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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보다 무서운 것은 인공의식이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 그린 《제3인류》 완간한 베르나르 베르베르

조철 문화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17(Fri) 10:53:46 | 13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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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열린책들 펴냄
384쪽
1만3800원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2016년 교보문고에서 조사 발표한 ‘최근 10년간 국내외 작가별 소설 누적판매량 집계’ 결과, 1위에 올랐다. 5월12일 《제3인류》 완간을 기념해 방한한 베르베르는 ‘한국인이 제일 사랑하는 작가’로서 대접을 푸짐하게 받았다. 독자 사인회는 물론이고, 난생처음 프로야구 시구를 하지 않나, 서울예술고를 방문해 그의 상상력을 전파하는 강연을 하고, 그 또한 큰 관심을 가졌던 이세돌 9단과도 만나고, 국내 주요 언론사가 주최한 인터뷰와 강연도 이어갔다. 이번 방한이 7번째인 그는 내내 즐거운 표정으로 각종 행사에 참여해 국내 독자들에게 친근한 작가를 만나는 행복을 안겨줬다. 

 


“인공지능은 그 자체로는 도구일 뿐”


“10배 큰 거인이 제1인류였고, 그보다 10분의 1 더 작은 크기의 인류가 제2인류인데, 그것이 지금의 우리다. 이제 우리 인류가 우리보다 10분의 1 더 작은 제3인류를 창조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 착안한 스토리였다. 인간이라는 종이 점점 더 빠른 진화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현재 인간은 계속 생존할지 멸종할지의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제3인류》는 베르베르가 신화와 철학, 대담한 과학 이론을 접목해 야심 차게 쓴 신(新)창세기다. 인간의 손에 의해 새로운 인류가 창조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들의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지, 인간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베르베르는 거대한 규모의 상상 세계를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인간 전의 인류, ‘호모 기간티스’를 발견한 샤를 웰즈의 아들 다비드 웰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인간이 점점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은 마침내 인간의 유전자를 사용해 신장이 17cm에 불과한 새로운 인류를 창조해낸다. 다른 한편으로 인간은 끊임없이 경제를 성장시킴으로써 발전한다는 자들과 광신적인 종교의 길, 기계 개발, 우주로 진출해야 한다는 사람들, 수명 연장, 여성화, 소형화 등 서로 다른 일곱 가지의 길로 인류를 인도하려는 자들이 각축하며 세상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일곱 개의 진영은 서로 각축하면서 인류의 진화를 만들어간다. 가장 나중에 등장하는 진영이 있으니 이는 지구 그 자체다. 작가는 마지막 진영에 방점을 찍은 듯하다. 


“인간은 거대한 지구 위에 존재하는 작은 것에 불과하다. 인간은 지구 역사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종이고, 언젠가는 소멸하고 멸종될 수도 있다. 지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지구는 인간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지만 인간은 지구 없이 살아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살아가고 있는 지구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베르베르는 상상력 말고도 ‘다른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기’를 문학적 도구로 삼는데, 이는 《제3인류》를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그는 이 작품 속에서, 여전히 미성숙한 존재인 인간을 창조주 또는 불완전한 신의 위치에 놓음으로써 방황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노출시킨다. 또 새로운 인류가 등장한 미래사회에 타락과 범죄, 종교와 제도, 자유 의지의 문제가 발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현 인간사회와 문명사를 빗대어 풍자하는 것처럼 읽힌다. 이런 베르베르만의 유머를 통해서 《제3인류》는 ‘인류 문명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어둡지 않게 유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설 속에는 인간처럼 꿈을 꾸는 로봇이 나오는데, 그 대목에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에 최근 화제가 된 인공지능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로봇에 대한 설명을 대신하듯 이렇게 답하기도 했다. 

 


“더 작고, 여성적이고, 잘 연대하는 종들이 살아남아”


“사실 진짜 문제가 되는 건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공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은 그 자체로서는 도구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사용할지는 전적으로 인간의 프로그래밍에 달려 있다. 인간이 다른 존재에게 해가 되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짤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인공의식으로 가면 문제가 되는데, 기계가 의지를 가질 수 있게 되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기계가 스스로 자신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할 것이다. 우리가 흥미를 가져야 할 중요한 문제인데, 내 생각엔 10년 이내에 인공의식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제3인류》는 인류 멸망 전야가 배경이어서 암울한 미래 보고서로 읽힐 수도 있는 이야기다. 작가는 인류가 지금처럼 지구 행성을 소모하는 자기 파괴적 생활방식을 계속한다면 종말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면서 인류가 자신을 탈바꿈시켜 스스로 구원의 길을 찾아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작은 것, 여성적인 것을 진화의 방향으로 본다. “지금까지 더 작고, 여성적이고, 잘 연대하는 종은 살아남고, 그 반대 특징을 가진 것은 멸종해왔다. 개미가 그러한 대표적인 예일 텐데, 일반적으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시련이나 어려움을 잘 견디고, 수명도 더 길고, 상황 변화에 잘 적응하는 특성이 있다. 그리고 잘 연대하는 생물은 개체 하나하나로 놓고 봤을 때는 약하지만 뭉치면 강하다. 크기가 작으면 소비가 적으니 지구를 덜 파괴하므로 더 잘 진화할 것이라 보게 됐다.”

 

 

 

NEW BOOKS

 

 

 

로마노 과르디니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192쪽
1만2000원

삶과 나이: 완성된 삶을 위하여 

 

모든 삶의 시기들은 단 한 번밖에 오지 않기에 우리의 삶 전체에서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위를 갖는다는 저자는, 모든 시기는 삶 전체 안에서 자리를 가지고, 또 삶 전체를 향해 작용할 때만 완전한 의미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인생의 각 시기마다 인간이 해결해야 할 과제, 실현해야 할 가치, 위기와 위험, 그리고 극복 방안을 설명한다.  

 

 

 

 

허환주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304쪽
1만5000원

허환주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304쪽
1만5000원

현대조선잔혹사 

 

현직 기자가 6년간 조선소 현장을 발로 뛰어다니며 ‘조선소 사람들’의 삶을 그려낸 르포르타주. 이들 가운데 2016년 상반기에만 7명이 일하다 목숨을 잃었고, 또 지난 한 해 7000명이 넘는 이들이 해고됐다. 모두가 불황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답이 될 수는 없다. 기업 살릴 돈과 대책은 쏟아지지만 왜 이들을 살릴 대책은 없는지 파헤쳤다. 

 

 

 

토마 마티외 지음
푸른지식 펴냄
184쪽
1만5000원

토마 마티외 지음
푸른지식 펴냄
184쪽
1만5000원

 

악어 프로젝트

‘남자들만 모르는 성폭력과 새로운 페미니즘’을 부제로,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과 성차별을 다양한 에피소드로 풀어낸 그래픽 북이다. 양성 평등 사회로 알려진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공공장소 성추행, 직장 성희롱, 데이트 폭력 등 다양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는 현실을 그려냈다. 남성을 모두 녹색의 악어로 표현한 점이 두드러진다.  

 

 

 

미우라 아츠시 지음 
세종연구원 펴냄
218쪽
1만3500원

미우라 아츠시 지음
세종연구원 펴냄
218쪽
1만3500원


 

격차 고정

“이제 계층 이동은 없다”고 선언하는 저자는 현대 사회가 ‘중산층에서 상류층으로 올라가는 사람’과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사람’으로 양분됐다고 주장한다. 또 그로 인해 계층별 소비 행동과 가치관의 격차는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일본에서 새로운 계급사회가 현실화되는 실태에 대한 분석인데, 한국에도 적용 가능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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