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화약고 휘젓고 다니는 중국어선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합참 정책자문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22 09:49
  • 호수 1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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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중국어선에 돈 받고 비표 발부 조업권 보장

 

꽃게 중의 꽃게가 잡힌다는 연평도. 꽃게 철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지만 어민들은 울상이다. 특히 지난 4월까지 어획량이 지난해에 비해 4분의 1로 급감한 탓이다. 그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중국어선들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어선들은 남북 분단 속에 대치 중인 NLL(북방한계선) 상황까지 이용하고 있다. NLL 인근의 꽃게잡이는 제1·2차 연평해전의 원인이자 환경이 돼왔다. 북한의 꽃게잡이 어선들과 경비정이 NLL을 넘어왔기 때문에 시작된 싸움이다. 햇볕정책의 분위기를 타고 NLL까지 침범하면서 꽃게를 잡아 외화를 벌어오려는 북한의 꼼수였다. 그러나 우리 해군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고, 치열한 2차례의 교전이 모두 우리 측 승리로 끝나자 북한은 NLL 인근의 조업에 대해 주의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주의할 수밖에 없어서 이미 1950~60년대부터 해상경계선을 지정해놨다. 어로한계선과 어업통제선에 더하여 어로저지선까지 설정해 이중 삼중으로 어민 안전을 보호한다.

 

 

6월15일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전용부두에 불법조업 중국어선(왼쪽)이 들어오고 있다. 이 어선은 전날 인천 강화군 교동도 인근 한강 하구에서 불법조업을 하다가 민정경찰에 나포됐다.

 

우리 어민의 불행은 중국어선의 기회

 

이 결과 NLL 인근에서는 남북 선박이 실제로 조업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우리 어민의 불행은 중국어선들에겐 기회였다. 최근 불법조업을 일삼던 중국어선들은 더욱 과감해져서 수년 전부터는 NLL을 휘젓고 다니기에 이르렀다. 저인망까지 동원해 바다 밑바닥을 갈고리로 끌고 다니면서 미성숙 꽃게까지도 잡아가버린다. 어획량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어 2015년 누적어획량은 1만6263톤으로 전년 대비 35%나 급감했다. 해경이 단속에 나서도 중국어선이 NLL 이북으로 넘어가 북한 수역으로 가버리면 방법이 없다. 

 

올해 들어선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무려 200여 척의 중국어선이 몰려들어와 불법조업에 나섰다. 우리 어민은 법에 의해 야간조업을 못하지만 중국은 낮이고 밤이고 마음껏 잡아댄다. 심지어 이들은 한강 하구 중립수역까지 몰려와서 조업에 나섰다. 올해 6월5일 새벽에는 연평도 어민들이 직접 나서서 불법조업 중인 중국어선 2척을 나포해왔다. 꽃게는 1년 내내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론 1년에 딱 2번밖에 없는 성어기(盛漁期)에만 잡힌다. 게다가 7월1일부터 두 달간은 금어기가 도래한다. 범정부적 차원의 긴급대책이 필요했다. 

 

특히 한강 중립수역의 중국어선을 몰아내는 것은 NLL 해법보다도 더 어려웠다. 중립수역은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 인근에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 인근 한강하구에 이르는 67km에 걸친 구간이다. 애초에 이 지역은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남북의 합의가 없으면 어떤 선박도 들어갈 수 없다. 중국어선이 여기서 조업하기 위해선 유엔 군사정전위원회에 사전등록절차가 필요하다. 등록된 선박이라면 중립수역에서 항행이 가능하다. 중국어선들에게 그런 권한이 있을 리 만무하다. 심지어는 국적기도 게양하지 않는다. 야간조업 금지의무를 어겼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중립수역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어디서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합참이 찾아낸 대안은 바로 민정경찰이다. 민정경찰이란 정전협정의 산물이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DMZ(비무장지대) 내에는 무장 군인이 들어가면 안 된다. 하지만 DMZ 내부의 우리 구역에 대한 감시나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따라 ‘경찰’ 신분으로 군인이 투입돼 수색·정찰·매복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한강 하구의 중립구역이란 것도 DMZ의 연장이다. 그래서 민정경찰이 투입되는 것이다. 그래서 6월10일부터 고속단정(RIB) 4척을 투입하는 ‘철수 유도’ 작전이 시작됐다. 민정경찰은 해병과 해군으로 구성돼 있으며, 해경은 물론이고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감시요원 2명도 포함됐다. 중화기를 쓸 수 없는 민정경찰 규정에 따라 대원들은 K1 기관단총과 K5 권총을 휴대하고 퇴거 작전에 나섰다. 

 

투입의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중국어선들은 당황해서 어구(漁具)를 거둘 새도 없이 도주했다. 우리 군의 작전은 일시적이 아니라 꾸준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적으로 압박하다가, 6월14일 오후 7시쯤엔 퇴거를 거부하는 중국어선 2척을 나포했다. 나포된 선박이 나오자 한강 하구에서 중국어선들은 사라졌다. 또한 NLL 지역 전반에선 해경이 기동전단을 구성해 압박에 나서자 중국어선들의 숫자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6월17일 현재 중국어선은 또다시 중립수역에 침입하고 있다. 나포 정도가 아니라 좀 더 강력한 본보기를 보여야만 하는 상황이다. 

 

 

한강 하구 중립수역과 민정경찰 작전지역


 

 

중국어선에 조업권 보장하는 북한군의 속내 

 

중국어선이 극성을 부린 것은 물론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강 하구의 사례처럼 수년전부터 중국어선의 침범과 불법조업이 눈에 띄게 늘었다. 2014년까지 1년에 한두 건이던 것이 2015년에는 120건에, 2016년은 6월초까지 무려 520건에 이르렀다. 왜 이렇게 갑작스럽게 증가했을까. 한 가지 힌트를 최근 북한 군부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북한군은 중국어선으로부터 돈을 받고 비표를 발부해주면서 조업권을 보장하고 있다. NLL 지역의 불법조업 증가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우리 정부나 군이 단속할 때마다 중국어선들은 NLL 이북의 북측지역으로 대피했다가 다시금 유유히 들어와서 불법조업을 반복한다. 즉 북한의 묵인하에 불법조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으로서야 돈도 벌고 남한도 괴롭힐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게다가 이렇게 단속을 위해서 등장하는 민정경찰이나 해경기동전단은 북한에겐 긴장을 높이고 도발을 할 수 있는 좋은 핑곗거리가 된다. 

 

게다가 북한은 서해 NLL 지역에서 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하고 있다. 연평도에서 12km 떨어진 아리도에는 20m 철탑을 세우고 영상 감시장치를 장착했고, 레이더까지 설치했다. 연평도에서 불과 4.5km 지점에 있는 갈도에는 방사포 기지를 완공하고 수시로 병력을 투입하고 있다. 게다가 꽃게 성어철을 맞아 북한어선도 급증하고 있고 이에 따라 단속임무를 맡은 경비정도 추가로 배치됐다. 이런 선박들이 NLL을 넘어오면 우리 군은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 충돌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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