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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기회 스스로 날려버린 혁신비대위

새누리 최대 현안 복당 문제 일단락…“비대위 활동 사실상 끝났다”

김영화 한국일보 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20(Mon) 17:36:38 | 13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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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 의원 복당을 결정한 6월16일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에서 김희옥 위원장(오른쪽)이 정진석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6월16일 탈당파 무소속 의원 7명의 복당을 전격적으로 허용했다. 이에 따라 이미 복당을 신청한 강길부·유승민·안상수·윤상현 등 무소속 의원 4명의 복당이 바로 승인됐다. 아직 복당 신청서를 내지 않은 주호영·장제원·이철규 의원까지 복당하면 의석수가 129석으로 늘어난다. 새누리당이 원내 1당의 지위로 돌아가는 의미가 있다. 

 

친박계 재선 그룹이 “쿠데타”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진화에 나서면서 당장 이 결정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희옥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원의 요구를 수용해 표결 끝에 내린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시·도당 복당 절차가 끝나 당원증까지 배부돼 현실적으로 결정을 무효화할 방법도 없다. 김 위원장이 칩거에 들어갔지만 대세는 이미 결정됐다는 분석이 더 우세한 편이다.

 

문제는 예상보다 빨리 복당을 결정하면서 비대위 스스로가 당 혁신의 동력을 잃게 됐다는 점이다. 전당대회 날짜를 8월9일로 못 박으면서 비대위 활동 시한이 정해진 상황에서 최대 현안이던 복당 문제까지 매듭지어지자 사실상 비대위 활동은 끝났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당 관계자는 “당 쇄신을 마무리한 뒤 복당 문제를 정리해도 늦지 않는데 혁신 기회를 스스로 날린 꼴”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새누리당은 4·13 총선을 치른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쇄신 작업이 더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선거 직후에는 당의 뿌리부터 쇄신하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은 물론이고 당의 존립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분위기다. 

 

복기해보면 총선 패배 50일 만에 비대위를 출범시킨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이후에도 비대위가 당 쇄신의 견인차 역할을 하지 못했다. 비대위가 당의 환부를 도려내지 못한 채 봉합에만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승민 의원이 6월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복당 결정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비대위 쇄신 방향 처음부터 ‘갈팡질팡’ 

 

‘김희옥 비대위’는 6월2일 상임중앙위와 중앙위 의결을 거쳐 공식 출범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구상했던 ‘김용태 혁신위안’이 친박계의 반발로 거부당하면서 봉합책으로 나온 것이 당 외부인사인 김희옥 전 동국대 총장의 영입이었다. 비대위에는 김 위원장 외에 내부인사 몫으로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 권성동 사무총장, 비박계 김영우 의원, 친박계 이학재 의원 등 5명, 외부위원으로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유병곤 전 국회사무차장, 정승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민세진 동국대 교수, 임윤선 변호사 등 5명이 각각 들어갔다.

 

복당 결정을 제외하고 지난 2주 동안 김희옥 비대위가 내놓은 주요 결과물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해 당 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하고 당권·대권을 분리한 현행 당헌을 유지하며, 8월9일 전당대회를 개최키로 한 것 정도다. 그나마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는 친박계와 비박계를 대표하는 당의 대주주 최경환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 정 원내대표의 3자 회동에서 이미 합의했던 사안이라 비대위 ‘작품’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반대로 지금도 당을 움직이는 것은 계파의 보스들이지, 비대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재확인시킨 사례로 봐야 한다. 

 

전당대회 개최시점을 둘러싸고도 잡음이 적지 않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8월5~21일)과 겹쳐 흥행 참패에 대한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이다. 하태경 의원은 “8월9일까지 한국의 메달이 걸린 경기가 23개나 돼 전당대회 자체가 관심을 못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진복 의원은 “올림픽 기간인 데다 여름휴가 기간도 겹쳐 있어 전당대회에 참석하려는 당원이 별로 없다”고 밑바닥 분위기를 전했다. 

 

새누리당에서 비대위에 큰 기대를 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비대위가 아주 최소한의 혁신 작업만 하고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과도기 정부’로 성격이 굳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영남권의 한 3선 의원은 “김희옥 위원장이 막상 비대위원장을 맡아 한두 사람에 의해 당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본 뒤 별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느끼고 하루빨리 임기를 끝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비대위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올림픽이 열려 온 국민의 시선이 올림픽으로 쏠려 있는데 전당대회로 시선이 옮겨오겠는가”라며 “전당대회 날짜는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으로 하든지 아니면 8월 하순으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부의장은 또 당권·대권 분리 조항 유지 결정에 대해서는 “내년 대선에 거명되는 인물들은 올여름 전당대회에는 나올 수 없다”며 “우리 당의 대선주자로 거명되는 사람들이 야당에 비해 현저히 밀리는 상황이므로 누구든지 당권을 통해 몸집을 불려나갈 수 있도록 길은 터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박계인 김재경 의원도 보도자료를 내고 “비대위가 지금까지 전당대회 날짜를 정한 것 이외에 국민적 성원도,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하고,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해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공천 등 핵심이 되는 문제를 남겨둔 채 대표의 권한만 강화하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이자, 한국정당 발전사의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비대위 활동이 힘을 받지 못하는 것은 출범 때부터 어느 정도 예고됐던 일이다. 비대위를 이끌어줄 구심점이 없는 데다 총선 책임론의 당사자인 친박계가 여전히 당의 주류로서 주도권을 놓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5월17일 친박계가 조직적 비토로 ‘김용태 혁신위’ 출범을 무산시킨 것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2선으로 호락호락하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친박계 최경환 의원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리더십은 외부로부터의 과감한 개혁을 이끌어내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구원투수’로 영입된 외부 비대위원들도 쇄신의 목소리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무성하다. 심지어 한 비대위원은 “휴일에는 아이들과 놀아줘야 해서 회의에 참석하기 어렵다”고 발언해 당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아니냐는 질타를 받았다. 

 

“‘당명 빼고 다 바꿀 수 있다’ 장담했지만…”

 

비대위 출범 초기 김 위원장은 “당명 빼고 다 바꿀 수 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비장함을 찾아보기 어렵다. 복당 문제마저 해결됐으니 이제 비대위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근본적인 당의 쇄신 없이 새누리당이 다시 집권여당에 걸맞은 원내 1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 여부다. 

 

최근 공개된 김용태 혁신위의 혁신안에 따르면, 김 의원은 공천파동 책임자의 당원권을 박탈하자는 강도 높은 쇄신안을 주장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현기환 수석 등 청와대 정무라인, 서청원·최경환 등 친박계 핵심, 김무성 대표 등이 대상이다. 또 혁신안에는 공천파동 재발 방지책으로 국민공천제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당풍쇄신, 세대교체, 중앙당 폐지 및 원내정당화, 여의도연구원 개편 등의 방안도 담겼다. 

 

이 같은 과감한 쇄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안조차 김희옥 비대위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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