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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시즌2] “소변에서 피가 나오면 당장 병원 찾아야”

방광암, 70대가 가장 많지만 최근 젊은 환자 느는 추세…최선의 치료는 수술 후 ‘인공 방광’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6.06.19(Sun) 17:37:22 | 13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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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장은 누구

 

이동현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장은 방광암과 전립선 질환을 전문으로 보는 비뇨기과 의사다. 특히 방광암 수술 후 소변주머니가 필요 없는 인공 방광 수술의 국내 1인자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에만 90건 이상의 인공 방광 수술을 진행했다. 1991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각각 1998년 의학 석사, 2001년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에서 전립선암·방광암·신장암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2000~01년 일산병원 비뇨기과장으로 근무했고,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로봇수술 연수를 했다. 2009~13년 이대목동병원 로봇내시경수술센터장을 지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과장 교수로 있으며, 2015년 동 병원의 진료부원장이 됐다. 

 

 

방광은 소변을 저장하고 배출하는, 속이 빈 주머니처럼 생긴 근육기관이다. 흔히 오줌보라고도 부르는 이 장기에 생긴 악성 종양이 방광암이다. 매년 2000명이 이 암에 걸리고, 이 가운데 70%는 남성이다. 70대가 가장 많지만 30대 등 젊은 층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방광암을 일으키는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유전·나이·흡연·염색약성분·방사선·화학물질 등이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이 암의 초기 증상은 대부분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다. 방광을 제거하는 수술이 치료의 기본인데, 방광이 없어짐으로써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소장으로 만든 인공 방광이다. 이동현 이대목동병원 인공방광센터장은 인공 방광 수술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다. 그는 방광암 환자들 사이에서 ‘환자 자신보다 환자의 삶을 더 챙기는 의사’로 통한다.

 

인공 방광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수술로 암이 있는 방광을 제거하면 환자는 배에 오줌주머니를 부착한 채 살아야 한다. 신장에서 나온 소변이 오줌주머니에 쌓이면 환자가 비워야 한다. 자칫 오줌주머니가 새거나 냄새라도 나지 않을까 환자는 늘 불안하다. 티가 나니까 대중목욕탕에도 가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이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암은 제거됐는데 환자 삶의 질은 수술 이전보다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인공 방광 수술이 탄생했고, 1980년대 말 국내에도 도입됐다. 초기에는 대장의 일부로 인공 방광을 만들었지만, 1990년대 들어서는 부작용이 적은 소장을 주로 이용한다. 소장의 일부를 잘라내서 공 모양으로 자르고 꿰매 기존 방광을 대신할 인공 방광을 만든다.

 

인공 방광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소변을 예전처럼 볼 수 있는 점이 인공 방광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인공 방광은 신체 내부에 위치하므로 외모도 수술 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관리다. 예컨대 소장으로 만든 인공 방광은 소변 100 중에 30을 흡수해버린다. 이 때문에 몸에 전해질 이상이 생기거나 산도가 높아져 다른 건강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인공 방광 수술을 받은 환자는 혈액 검사 등을 수시로 받으면서 관리해야 한다. 의사도 환자에게 물을 많이 마시라는 등의 관리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그러나 인공 방광 관리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환자와 상담하는 병원이 많지 않은 점이 안타깝다. 나도 지금까지는 병원에서만 환자에게 인공 방광 관리법을 설명했는데, 조만간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실시간으로 환자의 질문에 답해줄 계획이다. 의사는 치료도 잘해야겠지만, 환자 삶의 질도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광암에 걸렸더라도 자신의 방광을 살릴 방법은 없나.

 

방광암은 종양이 방광의 근육층까지 뿌리를 내리고 방광 밖으로 퍼져 나가려는 것(근침윤성)과 방광 내부에만 생긴 것(비근침윤성 또는 표재성)으로 나눈다. 근침윤성 방광암의 치료는 주변 림프절과 요도를 포함해 방광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이 기본이다. 이뿐만 아니라 남성의 전립선과 정낭, 여성의 자궁과 난소도 제거한다. 만일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면 항암치료도 필요하다. 이에 비해 표재성 방광암은 대부분 방광 내부에만 있는 ‘착한 암’이다. 방광을 전체 떼어내는 수술 대신 방광 내시경(방광경)으로 암과 주변을 긁어내듯이 제거함으로써 방광을 보존할 수 있다. 표재성 방광암이 전체 방광암의 70%를 차지한다.

