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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성이냐, 경기력이냐 딜레마 빠진 축구 축제들

돈에 흔들리는 유럽과 남미의 양대 축구선수권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21(Tue) 10:45:24 | 13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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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3일 프랑스 툴루즈 스타드 무니시팔에서 열린 유로 2016 D조 1차전에서 세르히오 라모스(왼쪽)와 게브레 셀라시가 공중볼을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6월과 7월은 축구계의 비수기다. 8월에 시작해 이듬해 5월에 시즌을 끝내는 추춘제(秋春制)의 유럽축구가 휴식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도 축구로 떠들썩한 것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월드컵과 각 대륙 축구연맹이 주최하는 축구선수권이 벌어질 때다. 세계 축구의 양대 산맥인 유럽과 남미의 축구선수권도 이때 개막한다. 


유럽축구선수권(유로)은 월드컵 후 2년 뒤, 남미축구선수권(코파 아메리카)은 월드컵 후 1년 뒤 열린다. 그래서 유로와 코파 아메리카는 겹치는 일이 없었는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6월4일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코파 센테나리오)’가 미국에서 개막한 데 이어, 10일에는 ‘유로 2016’이 프랑스에서 시작됐다. 두 대회가 같은 해 열린 것은 지난 100년 사이 두 번째 있는 일이다. 밤잠을 설치며 유럽과 남미 축구의 진수를 맛보길 기대한 축구팬들의 반응이 이전과는 다르다. 질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코파 센테나리오’ 명분으로 산 마케팅용 대회


코파 센테나리오는 조금 이상한 대회다. 코파 아메리카는 이미 지난해 44번째 대회가 칠레에서 열렸다. 불과 1년 만에 다시 대회가 열린 것이다. 대회 개최지도 남미축구연맹이 주관함에도 불구하고 북미인 미국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대회는 1916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코파 아메리카 원년 대회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대회다. 


기존 코파 아메리카는 남미 10개국에 초청국 자격으로 2개국을 추가, 총 12개국이 경쟁하는 형태지만 이번 코파 센테나리오는 16개국이 참가했다. 남미 10개국과 미국·멕시코·코스타리카 등 북중미 상위 6개국이 추가됐다. 100주년의 명분을 살리기 위해 남미와 북중미의 통합대회로 성격을 규정지었다. 개최지를 북중미 최강국이자 참가국 교민이 다양하게 분포한 미국으로 삼은 것도 명분을 강화해줬다.


이 대회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것은 각종 비리로 인해 지난해 권좌에서 물러난 제프 블래터 회장을 중심으로 한 FIFA 전임 수뇌부다. 100주년이라는 명분을 이용해 철저한 상업화를 추구했다. 참가국을 늘려 스폰서 유치와 중계권 판매를 용이하게 했다. 미국을 개최지로 삼은 진짜 이유도 마케팅과 인프라, 흥행과 상업성 측면에서 가장 완벽한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월드컵 다음가는 세계 최고의 축구 축제라는 유럽선수권에 대항하기 위해 짜낸 아이디어지만 본질인 축구의 의미는 퇴색되고 있다. 대회가 거듭될수록 남미 각국 축구협회는 “이번 대회는 축구가 아닌 쇼다. 돈을 위한 마케팅 잔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년 만에 무리하게 대회를 개최한 탓에 경기력이라는 질적 측면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마르, 루이스 수아레스 같은 대회를 상징하는 간판스타들은 유럽에서 치른 시즌의 여파로 대회를 소화하지도 못했다. 우승 후보 브라질과 우루과이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충격을 경험했다. 모두가 주목하는 아르헨티나의 스타 리오넬 메시도 조별리그에서 1경기에만 출전하는 데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대회 운영에서 실수와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멕시코와 우루과이의 경기에서는 경기 시작 전 우루과이 국가 대신 칠레 국가를 틀어 외교문제로 번지기도 했다. 브라질은 페루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상대가 명백하게 손으로 공을 쳐서 골을 넣는 오심의 희생양이 됐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6월10일 미국 시카고 솔저필드에서 열린 2016 코파 아메리카 D조 조별리그 파나마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교체투입된 메시는 30여 분을 뛰며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유로 2016’ 24개국 확대의 함정에 빠지다

 


유로 2016도 비슷한 딜레마에 빠졌다. 이번 대회는 유럽선수권 역사상 가장 많은 나라가 참가한다. 유로 2012까지 16개국이 참가했지만 이번 대회부터는 24개국이 참가한다. 이것을 주도한 것은 현재 FIFA 회장인 지아니 인판티노다. 


인판티노 회장이 대회 규모 확대를 꾀한 것도 상업적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다. 규모의 확대로 유로 2016은 상업적 성장이 두드러졌다. 대회 예상 매출이 22억 달러(약 2조5000억원)로 4년 전 유로 2012의 14억 달러보다 57% 상승했다. 중계권이 10억 달러로 25% 증가했고, 스폰서십은 무려 40%나 증가한 4억5000만 달러다. 전 세계 8억 명 이상의 가시청자를 커버하는 월드컵이 지난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5조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가시청자가 1억3000만 명에 불과한 유럽대륙선수권의 한계를 넘어선 성과다. 


사상 최초로 중국계 기업이 글로벌 스폰서로 참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중국 TV가전업체인 하이센스는 UEFA와 2년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재벌 완다그룹이 FIFA 글로벌 스폰서로도 합류했다.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 역시 UEFA와 FIFA의 글로벌 스폰서로 참가 중이다.


문제는 유로 2016도 경기력 저하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24개국으로 확대되면서 많은 국가에 참가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만큼 실력이 떨어지는 팀들도 늘어났다. 이번 대회를 통해 유럽선수권에 처음 발을 디딘 국가만 아이슬란드·북아일랜드·웨일스·알바니아·슬로바키아 5개국(북아일랜드·웨일스는 영국을 구성하는 4개 축구협회 자격)이다. 


전력 차가 큰 팀들이 대결하다 보니 조별리그에서는 수비적인 축구를 펼치는 팀들이 대거 늘어났다. 현재까지 유로 2016은 경기당 1.93골로 역대 가장 저조한 득점력을 보이고 있다. 유로 2012의 2.45골, 유로 2008과 2004의 2.48골보다 0.5골이나 감소했다. 역대 최고의 유럽선수권이라고 평가받는 유로 2000이 경기당 2.74골이 터지며 축구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줬던 것과는 상반된다. 포르투갈의 에이스인 호날두는 아이슬란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가 끝난 뒤 “상대는 축구가 아니라 수비만 하고 끝났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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