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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프낭자들 리우 올림픽 갈까 말까

‘지카 바이러스’ 공포 확산으로 출전 여부 불투명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19(Sun) 10:21:21 | 13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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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오는 8월 개최되는 브라질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골프선수들이 고민에 빠졌다. 올림픽에 골프 종목이 들어갔을 때만 해도 선수들은 출전 티켓을 따내기 위해 한동안 ‘올인’을 했었다. 그러나 ‘지카 바이러스’가 출몰하면서 선수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세계여자골프랭킹 2위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6월10일 개막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KPMG 위민스 챔피언십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나라를 대표해 나가는 것인데 내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가 나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만약 불참한다면 대신 나갈 선수가 준비할 수 있도록 미리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림픽 전에 컨디션이 살아나기를 바라고 있고 그럴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지만 올림픽에 불참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올 시즌 초 허리 부상으로 고생한 박인비는 엄지손가락 부상이 심각해 현재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 앞서 열린 킹스밀 챔피언십과 볼빅 챔피언십에서 최악의 스코어로 1라운드를 마친 후 기권했다. 박인비는 한국 선수 중 가장 랭킹이 높아 7월11일 발표할 선발에는 지장이 없다.

 

문제는 지카 바이러스다. 박인비는 결혼한 상태여서 ‘아이’ 문제가 걸려 있다. 아직 임신 소식은 없지만 여자로서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여자 프로골퍼들이 지카 바이러스에 예민한 이유는 출산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신생아에게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질병이다. 소두증에 걸린 신생아는 두뇌 발달 장애를 겪거나 일찍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결혼 적령기의 여성들은 더욱 지카 바이러스의 위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女프로골퍼들 ‘아이’ 문제로 불안

 

브라질은 지카 바이러스의 발생지역이다. 골프장에는 모기들의 주 서식지인 워터해저드가 있다. 대회장인 바하 다 치주카의 대회 코스에는 2개의 인공 워터해저드가 조성돼 있다. 이 호수는 2번 홀과 5번 홀에 접해 있다. 또 이보다 작은 호수는 10번 홀과 연결돼 있다.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나 경기를 관전하는 갤러리들이 모두 모기의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운동선수들에게 올림픽은 출전 자체가 영광이다. 금메달을 목에 걸면 ‘가문의 영광’은 물론 국위를 선양하는 영웅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가자니 불안하고 안 가자니 아쉬워’ 출전 여부를 놓고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출전 가능성이 큰 선수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세계골프랭킹 1위로 뉴질랜드 대표로 나가는 교포 리디아 고(19·캘러웨이)는 “지카 바이러스는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올림픽까지 한 달여 시간이 남아 있다.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다”고 말해 출전 여부를 확정짓지 않았다.

 

미국의 신세대 기대주 렉시 톰슨(21)은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 올림픽에 가지 않는 것 외에 확실한 대비책을 알지 못한다”고 밝혀 리우에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리모를 통해 첫 아들을 얻은 크리스티 커(39·미국)도 “주치의와 상의해보겠다. 그리고 주의사항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정도뿐”이라고 말했다.

 

선수와 부모의 생각이 다른 경우도 있다. LPGA 투어 개막전 우승자 김효주(21·롯데)는 “랭킹에 들지 못해 가지 못해도 그만”이라고 말해 반드시 리우에 가겠다는 생각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의 부친은 반드시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명예보다 실익 챙기자’

 

여자선수들이 출전 여부에 대해 확정적인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부 정상급 남자선수들은 불참 의사를 확실히 밝히고 있다. 유럽 강호 애덤 스콧과 마크 레시먼(이상 호주), 루이 우스트히즌·찰 슈워젤(이상 남아공), 비제이 싱(피지) 등은 이미 선을 그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시먼은 “가족 건강이 우선이다. 가족이 걱정돼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레시먼의 아내 오드리는 지난해 4월 독성 쇼크 증후군으로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현재 회복 중이다. 레시먼은 아내를 간호하느라 지난해 마스터스에도 불참했다. 

 

여기에 올림픽을 전후로 메이저대회 및 대형급 대회가 줄줄이 엮여 있는 것도 불참의 한 원인이다.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과 메이저대회 디 오픈, PGA챔피언십 등이 잇달아 열린다. 7주 동안 3개 대륙을 강행군해야 한다. 

 

올림픽 메달이라는 명예보다 메이저 우승의 영광과 엄청난 우승상금 등 실익을 챙기겠다는 이야기다. 스콧은 “빡빡하고 힘든 일정 때문에 올림픽을 건너뛴다. 골프선수는 올림픽을 타깃으로 훈련하는 다른 종목 선수들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골프가 올림픽에서 부활한 것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 이후 112년 만이다. 정식 종목으로 골프가 채택된 것은 톱스타들의 등장과 국제골프연맹(IGF)이 ‘골프지존’ 타이거 우즈(미국)를 비롯해 여자골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재미교포 미셸 위 등 스타플레이어를 앞세웠기에 가능했다. 이런 노력으로 200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골프를 올림픽 종목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스타들이 하나둘씩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향후 올림픽에서 골프가 빠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리우 올림픽 골프 종목에는 남녀 개인전으로 각각 금·은·동메달이 걸려 있다. 단체전은 없다. 4일간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경기를 펼쳐 승자를 가린다. 출전 선수는 남녀 각각 60명이다. 남자는 8월11~14일, 여자는 8월17~20일 경기가 열린다. 출전 선수는 7월11일 발표된다.

 

이번 올림픽은 골프의 흥행몰이를 위해 세계랭킹 15위 이내 선수를 많이 보유한 국가는 4명까지 출전시킬 수 있다. 한국의 여자선수는 15위 이내에 8명이나 몰려 있다. 치열한 집안 경쟁을 하다가 최근 지카 바이러스로 인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남자는 안병훈(24·CJ오쇼핑)과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 등 2명이 유력하고, 여자는 박인비·김세영(23·미래에셋)·전인지(22·하이트진로)·장하나(24·BC카드) 등 4명이 태극마크를 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역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 다른 선수들이 ‘어부지리’로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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