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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세일즈 외교 성과 123조원 진실은…

‘지지율 벼락치기’에 중독된 정부

이민우 기자 ㅣ mw@sisapress.com | 승인 2016.05.31(Tue) 15:23:44 | 13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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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 외교’는 대통령의 국외 방문 때마다 언론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단어다.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누비며 세일즈맨처럼 국내 기업의 물건을 수출하고 해외 사업권을 따내는 등의 행위를 일컫는다. 대통령이 발 벗고 나서서 경제를 살린다니.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 물량 감소, 경기 회복 둔화 등 성장 절벽에 가로막혀 있는 한국 경제의 탈출구로 여겨졌다. 때문에 국민들은 세일즈 외교 성과가 발표될 때마다 환호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세일즈 외교를 위해 순방 때마다 재계 총수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꾸렸다. 경제사절단 규모는 갈수록 커졌다. 취임 첫해인 2013년 방미 당시 52명이었던 경제사절단 규모는 베트남 방문 당시 79명으로 늘었다. 2014년 독일 방문에는 105명, 2015년 중동 4개국(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카타르) 순방에는 116명, 중남미 순방에는 126명이 동행했다. 경제사절단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지난 4월 이란 방문 때는 236명의 경제인이 참여했다.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면서 매번 기록을 경신하는 식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성과는 어마어마했다. 20여 차례의 순방을 통해 얻은 경제 성과는 무려 123조원 수준에 달했다. 정부 측 주장으로는 그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원외교 성과와는 비교도 안 될 규모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에티오피아 총리가 5월26일 오후(현지 시각) 아디스아바바 대통령궁에서 열린 협정 서명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세일즈 외교’ 성과만 123조원?

 

박근혜 대통령이 또다시 세일즈 외교에 나섰다. 5월25일 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 국빈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5월26일(현지 시각) 박 대통령은 첫 방문 국가인 에티오피아에서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40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청와대는 에티오피아 도로 건설과 개선·시공감리 등 인프라 사업에서 7억 달러 규모의 성과를 냈다고 홍보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인근 아다마에 한국 기업만 상주하는 100만㎡(30만평) 규모의 섬유단지도 조성하기로 했다. 이 내용은 엠바고(보도 제한) 상태로 미리 언론에 배포됐다. 경제사절단을 태운 비행기가 에티오피아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실상 준비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세일즈 외교 성과에는 함정이 있다. 대부분 ‘추진’한다거나 ‘수주 발판을 마련했다’는 식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에티오피아 방문 성과의 경우에도 정부는 6억9000만 달러(약 8000억원) 규모의 도로 건설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계약 체결까지 험난한 단계가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섬유단지 조성의 경우 타당성 조사를 거쳐 경제성을 따져봐야 한다. 입주 기업에 대한 세제 감면 혜택도 에티오피아 정부가 적극 ‘검토’하기로 했을 뿐이다. 그나마 올해부터 3년 동안 5억 달러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따낸 것들이다.

 

이번만이 아니다. 정부는 5월2일 경제 제재에서 풀려 각국의 수주 각축장이 된 이란에서 최대 456억 달러(52조원)의 성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철도·도로 등에서 121억2000만 달러, 석유·가스·전력 사업 등에 316억 달러다. 지난 2014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방문 때는 318억 달러 규모의 경제 성과를 냈다고 홍보했다. 이들 대부분 양해각서나 가계약을 체결했을 뿐이다. ‘수주한 금액’이 아니라 ‘수주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이었던 2013년 미국 방문 당시 7개 기업으로부터 3억8000만 달러의 투자 프로젝트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제대로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1개뿐이었다. 가장 규모가 큰 솔로파워의 태양전지 모듈 제조 사업은 산업단지 부지 계약조차 해지됐다.

 

 

 

‘성과 부풀리기’ 기술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의 성과가 부풀려진 이면에는 MOU의 함정이 있다. MOU(양해각서)란 ‘Memorandum of Understanding’의 약자로, 서로 이해한 것을 정리해 둔 내용이라는 의미다. 국가 간 합의 가운데 격식과 구속력이 가장 낮은 단계에 해당한다. 법적 구속력도 없다. 

