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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프로젝트] 뉴욕 하이라인을 가다

윤주 와이쥬 크리에이티브 대표이사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06(Mon) 14: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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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지역재생’이 화두다. 글로벌 시대를 주창하며 ‘기술의 진보’‘속도의 향상’‘규모의 증강’을 추구하던 세계는, 이제 거꾸로 ‘로컬’과 ‘회복’‘재생’으로 그 관심을 돌리고 있다. 환경 문제, 자원 문제 앞에서 성장 한계에 부딪혀 갈 곳을 잃었던 인류 진보의 향방이 갈 길을 찾은 것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이미 존재했던 것을 되살리고 활용하는 지역재생은, 여러 선진 도시에서 이미 그 성공 사례를 보이며 오늘날의 도시디자인 트렌드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필자는 지난 5월 초, 지역재생 사례 가운데 벤치마킹의 롤모델로 회자되는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the High Line)’을 찾았다. 올 초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역 고가를 공원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그 롤모델로 제시됐던 곳이다. 2009년 처음 개장한 하이라인은 마이클 블룸버그 당시 뉴욕 시장이, 폐선(廢線) 되어 애물단지로 전락한 고가 철로를 도심 공원으로 재생시키기로 결정하면서 만들어진 공원이다. 

화창한 날이면 뉴욕 맨해튼 섬 서편으로 흐르는 허드슨 강을 따라 있는 남북으로 뻗은 하이라인엔 많은 사람들이 나와 휴식을 즐긴다. 필자가 찾은 5월 8일에도 많은 뉴욕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하이라인을 제각각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었다. 

하이라인의 시초는 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중반 뉴욕의 도로는 늘어나는 화물 운송으로 기차, 자전거, 마차가 뒤엉켜 혼잡을 일으키며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했다. 이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뉴욕시는 지상 9m 높이 공중에 고가 철도를 만들어 화물 운송을 편리하게 하기로 결정했다. 건물들이 즐비한 도심 한가운데를 관통하면서도 공중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도로 정체에 영향을 받지 않았던 고가 철로는, 1929년 탄생 이래 20세기 중반까지 뉴욕시의 가장 중요한 화물 운송수단으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고속도로망이 건설되고 자동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이내 필요가 급감했고, 급기야 1980년을 끝으로 폐선이 된다. 이후 20년이 넘게 방치 된 철도는 여기저기 훼손되고 잡초가 자라나면서 도시의 애물단지로 전락하였고, 특히 철로 아래의 땅을 소유한 부동산 지주들은 “노선을 아예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폐 기로에 섰던 하이라인은 1999년 이곳 지역 주민 모임에서 만난 프리랜서 기고가 조슈아 데이비드와 창업 컨설턴트 로버트 해먼드를 중심으로 결성된 ‘하이라인 친구들(Friends of The High Line)’에 의해 그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이들은 하이라인을 ‘하늘에 떠 있는 공원이자 문화유산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잿빛 고가에 그만의 색을 입혀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반대의 목소리도 컸지만 뉴욕 시, 뉴욕 주 철도회사, 지주, 건물주, 주민 등 다양한 관련자들이 이해관계를 조율한 결과, 10년 만인 2009년 6월 제1구간이 공원으로 조성되어 문을 열게 되었다. 이후 2011년 확장개방을 거쳐 2014년 하늘공원으로 변신한 하이라인 전 구간이 공개되었다.

‘죽은 공간을 다시 살리자’는 하이라인의 콘셉트와 구상은 단지 1.45마일(2.33km)의 고가 철로에 꽃과 나무를 싶고 벤치를 설치해 시민들에게 또 하나의 휴식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일차원적 목표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첫 번째, 지역재생은 지역공간의 풍경을 바꾼다. 기존 철도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주변의 건축물과 전망이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주변 풍경이 자연과 인공, 옛 것과 새 것이 혼재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게 되었다. 노선 시작 부분에 있는 ‘미트패킹 디스트릭트(Meatpacking District)’는 폐쇄된 정육공장 지역이 고급 패션 거리로 탈바꿈한 곳으로서, 낡은 창고 건물들이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 쓰이고 있어 폐철도였던 하이라인의 풍경과 어우러진다. 공원 경로를 따라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명품 빌딩도 감상할 수 있다. 실제로 하이라인을 걷다보면 공원 한쪽의 허드슨 강과 다른 한쪽 맨해튼 도심 핫 플레이스들이 각기 다른 풍경으로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두 번째로 지역재생은 공간의 문화를 바꾼다. 많은 사람들이 하이라인 공원을 거닐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이라인만의 문화와 예술이 자리 잡게 되었다. 창의적 정신을 지닌 뉴욕의 젊은이들이 하이라인을 걷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소비 패턴에 맞춰 하이라인 주변 모습이 유행을 선도하는 분위기 있고 감각적인 주거지로 차차 변모한 것이다. 때문에 하이라인을 찾는 이들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공연과 예술 작업이 끊임없이 기획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지역재생은 지역경제에 활기를 북돋는다. 많은 사람의 발길이 계속 닿는 덕분에 주변 상권도 함께 발달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부수효과를 낳는다. 하이라인의 노선 끝에서 곧바로 연결되는 첼시 마켓이 지역자원을 활용해 효과를 극대화한 예이다. 이곳 역시 버려진 과자공장을 쇼핑몰로 재탄생 시킨 곳으로, 유명 식재료·식품 매장들이 다수 입점하여 지역 주민은 물론 외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역공간에서 펼쳐지는 활발한 경제활동은 단순히 지역경제에 호황만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하이라인을 걷는 모든 이에게 호재다. 누구나 좋은 기억과 감정들을 경험하다보면 그러한 가치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함께 든다. 하이라인의 멋과 감각이 흠씬 담겨 있는 상점가에서의 쇼핑은, 단지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하이라인의 문화와 기억을 소비하도록 해 지역주민은 물론 방문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경제도 활성화하는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뉴욕 맨해튼의 흉물에서 매년 5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뉴욕의 대표 명물로 다시 태어난 하이라인은 지역문제 해결 및 지역 재건에 있어 새로운 주체와 방식을 등장시켰다. 내부의 자생력을 배가하고 주변 지역들과 시너지를 내며 도시에 새로운 생명력을 주는 이른바 지역재생 개념을 탄생시킨 것이다.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한다. 하지만 도시의 집중화 문제와 각종 환경문제, 삶의 질 문제는, 인류로 하여금 기술의 진보보다 늘 한 발 앞서 난관에 봉착하게 할 것이다. 하이라인의 사례처럼 더 이상 자본집약적인 최첨단 클러스터나 거대한 건축물에만 집착하지 말고 버려진 건물과 폐부지를 위시한 재생 가능한 공간들을 지역과 유기적으로 어우러지게 돌아봐야 한다. 미래의 도시공간은 지금보다 훨씬 사람과 지역 중심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지역사회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의 환경 및 사회적 가치를 높여 지역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필요부터 충족시켜나갈 때, 누구나 오고 싶은 지역, 지속가능한 경제적 가치를 갖춘 지역, 삶의 원동력이 되살아나는 지역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우리도 주변을 돌아보며 미래를 함께할 공간을 깨워 재발견을 위한 많은 시도를 해야 할 것이다. 폐철도를 걷어내지 않고 되살린 뉴욕 하이라인의 지역재생 방식이, 과거로 돌아간 것이 아닌 미래로 향하는 길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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