡은 일을 알아서 하면 된다.
 
근로자 이사회와 같은 새로운 제도를 많이 도입하고 있다. 노동계에서 오래전부터 요구해왔던 것이기는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실험 정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상의 모든 새로운 것들은 낯선 것이고, 그래서 비판과 반대와 저항이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변화와 개혁이 있을 수 없다. 서울시는 끊임없는 혁신의 과정 중에 있다. 노동 이사제도 과거의 노사 패러다임을 바꾸는 거다. 노사는 서로 대립적이고 한자리에 있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말을 많이 하지 않나. ‘사장님이 주인이고 나는 종업원에 불과하니까 퇴직할 때까지 월급만 받으면 그만이다’ 이런 생각을 하기보다 ‘내가 주인이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일하고 퇴직한 이후에도 이 회사가 잘될 수 있도록 열정을 바쳐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얼마나 많은 게 달라지겠나. 이런 게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누군가는 시작해야 하는데 서울시가 먼저 시작한 거다.
 
‘실험 정치’라는 표현은 좀 불안정한 거 아니냐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읽힌다. 그런 부분이 부담스럽지는 않나.
 
물론 지금까지 추진해온 정책이 100%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래도 서울시가 실험을 해서 전국의 도시는 물론 세계로 뻗어나간 정책들이 많다. 환자 안심 병원, 친환경 무상 급식, 원전 하나 줄이기 등이 그렇다. 특히 원전 하나 줄이기는 세계적인 모델이 됐다.
 
5월19일 간담회에서 “일은 지방정부가 6대 4로 중앙정부보다 많이 하는데 재정은 2대 8이라 절대적으로 불균형을 이룬다”고 지적했다. 지역 균형 발전이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정부의 과감한 결단만 있으면 된다. 시민들을 보다 행복하게 만들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지방정부가 훨씬 더 잘할 수밖에 없다. 시민들과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피드백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예산의 8을 가져가 버리면 지방정부는 나머지 2로 꾸려나가야 하는데 그러기는 너무 힘들다. 기초지자체의 경우 월급도 못 주는 형편이 되는 거다. 시민들을 위해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예산이 없으니까 하지 못한다. 이래서는 삶의 질을 향상하고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앙정부는 큰 틀의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된다. 어느 지역에 맞춤형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지방정부에 맡겨줘야 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이 5대 5라고 하는데 당장 그렇게 할 수는 없으니까 단계적으로 가도 좋다고 본다. 문제는 중앙정부가 분권과 자치에 대한 인식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서울시도 기초지자체로부터 비판받을 요소가 없는지 되돌아보고 있다. 매년 2700억원 정도를 구청에 나눠주고 있는데 신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결단이다. 그리고 자치영향평가제라는 게 있다. 서울시가 어떤 정책을 내놓으면 그게 구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논의하는 구조를 만든 거다. 그런데 중앙정부는 서울시와 함께 논의를 하지 않는다. 예컨대 기초연금의 경우 갑자기 실시하면 우리는 몇 천억 원을 또 내놔야 한다. 시민들을 위한 거니까 좋기는 하지만 사전에 충분히 협의를 해서 시기와 단계를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5월13일 광주 전남대학교에서 특강하기 위해 입장하며 학생들과 인사하고 있다.

지자체를 운영해본 분들이 대통령이 되면 잘하지 않을까.
 
물론 다를 거다. 그런데 이것도 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 사례도 있지 않나. 서울시장으로서 이런 게 필요하다고 하니까 ‘나도 옛날에 그랬는데 하려고 해도 다 안 되더라’고 했다. 정말 그랬다면 대통령이 된 후 해결하셨어야 하지 않나.
 
최근 광주에서 “뒤로 숨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이를 대권 행보와 연관 짓는 시각이 있다.
 
그건 광주에 갔으니까 광주 영령들에게 결의라고 할까 그런 걸 보여준 거다. 그분들이 외쳤던 정신들,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 대동사회라는 목표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데 우리는 지금 그걸 달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결의를 밝힌 거다.
 
지난해 “서울시정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밝힌 것과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다를 게 없다. 서울시정을 책임지겠다는 건 서울시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거다. 그리고 그동안 정치인보다는 행정가로서의 역할에 더 충실 했다면, 서울시를 맡은 지 5년이 돼 이제 고참인데 할 말은 조금 하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불펜투수로서 몸을 풀겠다”는 말을 해 화제가 됐다. 안 지사의 ‘불펜투수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 그런 유도신문에 안 넘어간다(웃음). 난 후보선수는 아니다.
 