 

정부가 세일즈 외교의 경제 성과로 내놓은 결과물은 대부분 MOU로 이뤄진다. 지난 이란 방문 당시 정부가 추진키로 한 프로젝트 가운데 MOU가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합의각서(MOA)가 4건이었다. MOU와 MOA 모두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합의다. 법적 구속력이 따르는 가계약(2건)과 일괄정부계약(1건), 업무협력합의각서(3건)는 6건에 불과했다. MOU는 대부분 ‘한국 상품을 열심히 발굴하고, 수출 중소기업의 진출에 최선을 다한다’는 식의 내용이다. 약속을 정할 때 ‘몇 날 몇 시에 어디서 보자’는 게 아니라 ‘언제 한 번 보자’는 수준의 내용인 셈이다.

 

이렇게 약속을 해놓고 실제로 만나면 다행이지만 인사치레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자원 외교에 앞장섰던 이명박 정부의 MOU는 대부분 ‘공수표’에 불과했다. 전정희 의원실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임기 동안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를 통해 맺은 MOU는 모두 96건이다. 이 가운데 본계약으로 발전한 사업은 16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본계약을 맺고도 탐사 후 경제성 부족 등으로 이미 철수한 사업도 6건이나 됐다. 나머지 10건의 경우 현재 탐사 단계여서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기존에 투자하기로 했던 내용을 그대로 재탕한 경우도 있다. 2014년 인도 순방 당시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쌍용차 최대 주주인 마힌드라 룹 회장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할 당시 약속했던 내용의 재탕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투자 주체는 마힌드라가 아니라 쌍용차였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쌍용차가 스스로 돈을 빌려 신차 개발 등에 투자한다는 의미였다.

 

지난해 3월 중동 순방 이후 한국에 대한 중동 지역의 투자가 급증했다는 설명도 비슷한 구조다. 정부는 중동 투자 확대의 사례로 에쓰오일의 최대주주 아람코의 에쓰오일 지분(18억4000만 달러) 인수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대통령 순방보다 8개월 앞선 2014년 7월 이미 결정해 발표된 일이었다. 정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작년(2014년) 9월 중 투자 계획이 신고 됐지만 실제 투자금액 도착은 2015년 1월에 이뤄졌다’며 ‘1분기 실적에 포함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정부 해명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순방 효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부분이다.

 

 

‘지지율 반짝 효과’에 중독된 정부

 

박근혜 정부가 처음부터 세일즈 외교 성과 홍보에 치중했던 것은 아니다. 임기 첫해인 2013년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영국을 갔을 때에는 ‘○○억 달러 성과’라는 표현이 없었다. 대신 교역 규모를 기존 얼마에서 향후 얼마까지 늘린다는 내용이 차지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세일즈 외교 성과의 ‘단맛’에 취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각종 사회적 이슈로 곤경에 몰릴 때마다 세일즈 외교를 통해 여론을 잠재우고 지지율 반등을 시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 이유는 늘 ‘외교·국제 관계’가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매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조사를 실시하는 한국갤럽의 결과를 분석해봤다. 그동안 22차례 순방을 다녀온 직후 긍정 평가가 늘어난 경우는 14차례나 됐다. 취임 첫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에는 무려 전주에 비해 9%포인트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지율 변동이 없거나 하락한 6차례 순방의 경우 ‘대형 악재’를 만났을 때였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했거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논란이 벌어졌을 때,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가 일어났을 때와 비슷한 경우였다. 한국갤럽이 5월27일 발표한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셋째 주보다 2%포인트 상승한 32%를 기록했다. 이번 아프리카 3국·프랑스 순방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나치게 단기 성과에 매달린다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 모두 관행처럼 순방 성과를 부풀려왔다”며 “치적 쌓기에 급급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는 본계약과 MOU, 사업 추진 등을 명확히 구분해줘야 한다”며 “실적을 부풀려 일시적으로 오른 지지율은 거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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