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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의 평양 Insight] ‘김정은 유고’ 평양 권력의 대안은…

정보 당국 “최고지도자 유고 시 비상플랜 갖고 있을 것”…“여동생 김여정 1순위로 거론”

이영종│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13(Mon) 09:20:41 | 13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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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북한은 명실상부 ‘김정은 시대’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대를 이어 최고 권력자로 등장한 김정은의 북한은 과거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김정은 시대를 맞고 있는 북한 권력의 내밀한 뒷이야기부터 북한 주민들의 달라진 생활상 등 평양의 新풍속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이영종 통일전문기자의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노동당 제7차 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격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월13일 보도했다.


 

지난 5월초 평양에서 열린 제7차 노동당대회는 김정은 체제의 본격 출범을 알리는 행사였다. 아버지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한 김정은은 ‘제1비서’란 자리에 머물러왔다. 이런 상황에서 탈피하려는 듯 김정은은 노동당 위원장이란 새 직책을 만들어 당대회를 통해 ‘셀프 대관식’을 가졌다.

 

북한 당국은 이런 당대회의 의미를 부각해 선전하려는 차원에서 100여 명의 외신기자들을 평양에 초청했다. 미 CNN과 영국 BBC 등 유력 언론이 취재진을 파견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들에게 당대회 행사장을 공개하지 않았다. 개막식 때 대회장인 4·25문화회관 외곽 200m에 머물게 해 반발을 샀다. 몇몇 언론에 폐막식 일부를 보여줬을 뿐이다. “이럴 거면 왜 초청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고 비판 보도가 이어졌다.

 

‘셀프 대관식’ 찾은 외신기자는 ‘인간방패’?

 

사정이 이렇게 되자 대북 관측통들 사이에선 색다른 분석이 제기됐다. 서방 기자들을 대거 초청한 목적이 다른 데 있다는 얘기였다. 바로 김정은 위원장을 위한 인간방패로 외신 취재진을 내세운 것이란 분석이다. 김정은과 평양 권력을 움직이는 핵심 인물들이 한자리에 집결하는 데 따른 부담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진단도 나왔다.

 

사실 외부세력이 당대회장에 모종의 위해를 가한다면 북한 체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 노동당과 군부·내각의 핵심 간부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데다 북한체제를 떠받치는 핵심인 3000여 명의 노동당원이 36년 만에 총집결해 개최한 당대회란 측면에서다. 무엇보다 절대권력을 거머쥔 김정은이 유고(有故)상황을 맞는다면 체제 붕괴라는 극단적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미 정보기관의 첩보위성이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은 3시간 넘게 당대회 총화보고를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신변이 고스란히 외부에 노출되는 상황을 김정은과 지도부가 우려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현재 한반도 정세는 김정은과 북한 정권의 수뇌부를 물리력을 동원해 제거할 정도는 아닐 수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북한의 후견국가인 중국 등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북한체제와 김정은이 미국을 비롯한 외부 적대세력으로부터 느끼는 위기감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게 한·미 정보 당국의 판단이다. 전통적으로 ‘미 제국주의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는 이른바 ‘피포위 의식(siege mentality)’이 강한데다, 김정은 체제 들어서는 불안감이 극도에 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소위 ‘최고 존엄’이라 부르는 최고지도자의 신변 경호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체제가 무너진 2003년 4월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해 5월 미군 무인항공기가 탈레반 지도부의 지휘차량을 포격해 몰살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지자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군부대나 공장 방문 날짜를 감추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 언론들이 김정은 동정을 보도하면서 “북한이 구체적인 날짜를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노동신문 보도가 나오면 ‘하루 이틀 전 실제 공개 활동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해 전하는 식이다. 

 

김일성·김정일 집권 때보다 현 김정은 체제에서 최고지도자의 신변 경호에 북한 당국이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건 유사시 대안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김일성 주석의 경우 1974년 2월 아들 김정일이 당 5기 8차 전원회의에서 후계자로 내정됐고, 1980년 10월 당대회에선 추대 절차까지 밟았다.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까지 20년간 후계수업을 받은 뒤 권력을 넘겨받은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도 2010년 9월 3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을 후계자로 낙점했다.

 

하지만 32살 청년지도자인 김정은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아직 유아 수준인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을 뿐이다. 친형인 김정철의 경우 호르몬계 이상 등의 질환으로 동생에게 후계자 지위를 뺏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복형 김정남의 경우는 ‘곁가지’로 분류돼 평양 권력에서 멀어졌고, 해외를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권력 내부에서 “원수님(김정은을 지칭)에게 문제가 생기면 대안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라고 한다. 집권 이듬해인 2013년 12월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반당·종파’로 몰아 처형한 건 권력 지키기에 김정은과 그 주축세력이 얼마나 예민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를 잘 드러낸다. 

 

김여정, 오빠 신임 두터워 ‘대안 카드’ 부상

 

한 가지 흥미로운 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관련해 북한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첩보다. 김여정이 오빠 김정은의 유고 시 대안으로 준비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돼 구체적인 내용을 추적하고 있다는 게 정보 당국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 관계자는 “북한도 하나의 국가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최고지도자 유고 시 작동시킬 비상플랜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그 리스트 1순위로 여성인 김여정이 등장하는 건 뜻밖”이라고 설명했다. 김여정은 10대 시절 오빠 정은·정철과 함께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에서 유학했다. 또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맡아 최측근으로 보좌하거나 수행하고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7차 당대회 때도 스마트폰과 수첩을 들고 김정은 곁을 지키는 모습이 북한 TV화면에 공개되기도 했다. 권력투쟁이나 건강문제로 후계경쟁에서 이미 낙마한 오빠들보다 김여정이 김정은 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기 때문에 대안 카드로 부상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투표를 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들어서도 미군이 한반도에서 김정은 제거를 노린 ‘참수작전’을 진행하는 등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잇단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처한 한·미 합동군사연습에 대해서도 ‘북침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한다. 김정은 신변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미국의 무기체계나 국제사회의 김정은 비판 움직임에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월 미 국방부가 공개한 최신형 열핵폭탄 B61-12의 시험투하 영상은 김정은과 평양 지도부를 숨죽이게 했을 것이란 게 한·미 정보 당국의 분석이다. 여기엔 무게 380kg의 오렌지색 탄두가 미국 네바다 사막에 그려진 둥근 원 모양의 목표물을 정확히 명중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지도부를 초토화할 수 있는 정밀타격 무기에 김정은과 핵심 세력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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