최근 이헌재 전 부총리, 이어령 전 장관 등 원로들을 만난 것도 정치적으로 해석이 되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는 그전에도 몇 차례 찾아뵙고 자문을 구했었다. 서울시에 오셔서 강연도 하셨다. 이어령 장관도 몇 번 뵌 적 있다. 이번에는 한 언론사가 자리를 마련해서 뵌 거다. 너무 많이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고 있기 때문에 관심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역대 최고로 유능한 서울시장이다, 이렇게 좀 써달라.(웃음)
 
대선에는 출마하는 거 아닌가.
 
그건 뭐 나중 얘기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하고는 지금도 연락하나.
 
아니, 요즘은 잘 못한다.
 
서로 교감이나 이런 게 있지 않나.
 
글쎄, 최근에는 없었던 것 같다. 또 당도 서로 달라져서. 괜히 오해도 있을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잘 연락을 안 하게 되는 거 같다.
 
국민의당 창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당시 탈당은 안 했으면 한다는 요청을 했다. 양쪽에 다 했다. 문재인 대표 쪽에는 탈당이 없도록 포용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드렸다. 안 대표 쪽에는 웬만하면 여기서 같이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했는데 잘 안 됐다. 어쨌든 이건 야권 분열이지 않나. 지난 총선에서 우리 당이 워낙 비관적인 상황이었는데도 원내 1당이 됐고, 국민의당도 교섭단체를 넘어서는 선전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국민에 대한 예의는 아니었다고 본다.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 아닌가.
 
이게 국민의 승리지, 야권의 승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주 잘못된 조합을 최고의 상황으로 만들어준 것은 국민이다. 국민의 승리고, 국민의 지혜고, 국민의 위대함이다.
 
그만큼 정부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인데,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을 점수로 따진다면 몇 점 정도라고 보나.
 
학점을 매기면 낙제점이다. 나라 경제가 이게 뭔가. 경제가 이렇게 된 이유는 소통이나 통합보다 갈등과 분열, 심지어 절대로 해선 안 될 민족 문제, 남북 문제, 통일 문제까지 정략적으로 이용했다. 국민을 바보로 여겨서는 안 된다. 국민은 다 알고 있다.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피해 당사자이기도 한데.
 
어버이연합이 나를 상대로 데모한 횟수가 19번이라고 하더라. 내가 어버이연합에 무슨 죄를 졌다고. 다른 정치인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어버이연합 뒤에 도대체 누가 있길래. 어쨌든 어버이연합이 자체적으로 했을 리는 없다. 이미 청와대 지시설도 나왔다. 전경련에서 5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했다는데 전경련이 뭐가 좋아서 여기에 돈을 내겠나. 뭔가 뒤에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그 실체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 헌정 체제 유린이지 않나.
 
돈을 주고 집회 인원을 동원한다는 건 특히 위험한 발상 아닌가.
 
사실 예측된 일이었다.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했는데 모금하고 회원 조직 관리하는 게 쉽지가 않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어버이연합이 제대로 모금을 했는지 궁금하다. 멀쩡히 시장 일을 잘하고 있는데 19번이나 데모를 왜 했을까. 분명히 돈 준 사람들의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그러면 돈 준 사람이 누구냐 이거다. 전경련은 창구에 불과하다. 분명히 뒤에서 여기에 돈을 주라고 지시한 곳이 있을 거다. 그걸 밝혀달라.
 
다가오는 대선에서 화두는 뭐가 될까. 또 국민은 어떤 대통령을 원하고 있을까.
 
역대 대통령들의 문제를 뛰어넘는, 우리 시대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내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민생 파탄, 성장 절벽에 있다. 경제 문제는 경제학자나 경제전문가만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현장의 전문가들과 시민들, 경제인들의 얘기를 잘 들으면 문제의 본질과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이전에도 경제 대통령이 있지 않았나.
 
그 경제 대통령이 경제를 잘 해결했나.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자신이 경제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장애물에 부닥친 거다.
 
야권 분열을 얘기했는데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지형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통합하거나 연대해야 한다. 너무나 간명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지금 상황은 흩어지는 쪽이다.
 
막판에는 다 잘될 거다. 아니면 질 텐데.
 
여전히 대선 출마 여부가 궁금하다.
해석을 많이 해라. 아까 여러 가지 언질을 드렸는데. 난 후보선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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