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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할랄’은 선택이 아닌 필수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경제력 커지면서 동남아 진출 국내 기업들 ‘할랄 인증’에 비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 송창섭 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10(Fri) 11: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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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반둥 최대 쇼핑몰인 트랜스 스튜디오 몰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화장품 코너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화장품·의류 분야까지 할랄 인증을 확대할 움직임이어서 관련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동남아 할랄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제 ‘할랄(Halal)’은 중동을 비롯해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로의 수출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들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됐다. 할랄이란 이슬람 율법이 정한 5가지 율법(할랄·하람·와집·순나·마크로) 중 하나다. ‘허락된 것’이라는 의미를 지닌 아랍어에서 온 할랄은 ‘이슬람교도가 먹고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 왜 할랄이 재계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을까. 최근 할랄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는 동남아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의 경제력과 연관성이 깊다. 김문환 PT카신도 글로벌 우타마 대표는 “두 나라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나아지면서 종교에 기반을 둔 먹거리에 관심이 커졌으며, 이것이 할랄 식품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과거 자국의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할 때는 종교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비(非)할랄 제품을 사야 했지만, 지금은 씀씀이가 커지면서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에 소비자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정부가 할랄을 문화상품으로 키우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관련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할랄 산업이 말레이시아 전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는 2020년 5.8%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종교 관점 아닌 ‘할랄=자연친화 제품’ 이미지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할랄 문제를 지극히 식품산업에 한정해왔다. 그러나 쿠란(이슬람 경전)에는 ‘무슬림(이슬람 신도)들은 신이 허락하지 않은 것은 어떤 것도 만져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 할랄 시장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시장을 선도하는 분야는 단연 먹거리다. 시장 규모가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인증에 따른 파급효과도 상당하다. 그러나 이제는 의약품·생활용품·화장품·건강보조식품·의료장비·세면용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3월15일 화장품 생산 전문기업 ‘코스맥스’의 자회사 ‘코스맥스인도네시아’는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기관 ‘무이(MUI)’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았다. 화장품 전 생산과정에 대해 인증을 받은 것은 코스맥스가 처음이다. 할랄 인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슬람 율법에서 금지한 돼지고기와 알코올 성분이 제품에 들어갔는지 여부다. 돼지기름에서 뽑아낸 성분이 함유돼 있으면 인증 자체가 불가능하다. 일동제약은 한국 제약업계 최초로 의약외품인 비오비타와 프로바이오틱스 원료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최근 들어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에서는 장기적으로 의류에까지 할랄 인증을 확대할 계획이어서 관련 업계의 고민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용택 ‘인니할랄코리아’ 대표는 “이젠 할랄을 단순히 종교적인 관점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 및 관련 기관이 실사를 한 뒤 관련 인증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유럽·미주 등지에서는 이미 ‘할랄=자연친화 제품’이라는 등식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전문 기관이 현장을 찾아 눈으로 생산과정을 직접 확인했다는 점은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대목이다. 표시된 원산지는 물론 사용되는 제품의 유해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소비자들로선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식음료품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는 하나같이 할랄 인증을 받은 것들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국내 기업 중에는 대상그룹이 가장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대상그룹의 인도네시아 법인인 ‘PT미원인도네시아’는 지난 2001년부터 할랄 인증을 받기 시작해 인증 제품이 현재 맛소금·종합조미료·마요네즈·튀김가루 등 40여 개에 달한다. 김두련 PT미원인도네시아 대표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장기적으로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할랄 인증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PT미원인도네시아는 쇠고기맛 종합조미료의 경우 할랄 인증을 받은 원료만을 사용하고 있다. 
  


현지, 할랄 인증 제품에 유무형의 혜택 부여

이런 가운데 수입국인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이슬람 국가들은 할랄과 관련한 규제를 계속 높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오는 2019년부터 외국에서 수입되는 식음료 품목은 모두 자국 할랄 인증을 받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통관 절차에 있어서도 차별화를 기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는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에 맞춰 국영 항만 운영사인 ‘플라부한 인도네시아’를 통해 할랄 전용 항만을 준비 중이다. 할랄 전용 항만이 지어지면 유통 과정에서 할랄 제품이 비할랄 제품과 섞이지 않아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 앞서 말레이시아는 클랑항(港) 주변에 할랄 유통단지와 창고를 이미 지었다.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인증을 받은 업체와 제품은 통관에 상당한 혜택을 받게 된다. 

할랄과 비할랄 제품을 구분하는 것은 이미 말레이시아에서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주요 식료품점들은 할랄과 비할랄 제품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직간접적으로 할랄 인증 제품들에 유무형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상점에서는 할랄 전용 계산대까지 운영, 소비자들이 할랄 인증을 거친 제품만을 구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할랄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인증기관도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말레이시아는 정부 산하 기관에서 관련 인증을 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는 MUI라는 종교단체가 인증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국내에서 할랄 관련 인증을 받기도 쉽지 않다. 현재 한국이슬람교중앙회(KFM)에서 받은 인증에 대해 말레이시아 할랄 인증기관 ‘자킴(JAKIM)’만이 인정해주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인도네시아(MUI), UAE(ESMA), 싱가포르(MUIS) 등의 국가와도 교차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남택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동남아지사장은 “할랄 산업 육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정부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나선 만큼, 인증기관은 지금보다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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