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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에 강 건너 불구경하는 야당

야권, 반기문 출마 시사에 시큰둥…“潘 없어도 후보 충분”

유지만 기자 ㅣ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6.01(Wed) 12:59:23 | 13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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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 대단하다고 생각하나.” 5월26일 오후 서울 동작구에 있는 국립현충원. 이날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묘비 제막식에 참석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도전 시사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는 취재진에게 내놓은 답이다. 김 대표의 반응을 전해 들은 야권 관계자들은 “솔직하고도 정확한 얘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도전과 관련한 여야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친박계를 중심으로 강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반면, 야당인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반응은 냉소적이라 할 만큼 차분하다. 김 대표의 발언은 이 같은 야권의 반응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사무총장직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국민이 도와주는 게 좋겠다”며 반 총장의 대권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야권은 ‘반기문 대망론’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5월26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김영삼 전 대통령 묘소에서 열린 묘비 제막식에 참석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야권에서 여권으로 옮겨 간 ‘대망론’

 

사실 ‘반기문 대망론’ 혹은 ‘충청 대망론’의 시작은 야권이었다. 대망론이 막 고개를 들기 시작한 2013년,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우리가 많이 부족한 국제사회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고, 한국의 위상을 높였고, (대선후보)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반 총장을 치켜세웠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도 “반 총장은 참여정부가 만들어낸 유엔 사무총장이다. 주인공 역할을 하든 정당을 돕는 역할을 하든 정치를 한다면 당연히 야당과 함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반 총장을 야권에서 모셔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반 총장 측 인사 역시 여야를 가리지 않고 폭넓게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던 박지원 의원은 반 총장의 측근으로 꼽혔던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동교동계와 반 총장 간의 협력을 추진하기도 했다는 발언을 했다. 박 의원은 당시 언론에 “성 전 회장이 (반 총장과 동교동계가 손을 잡아) 충청권과 호남권이 힘을 합치는 ‘뉴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나는 이 같은 주장을 경계해, 성 전 회장과 접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어느새 여권으로 옮겨 붙었다. 특히 친박계를 중심으로 반 총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타올랐다. 당시 정가에선 “친박의 맏형 격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반 총장이 상당히 가까운 사이”라며 양자 간 접촉설이 흘러나왔다. ‘대통령의 입’으로도 불렸던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충청 지역의 유명 모임 등 영역 확대를 위해 충청 지역 인사들과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윤 의원은 올해 초 반 총장의 측근이 많이 포진한 ‘충청포럼’의 회장에 취임했다. 야권에서 시작한 ‘반기문 대망론’을 오히려 여권이 가져가게 됐다. 

 

친박계가 ‘반기문 카드’에 매달리는 이유는 표면적으로 봤을 때 ‘정권 재창출’이다. 현재 당내 계파 싸움에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친박계의 고민 중 하나는 ‘후발 주자’가 없다는 점이다. 충청권을 상징하는 반 총장이 친박계에는 좋은 ‘패’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구·경북(TK)을 핵심 기반으로 한 친박계는 지역적으로 영남과 충청이 결합하면 야권 후보를 꺾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이와 다르게 ‘정치적 생명연장’이 진짜 목표란 이유도 있다. 새누리당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친박계조차도 반 총장이 승리할 것이라고 기대는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 영입을 통해 친박계의 ‘정치적 영역’을 지키려 한다는 의미다. 이 인사는 “반기문이라는 카드를 통해 당내 대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그 여세로 당권 내지는 당내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계산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野 “대권 잡으려면 검증받아라” 

 

반면 야권의 태도는 이전과 다르다. 반 총장이 여느 때와 다르게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지만, 높이 평가하거나 크게 견제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현상은 20대 총선이 야권의 승리로 끝난 뒤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야권이 반 총장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대권 잠룡’들이 충분히 많기 때문이라는 인식이다. 현재 야권에선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손학규 전 고문, 김부겸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까지 거론되고 있다.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선수’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이 뿐만 아니다. 앞서 거론된 ‘잠룡’들은 모두 선거를 치르면서 국민의 검증을 어느 정도 받았기 때문에 아직 검증되지 않은 반 총장보다 오히려 더 경쟁력 있다는 판단이다. 20대 총선에서 야당의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이철희 더민주 의원의 말이다. 

 

“현재 야권에는 잠재적 후보군까지 따졌을 때 대권후보가 상당히 많다. 이들은 모두 국민의 판단을 받아보지 않았나. 적어도 검증 면에선 반 총장보다 훨씬 단단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반기문 총장은 마치 ‘무협지’ 같다. 절벽에서 비급(秘?·신묘한 책)을 얻어 절정고수가 되는 주인공의 느낌이다. 검증은 아직 전혀 되지 않았다. 이런 관점에선 야권의 현재 후보들이 훨씬 낫다고 보고, 이 중에서 대통령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반 총장이 경선에 참여한다면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다른 후보를 제칠 수준은 아니라는 점은 명확히 했다. 우 원내대표는 5월2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신다면 대환영이지만 기존에 있는 후보들을 다 가만히 계시라고 하고 모셔올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모호하게 하시는 분 중에 성공하신 분이 없어서 제대로 말씀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반 총장의 명확한 의지 표명을 에둘러 촉구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반응도 마찬가지다. 안철수 대표는 반 총장의 대권 도전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노코멘트로 일관했으며 박지원 원내대표는 “친박에서 옹립한다고 해도 비박의 강한 검증과 함께 경선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태풍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라며 사실상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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