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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피나는 노력의 소산이다”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펴낸 남인숙 작가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11(Sat) 17:11:21 | 13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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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숙 지음
소담출판사 펴냄
272쪽
1만3800원


 

“어린 친구들에게 ‘제일 예쁘고 좋은 시기를 살면서, 왜 죽겠다고 엄살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내젓는 고집쟁이 어른의 전형에서 발을 빼고, 내가 먼저 재밌어지고 그 즐거움을 나누어주고 싶다. 근엄함은 지긋지긋하게 겪었다.” 

젊은 시절을 아쉬워하면서 ‘잔치는 끝났다’는 식으로 푸념하는 이들이 많다. 서른 지나 마흔이 되고, 쉰 나이에 접어들면서 입꼬리가 처지고 뱃살이 늘어나는 자신을 보며 무력해지기도 한다. 베스트셀러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등 에세이스트로 사랑받아온 남인숙 작가는 자신과 같이 나이 들어가는 독자들을 향해 “우리가 나이 들고 노화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오히려 그는 젊은 시절이 찬란했는지, 과연 행복했는지, 잘 살아왔는지 돌아보라고 한다.  

“삶의 절정은 젊은 시절에만 있는 게 아니다”

 

 

남인숙 작가

남 작가는 최근 수필집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를 펴내며 예전처럼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여자가 여자에게 건네는 다정하고 솔직한 수다 모음인데, 발칙한 제목과 달리 아주 편안하게 읽히는 것이 반전이다. 여성들의 삶에 대한 깊은 고민과 진솔하고 현실적인 조언으로 사랑받아온 작가답게 꾸밈없는 글들이 귀를 솔깃하게 한다. “젊음의 종말이라고 믿었던 마흔이라는 이 시간 안에는 진정한 행복감을 결정짓는 요소인 자아에 대한 확신이 자리 잡고 있다.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는 시기다. 성숙해가는 사람일수록 자신들보다 무력한 청춘들을 안쓰럽게 여기고, 자신이 이제 갖게 된 것들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최근 몇 년 동안 남 작가는 젊음을 잃어가는 대가로 얻고 있는 좋은 것들을 숨은그림찾기 하듯 하나하나 찾기 시작했고, 그럴 때마다 조증 환자처럼 신이 났다고 한다. 삶에는 어느 단계에나 선물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누구나 ‘좋은 시절’이라고들 말하는 청년 시절에만 삶의 절정이 있는 게 아니다. 나는 무지와 어리석음과 혼돈으로 후회될 짓만 하고 돌아다니던 내 젊은 시절을 돌이키기도 지긋지긋하다. 나이 들어가는 지금이 더 좋고,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이 들어서 전보다 쓸쓸하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청년 시절을 추적 관찰해보면 청년 시절에도 행복하지 않았다. 나이 들어서 더 불행해진 게 아니라 지금 불행한 핑계로 나이 든 것을 선택한 것뿐이다. 삶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무거운 것이다. 그 시간들을 통과해오면서 우리는 모두 고통에 대한 내성과 가진 것들 내에서도 누릴 수 있는 현명함을 갖추게 되었다.”

 

발칙한 제목에 대한 의문도 금방 풀어준다. 이번 생을 아주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기에, 다음 생에서까지 똑같은 역사를 이룰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작가의 논리다. 남 작가는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한 인간으로서의 불안함, 인생의 조연으로 밀려나는 것만 같은 헛헛함, 아내와 엄마라는 역할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들을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풀어놓는다. “나는 남편을 사랑한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웬만하면 이번 생에는 끝까지 그와 함께하고 싶다. 그러나 이건 운명이나 전생의 인연 덕이 아니라 피나는 노력의 소산이다. 인간의 이기심을 거세시킨 무한 사랑을 전제로 관계를 해석했던 어리석음을 극복한 후에야 나는 사랑다운 사랑을 비로소 시작할 수 있었다.”

