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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축구는 왜 벽안의 지도자를 택했나

대표팀 감독에 노르웨이 출신 안데르센 선임…북한판 히딩크 될 수 있을까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01(Wed) 11:31:45 | 13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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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 끝난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가장 극적인 탈락을 경험한 것은 H조의 북한이었다. 2차 예선 초반에 강호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해 예멘·바레인을 연파하며 조 1위를 달린 북한은 최종 예선 출전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홈에서 필리핀을 잡지 못했고, 원정에서 우즈베키스탄에 패하며 선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마지막 필리핀 원정에서 거짓말 같은 2-3 역전패를 당하며 극적으로 탈락했다.

 

최근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새 직함을 단 김정은은 유럽 유학의 경험으로 인해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크다. NBA(미국프로농구)의 광팬으로 알려진 그는 권력을 진 뒤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맨을 평양으로 초청해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체제 선전에 스포츠만큼 효과가 큰 분야가 없다는 걸 파악하고 있는 지도자다.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본선에 깜짝 진출하며 1966년 이후 44년 만에 세계무대에 등장했던 북한 축구로서는 젊은 지도자를 만족시킬 성과가 필요했다. 북한 축구는 지난해 8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일본을 2-1로 꺾으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결국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도전을 조기에 접어야 했다.

 

 

북한 축구대표팀이 25년 만에 외국인 사령탑으로 노르웨이 출신 예른 안데르센 감독을 선임했다.

25년 만에 외국인 사령탑 선임

 

최종예선에도 오르지 못하고 탈락한 북한 축구대표팀이 어떤 식이든 변화를 겪을 것은 충분히 예견된 바였다. 움직임은 두 달 후 감지됐다.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는 5월12일 자국 출신의 지도자 예른 안데르센이 비밀리에 북한 축구대표팀과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후 안데르센 감독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5월 초 북한에 입국했고 계약을 마치고 왔음을 알렸다. 

 

북한 축구대표팀이 외국인 감독을 선임한 것은 무려 25년만이다. 1991년에 헝가리 출신의 팔 체르나이 감독이 최초의 외국인 지도자였다. 하지만 체르나이 감독은 1994 미국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북한 대표팀을 떠났다. 

 

안데르센 감독은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가 국제무대로 북한을 이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9년 UAE(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는 아시안컵과 2022년 카타르에서 열리는 월드컵 예선에 대비해 대표팀을 재건하는 것이 나의 과제다. 축구를 통해 북한과 세계를 잇고 싶다”고 말했다. 6월에 새로운 대표팀을 구성하는 그는 다시 북한으로 입국해 선수들을 관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출신으로 안데르센 감독을 알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 소식에 “북한 축구가 자신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선진 축구 경험이 있는 지도자를 택한 것 같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하지만 외국인 감독 선임이 단지 ‘이미지 개선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핵 보유 발표를 통해 다시 한 번 세계의 불안한 시선을 한 몸에 받은 북한이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데르센 감독이 영향력 있는 뛰어난 지도자가 아니라는 게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분데스리가 득점왕을 차지하며 나름 이름을 날린 현역 시절과 달리 안데르센 감독은 지도자로서는 낙제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아왔다. 1부 리그보다는 하부 리그에서 더 많은 감독 생활을 했다. 북한 대표팀을 맡기 전 오스트리아 3부 리그 소속의 SV 잘츠부르크의 감독이었다. 장기적 계획과는 다른 짧은 계약 기간도 이번 감독 선임이 ‘보여주기’라는 주장의 또 다른 근거가 되고 있다. 안데르센 감독의 계약 기간은 올해 말까지인데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한 북한은 그사이 별다른 국제대회를 치를 수 없다. 오히려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스벤 예란 에릭손(스웨덴)이나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감독 영입을 시도했던 2009년이 더 진정성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조총련 의존했던 북한 축구, 유럽식으로 눈길 돌리다

 

부정적인 시선과 달리 북한 축구의 방향성을 바꿀 중요한 선임이라는 견해도 있다. 북한 축구의 근본적인 변화 때문이다. 북한 축구의 특징은 군대를 연상시키는 조직력과 빠른 속도, 그리고 강한 정신력이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올라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던 북한은 ‘천리마 축구’로 불린다. 북한의 집단적 사회주의 운동이었던 ‘천리마 운동’에 빗댄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정치와 경제에서 폐쇄주의 체제를 택하며 북한 축구는 세계의 흐름을 쫓지 못했다. 당시 북한이 축구 조류를 따르기 위해 기댄 것은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였다. 조총련계 재일동포 출신 국가대표가 2000년대 들어 크게 늘었다. J리그 등에서 선진 축구를 습득한 지도자들도 북한으로 건너가 훈련법을 도왔다. 결국 정대세·안영학·량용기 등 J리그와 K리그에서 뛰던 선수들과 북한 대표팀 최초의 조총련계 스타였던 김광호 코치가 당시 김정훈 감독을 도우며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조총련계 출신 선수들과 기존 북한 선수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존재했다. 결국 조총련계 선수들의 비중이 줄었다. 북한 축구의 방향은 다시 ‘정통성’으로 돌아왔다. 대신 세계 축구의 흐름을 쫓기 위한 노력을 잊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성과가 평양국제축구학교다. 김정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설립된 평양국제축구학교는 기존의 군대식 축구를 대체하기 위한 창의성과 기본기에 방점을 두고 있다. 현재 세계 축구의 화두인 유스 시스템과 일치한다. 이 선수들을 교육하기 위해 스페인·이탈리아의 유스 지도자들이 다수 입국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북한 축구는 외국인 지도자와 시스템만 가져와 자국에서 키우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의 변화를 진두지휘할 인물로 유럽 출신의 국가대표팀 감독을 찾았고 안데르센 감독이 최종 낙점됐다는 것이다. ‘전투 축구’가 아닌 ‘생각하는 축구’를 준비하는 북한 축구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인물로 선택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2002 한·일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의 방향을 확 바꿔 놓은 히딩크 감독처럼 북한도 새로운 자극을 줄 인물을 택한 셈이다. 과연 안데르센 감독은 변화를 갈망하는 북한 축구의 히딩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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