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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회사’와 ‘아들 회사’가 짝짜꿍

호남 대표 기업 성장한 호반건설의 김상열 회장 ‘일감 몰아주기’ 통해 자식 회사 키우기 논란

이석 기자 ㅣ ls@sisapress.com | 승인 2016.06.23(Thu) 10:32:10 | 13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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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사진)은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성장 이면에 가려진 일감 몰아주기 논란으로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꼽힌다. 전남 보성 출신인 그는 1989년 광주에 중소 건설사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1억원이었고, 직원은 5명에 불과했다. 그는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신중한 경영과 M&A(인수·합병)를 통해 호반건설을 국내 시공능력평가 15위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국내 건설사들은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다. 극동건설·벽산건설·성원건설·쌍용건설·LIG건설·동부건설 등 굵직한 건설사들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재벌그룹의 계열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재벌 계열 건설사의 경우 한때 직원들의 월급까지 밀려 지급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오히려 호반건설의 외형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더 커졌다. 2009년 3010억원이던 매출은 5년 만에 9751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순이익 규모로만 보면 재벌 계열 건설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원대를 돌파했다. 김 회장의 자녀들이 운영하는 건설사와 골프장, 방송국 등을 합하면 매출은 3조원대에 이른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로부터 부지를 매입해 아파트를 건설한 김 회장의 전략이 먹힌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거치며 외형 커져

 

김상열 회장은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한때 재계 서열 8위였던 호남의 대표기업 금호그룹의 지주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거액을 베팅한 것이다.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 등은 덤이었다. 결과적으로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은 본입찰에 참여한 호반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취소하면서 인수 자체는 무산됐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인수를 위해 매입해둔 지분을 되팔아 수백억원 규모의 시세차익을 냈을 뿐 아니라, 기업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올해에는 동부건설과 울트라건설의 인수전에도 호반건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재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런 고속 성장의 이면에 가려진 그림자도 적지 않았다. 호반건설은 전통적으로 가족 경영을 펼쳐왔다. 부인뿐 아니라 세 자녀들이 일찌감치 각자 회사를 맡아 경영활동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호반건설 승계구도의 한 축으로 평가받고 있는 호반건설주택(전 호반비오토)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비오토와 호반씨엠, 에이치비자산관리 등의 계열사가 합쳐진 회사다. 김 회장의 장남인 대현씨(호반건설 기획담당 상무)와 부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이 각각 85.7%와 1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오너 일가의 개인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호반건설주택은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반건설의 지분 12.6%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이 회사는 향후 후계구도를 위한 핵심 회사로 꼽혀왔다. 지난해 7902억원의 매출과 1319억원의 영업이익, 21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합병 전까지만 해도 이 회사는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 기업으로 꼽혔다. 비오토는 2003년 설립된 부동산 자문 및 중개업체다. 계열사의 아파트 분양도 대행한다. 2008년까지만 해도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이 50%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내부거래가 증가하다가 2010년 99%를 차지했다. 전체 매출 179억원 중 178억원을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올렸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비오토는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오너 일가의 지분 가치 역시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독 및 연립주택 건설업체였던 호반씨엠 역시 2011년 매출 366억원 중 365억원을 관계사로부터 올렸다. 내부거래율은 마찬가지로 99%나 됐다. 

 

김상열 회장은 2013년 중순 이들 회사를 하나로 합쳤다. 회사 이름도 비오토에서 호반비오토, 다시 호반건설주택으로 2년여 만에 3번이나 교체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희석시키기 위한 용도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실제로 호반건설주택은 합병 이후 내부거래 비율이 많이 희석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공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4년 2049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올린 매출은 176억1000만원에 불과했다. 전체 매출의 10%도 안 되는 규모였다. 이듬해 호반건설주택의 매출은 7902억4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 중 절반 가까운 3123억9000만원이 내부거래에서 나왔다. 불과 1년 사이에 내부거래 규모가 2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호반건설은 최근 택지지구 아파트 용지를 낙찰받아 성장해왔다. 사진은 호반베르디움 견본주택


 

‘장남 회사’ 1년 만에 내부거래 20배 증가

 