 

“내 인생의 가장 좋은 순간 아직 오지 않았다”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는 언뜻 보면 도발적인 선언인 듯하지만, 작가 자신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결혼을 삶에 대한 확장의 의미로 쓴 표현으로, 만약 다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삶을 선택할 거냐는 물음인 것이다. “이 물음에 우리는 의외로 쉽게 답하기가 힘들다. 삶은 부분의 사건이 아니라 전반적인 태도에 의해 결정되니까. 이를테면 가끔 자존감이 결여된 뻔뻔함으로 ‘진상’이라는 말을 들으며 나이 들어가는 이들을 한꺼번에 욕보이는 중년들이 있는데, 그런 이들 때문에 나이 드는 게 추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좋은 뻔뻔함은 오히려 멋스럽고 품위 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한국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일을 오글거리고 형식적인 매너라고 부끄러워하지만, 그 수줍음을 이기고 매너를 지키는 사람은 세련되고 배려 깊어 보인다.” 

 

남인숙 작가는 “내 인생의 가장 좋은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가 그리는 가장 좋은 순간이란 어떤 것일까. 그 순간을 위해 그는 무엇을 준비하는 것일까. 언제 그런 순간이 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그걸 이 시점에 예측할 수 있다면 ‘내 인생의 가장 좋은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고 말하지 못했을 것 같다. 이제까지 내가 맞았던 좋은 순간들은 항상 알 수 없는 순간에 상상력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찾아오더라. 나는 신의 위대함이 창의력에서 나온다고 느낀다. 앞으로도 계속 바뀌게 될 ‘가장 좋은 순간’ 역시 내가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형태로 올 것 같다.”

 

누구는 인생의 가장 좋은 때는 지났다는 사회적 공식 속에 자신의 감정마저 끼워 맞추고 살아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남 작가는 “알고 보면 사람은 나이 들수록 삶이 재밌어지는 게 맞지 않냐”고 반문하면서, 살면서 그렇게 살 수 있는 내공을 다들 알게 모르게 쌓았다고 치켜세운다.  

 

 

New Books

 

 

노광준 지음
스틱 펴냄
616쪽
2만원


 

그는 대한민국의 과학자입니다


황우석 미스터리 10년 취재기. 법정 취재와 연구 현장 인터뷰, 다양한 국내외 전문자료 분석을 통해, 국제적인 생명윤리 정치와 특허 경쟁의 맥락 속에 펼쳐진 줄기세포의 진실과 기술력의 실체, 죽은 개와 매머드 복제 시도에 이르는 황우석 박사의 최근 근황까지 빼곡히 담았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 드라마 같은 이야기의 끝은 어디일까?



조지프 피시킨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480쪽
2만2000원

조지프 피시킨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480쪽
2만2000원


 

병목사회


최근 한국 사회에서 화제가 된 ‘금수저’ 논란은 한국 사회가 기회균등이라는 측면에서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현대 사회는 기회의 불평등이 더욱 다양하고 복잡하게 교차되는 특징을 보인다. 저자는 기회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희소한 자원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으로 야기되는 병목 현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리처드 도킨스 지음
옥당 펴냄
472쪽 
2만2000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옥당 펴냄
472쪽
2만2000원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


영국왕립연구소의 유명한 대중 과학 프로그램인 ‘크리스마스 강연’ 내용을 토대로 이를 보강하고 재구성했다. <이기적 유전자>로 잘 알려진 저자는 진화론의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의 존재와 그 탄생의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이 세계에 넘치는 아름다움을 자세히 살펴보는 일이 어떤 기쁨을 주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마이클 폴란 지음
펜연필독약 펴냄
468쪽
1만6500원

마이클 폴란 지음
펜연필독약 펴냄
468쪽
1만6500원


 

마이클 폴란의 주말 집짓기


미국의 논픽션 작가가 ‘책 읽고 글 쓰는 자기만의 공간’을 갖기 위해 2년 반 동안 주말을 꼬박 바쳐 한 칸짜리 작은 집을 지으며 건축의 세계를 탐구했다. 저자는 어느 날 집짓기 프로젝트에 완전히 꽂혀, 집터를 찾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콘크리트를 붓고 지붕을 올리고 창문을 다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집짓기의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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