 

최근 표재성 방광암인데도 수술로 방광을 제거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서 표재성 방광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의사의 권유대로 수술 대신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3개월 후 암이 다른 장기로 퍼져 손을 쓰기 힘들게 됐다. 또 다른 표재성 방광암 환자는 항암치료를 받고 암이 없어진 듯 보였는데, 1년 후 암세포가 뼈로 전이된 사례도 있다. 이처럼 표재성 방광암이라도 ‘나쁜 암’으로 변하거나, 수술해서 도려냈는데도 재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렇다 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비율이 과거 9%에서 현재 45%로 급증했다. 표재성 방광암의 절반가량은 수술로 방광을 제거하게 된 셈이다. 그래서 요즘은 표재성 방광암이라도 세포검사 등을 통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환자에게 방광 제거 수술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어떤 사람이 방광암에 잘 걸리는가.

 

방광암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위험 요인은 있다. 유전적인 것이 가장 크고, 그다음은 흡연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방광암 발병 위험이 2~7배 높다. 담배의 발암물질은 폐를 통해 우리 몸에 흡수돼 혈액으로 들어간다. 핏속의 발암물질은 신장에서 걸러져 소변에 포함된다. 소변 속 발암물질은 방광 점막에 손상을 주어 결과적으로 암세포가 생긴다. 머리 염색약의 착색제 성분도 방광암을 일으킨다. 15~20년 동안 머리 염색을 해온 사람은 염색하지 않은 사람보다 방광암 위험이 1.6배 높다. 사실 발병 소지가 매우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염색 횟수를 줄일수록 특정 성분에 노출 빈도가 줄기 때문에 방광암 발병 위험은 낮아진다. 방광암 환자의 20~25%는 주유소나 가죽 공장 등에서 석유제품이나 화학물질의 유해성분에 노출된 사람이다. 자궁경부암이나 전립선암 치료를 위해 골반 부위에 방사선을 쬔 사람의 방광암 발병 위험도 일반인보다 2~4배 높다.

 

 


 

방광암은 주로 고령층에서 발병하지 않나.

 

나이도 방광암의 위험 요인이므로 고령일수록 방광암 발병 위험이 커진다. 그런데 70대에서 잘 생기던 이 암이 최근 30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3주 전에 36세 여성이 방광암 판정을 받았고, 며칠 전에도 41세 남성이 같은 암에 걸렸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젊은 방광암 환자가 늘어나는 경향이다. 

 

암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할 때는 언제인가.

 

방광암은 초기에 통증 없이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온다. 혈뇨에 깜짝 놀라 병원을 찾았다가 방광암을 발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혈뇨라고 해서 모두 방광암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35세 이상에서 혈뇨가 나온다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일부는 건강검진에서 방광 초음파 검사, 소변 검사 등으로 암을 발견한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소변 속에 피가 있는 것을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다.

 

병원에서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가.

 

혈뇨가 나왔다면 소변 검사를 받는다. 소변 속에 암세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암 초기라면 암세포가 오줌에 섞여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이 검사의 정확도는 낮은 편이다. (최근 이를 보완하기 위해 DNA(핵산)를 염색해서 암세포를 찾아내는 검사법이 나왔지만, 검사비가 비싸서 보편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방광암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방법은 방광경 검사다. 요도를 통해 내시경을 넣어 방광 내부를 육안으로 관찰하면서 암의 위치·개수·모양·크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검사들을 통해 암이 의심되면 조직을 떼어내 검사한 후 확진한다. 방광암이 얼마나 진행된 상태인지를 알기 위해 CT(컴퓨터 단층 촬영) 등 다른 검사도 필요하다. 

 

혈액 검사로 암을 찾아내는 방법(종양표지자 검사)은 아직 활용하지 못하는가.

 

사실 방광경 검사는 환자에게 고통스럽다. 그래서 혈액이나 소변에서 특정 암을 발견하는 방법인 종양표지자 검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편이다. 이런 검사법이 나오면 환자가 지금보다 훨씬 편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개발된 이 방법은 정확도 면에서 약간 불안하다. 실제로 암이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결과가 나오는 경향이 높다. 아직 방광경 검사를 대신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도 암은 있는데 못 찾아내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일부 병원에서 이 검사법을 사용하고는 있다.