김 회장의 차남인 민성씨가 최대주주인 호반건설산업(전 호반티에스)의 경우는 반대였다. 이 회사의 지분 90%는 현재 민성씨가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10%는 김 회장의 장녀 윤혜씨(호반베르디움 마케팅실장)와 민성씨가 각각 31%와 21%를 보유한 호반베르디움 소유다. 호반건설주택과 마찬가지로 오너 일가의 개인 회사인 것이다.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7578억5000만원에서 올해 4760억3000만원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 회사는 현재 티에스주택과 티에스개발, 티에스건설, 티에스리빙 등 4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 회사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다. 추첨 방식의 택지지구 아파트 용지 입찰의 당첨률을 높이기 위한 ‘벌떼 입찰용’ 회사인 것이다. 이들 회사는 주로 LH가 분양하는 아파트 용지 입찰에 참여한다. 한 번에 적게는 5곳, 많게는 10곳의 계열사가 입찰에 참여한다. 이런 식으로 낙찰되면 계열사에 되팔거나 시행·시공을 맡기는 식으로 공사가 진행된다. 

 

호반건설 “재벌 회사와 경쟁 위해 불가피”

 

때문에 호반건설산업의 경우, 특수관계자로부터 올린 매출보다 매입이 많았다. 지난해의 경우, 매출이 172억7000만원인 데 반해, 매입은 573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2014년에는 매출이 8억3000만원인 데 반해, 매입이 3124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주로 호반건설이 시공을, 호반건설주택이 광고 선전을 담당했다. 계열사끼리 돌려막기를 통해 일감을 몰아주고, 결국은 오너 일가의 호주머니를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호반주택산업은 2014년 380억원 상당의 배당금을 계열사로부터 받았다. 지난해 호반주택산업의 계열사 대부분은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50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아래 상자기사 참조). 

 

 


 

호반건설 측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의 대부분이 LH가 분양하는 택지를 낙찰받아 시행·시공을 하고 있다”며 “자연스럽게 내부거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벌 계열사와 경쟁하기 위해 땅을 낙찰받아 사업을 하고 있다”며 “계열사들이 낙찰받은 땅에 공사하다 보니 내부거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의 시각은 달랐다. 호반건설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벌떼 입찰’을 통해 제 뱃속만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최근 중견 건설사들의 벌떼 입찰을 막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2010년부터 2015년 3월까지 5년간 전국 공동주택용지 신청업체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이런 방법으로 전국 공사장에서 15개 필지를 따냈다. 정 의원은 “수십 개의 자회사를 동원해 공동주택용지 낙찰률을 높이는 행위는 엄연히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런 식으로 일을 따낸 호반건설은 그 수익이 고스란히 오너 일가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회사 적자 불구하고 ‘차남 회사’에 거액 배당 논란 

 

호반건설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주목되는 사실이 있다. 차남 민성씨가 최대주주인 호반건설산업은 2014년 100% 자회사인 티에스주택·티에스개발·티에스건설·티에스리빙 등으로부터 총 385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대부분 호반건설과의 거래를 통해 흑자를 낸 회사들이었다. 문제는 배당금의 규모가 상식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적게는 순이익의 57%, 많게는 91%를 배당금으로 지급했기 때문이다. 특히 티에스건설은 98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90억원을 오너 2세가 최대주주인 회사의 배당으로 돌렸다. 사실상 오너 일가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반건설산업의 자회사들은 대부분 호반건설 등 계열사들의 지원을 통해 성장해온 기업이어서 뒷말이 더하다. 

지난해에도 호반건설산업은 50억원의 배당금을 계열사로부터 받았다. 전년 대비 배당금이 많이 감소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티에스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이 모두 적자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티에스건설은 지난해 98억8000만원 흑자에서 올해 35억6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티에스주택 등이 100% 자회사다. 배당 가능 이익 중 일부를 주주에게 환원한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순이익의 90%를 넘는 금액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중견 건설사들의 벌떼 입찰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이익이 회사가 아니라 오너에게 돌아간다면 기존 재벌과 차이가 무엇이겠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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