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 안전의 외주화가 사고 불렀다”
  • 박준용 기자 ()
  • 승인 2016.05.3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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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근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안전위원․사회공공연구원 부원장 인터뷰

 

 

 

벌써 세 번째다. 이번에는 구의역이었다. 2016년 5월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노동자가 전동차에 끼어 사망한 사고는 2013년 1월 성수역 사고, 2015년 8월 강남역 사고와 ‘판박이’였다. 숨진 정비공은 모두 혼자였다. ‘2인 1조 출동’의 ‘안전수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구의역 사고에서도 경력 7개월의 19세 청년이 ‘홀로’ 작업하다 목숨을 잃었다. 

오선근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안전위원은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러지 못한’ 것이라 말한다. 이는 공기업인 서울메트로가 2002년 스크린도어 사업을 외주화한 탓이 크다. 저가로 시공된 지하철 스크린도어는 잦은 고장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를 수리해야할 노동자는 턱없이 부족했다. 용역업체는 인건비를 줄여가며 스크린도어 정비 업무를 해야 했다. 자연히 위험은 용역업체 노동자가 떠안게 되었다. 시사저널은 5월31일 오선근 위원에게 되풀이되는 지하철 노동자 사망 사고에 대해 물었다. 

1~4호선 지하철 정비업체 노동자는 왜 위험에 노출돼 있나. 

여러 가지 복합적인 부분이 있지만 2002년부터 시작했던 하청문제가 제일 크다. 서울시가 무리하게 스크린도어 설치를 추진하다 보니 졸속적이고 날림으로 공사가 이뤄졌다. 공공기관이 민간에 공사를 맡길 때하는 ‘최저가 낙찰제’ 탓에 원래의 50%도 되지 않는 공사비로 스크린도어가 시공된 경우도 있다.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는 5~8호선 스크린도어는 정비작업을 외주화하지 않았다.

인력 부족도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 있나. 

그렇다. 고장은 잦은데 정비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사고 때마다 용역업체 인력을 늘린다고 했지만 충원된 직원 중 안전․정비 인력은 적었다. 현재도 5~6명이 한 조가 돼 49개 지하철역 정비를 맡는다. 버거운 상황이다. ‘2인 1조 출동’ 같은 안전 수칙을 지키기 어렵다. 

용역업체 직원이 유독 위험에 노출된 까닭은 무엇인가.

용역업체 직원은 안전보다 빠른 조치를 우선시해야 하는 잘못된 갑을계약에 시달린다. 스크린도어 외주(하청)업체 직원들은 장애 및 고장 신고 접수 후 1시간 이내에 출동해야 한다. 계약서에는 1시간 이내에 출동해 24시간 이내에 고장에 관해 조치 등을 해야 한다고 돼 있다. 위반할 경우에는 벌칙금과 차기 계약에 불이익이 있다고 한다.

어떻게 개선돼야 하나.

용역업체와 서울메트로의 공정하지 못한 계약을 개선해야 한다. 지하철 안전관리 업무인력은 직접 고용을 하거나, 부족한 인력은 증원해야 한다. 또 부실시공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품을 전면 교체해서 고장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전동차를 운행하는 시간에는 선로에서 작업을 금지하는 등 실용적인 안전수칙을 만들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공공네트워크 작업도 필요하다. 전문가·노조·시민·정부의 ‘노·사·민·정 거버넌스’를 구축해서 지하철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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