 

암이라고 판정이 나면 어떤 기준으로 담당 의사를 선택해야 할까.

 

방광암 치료는 수술이 기본이고,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착한 암’이 ‘나쁜 암’으로 바뀌는 경우가 늘어나서 수술 건수도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수술하는 의사의 능력이 중요하다. 암 수술의 기본은 암을 건드리지 않고 그 주변을 잘 도려내는 것이다. 암을 건드리면 주변에 확 퍼지기 때문이다. 방광암도 림프절로 잘 퍼지므로 암 주변을 얼마나 완벽하게 제거하느냐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진다. 방광암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가 아무래도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조심할 점은 무엇인가.

 

수술받은 환자는 흔히 어떤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하느냐고 물어온다. 나는 그 물음에 할 말이 없다. 의학 교과서에 나온 대로 녹황색 채소를 자주 먹을 것을 권하는 정도다. 물론 흡연 환자에게는 금연을 강력하게 권한다. 그런데 평생 고기를 좋아했던 사람에게 육류 섭취를 줄이라면 행복감이 떨어질 것이다. 평소 먹지 않던 현미를 찾아 먹는데 그것 역시 스트레스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수술받은 환자에게 평소 하던 대로 살라고 말한다. 대신 의사가 그 뒤를 봐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암 환자에게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암에 걸리면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특히 항암 치료를 받으면 암세포는 물론 정상 세포도 죽는다. 정상 세포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단백질이 필요하다. 즉, 기름기 없는 살코기를 많이 먹어야 하는데 환자들은 고기를 아예 입에도 대지 않는다. 또 노인은 암에 걸려도 젊은 사람에 비해 신진대사가 느려 암 진행 속도도 더딜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암 진행 속도는 나이와 관계가 없다. 노인이라도 치료시기를 늦춰선 안 되는 이유다. 


암을 예방한다면서 평소 이것저것 몸에 좋다는 음식이나 건강보조식품을 찾는 사람이 많은데, 방광암 예방에도 도움이 될까.

 

그 돈으로 고기를 사 먹는 편이 몸에 더 이롭다. 건강 또는 암 예방에는 ‘큰 몸통’이 있다. 평소 고기만 먹지 말고 채소도 많이 먹고 골고루 양양을 섭취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운동도 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병에 걸린 후에나 이런 것들을 실천하려고 애를 쓴다. 병 걸린 이후에 할 것들을 평소 건강할 때부터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슨 음식이 좋다는 식으로, 이른바 ‘곁가지’에만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사람이 많아서 안타깝다. 홍삼은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지만 홍삼이 암을 예방한다기보다는 아마도 홍삼의 성분이 면역력을 높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을 많이 마시면 방광암 예방에 좋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데.

 

물 섭취량과 방광암 발병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 이론적으로는 나쁜 물질을 물로 희석함으로써 나쁜 물질이 방광 내부를 자극하는 기회가 줄어들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론일 뿐이다. 반대로, 방광암에 걸린 사람은 평소 물을 많이 마시지 않은 사람인가.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만일 물을 많이 마셔서 방광암이 예방된다는 것을 밝혀낸다면 이는 노벨상감이다.  

 

 

“혈뇨라고 모두 방광암은 아니다”


이동현 인공방광센터장이 5월11일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방광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한 고등학교 교감이었던 신아무개씨(남·54)는 올해 초 혈뇨를 경험했다. 그는 지방의한 병원에서 방광암 판정을 받았다. 수술로 방광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 수술을 받기 위해 이동현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를 찾았다. 방광을 제거하므로 소장으로 만든 인공 방광 수술도 진행하기로 했다. 그는 5월 초 수술실로 들어갔다. 그러나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방광암이 아니라 방광에 생긴 신경종(신경세포나 신경섬유에 생기는 종양)이었다. 이 교수는 “검사로는 방광암으로 나타났는데 실제로 수술을 진행해 보니 신경종으로 나타난 매우 드문 경우다. 다행히 방광을 제거할 필요는 없고 신경종만 도려내면 된다. 방광을 제거하지 않기 때문에 수술 후 삶의 질은 예전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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