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롯데 수사’를 ‘MB 수사’라 하나
  • 김소연 머니투데이 산업부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27 14:00
  • 호수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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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권 시절 롯데의 호텔·면세점·제2롯데월드 사업 총괄한 장경작 前 사장 핵심 연결고리 지목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인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과 장경작 전 호텔롯데 총괄사장

55년 전 인연이 지금에 와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으로 만난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장경작 전 호텔롯데 총괄사장의 만남이 바로 그것. 지금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에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는 롯데그룹 비리 의혹의 핵심인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의혹이 모두 MB 정부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 전 사장은 롯데그룹 내 핵심 MB 라인으로 꼽힌다. MB가 서울시장이던 시절인 2005년, 롯데그룹은 그를 영입해 호텔롯데 사장을 맡겼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평생 숙원사업이었던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 건이 좌절되자 그를 구원투수로 영입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MB 정권이 탄생한 2008년에는 호텔롯데 총괄사장을 맡았다. 이는 호텔과 면세점, 롯데월드 등의 사업부를 이끄는 자리로, 롯데그룹 측이 장 전 사장을 위해 신설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롯데그룹은 장경작 전 호텔롯데 총괄사장을 영입한 2005년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등 MB 정부 시절 승승장구했다. 자산총액은 43조원에서 96조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고, AK글로벌 면세점 인수, 주류 제조업 인허가가 모두 MB 정권 때 이뤄졌다. 롯데그룹 계열사는 46개에서 79개로 크게 증가했다. 역시 최대 하이라이트는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던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가 통과된 것이다. 검찰이 롯데그룹 수사 과정에서 장 전 사장의 역할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단 검찰은 다소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여권 일각에서 “이전 (MB) 정권 비리로 몰아가기 위한 의도 아니냐”라는 비판이 제기된 탓이다. 검찰은 제2롯데월드 인허가 특혜 의혹과 장 전 사장 수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단서가 나오면 수사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채 즉답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자금관리인으로 통하는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를 소환조사하는 등 롯데그룹 재무통을 잇달아 불러들이는 것은 향후 정·관계 특혜 로비 수사로 가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MB 정권 때 롯데호텔 ‘小청와대’로 불려


정권 특혜 논란 중에서도 핵심은 제2롯데월드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모두 이를 반대했다. 높이 550m가 넘는 제2롯데월드가 건설될 경우, 인근 군 시설인 서울공항의 비행안전성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MB는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동편 활주로 방향을 3도 변경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 제2롯데월드 건축을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인허가를 반대했던 현직 공군 참모총장은 경질하고, 제2롯데월드의 용적률과 건폐율은 상향시켜 층고는 112층에서 123층으로 오히려 높아졌다. 


롯데면세점이 현재 업계 1위로 도약한 배경에도 정권 비호 논란이 있다. 2010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호텔롯데의 AK글로벌 면세점 인수를 독과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건 없이 승인했다. 당시 시내면세점 기준으로 롯데의 시장 점유율은 52.3%(소공점·잠실점 합산), AK는 4.7%로 점유율 합계가 57%나 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인천공항면세점의 경우, 롯데 점유율이 37.2%로 2위, AK는 13.9%로 3위였다. 양사가 결합하면 점유율이 51.1%로, 당시 1위인 신라(38.3%)를 제치고 롯데가 1위에 오르는 상황이었다.


맥주 제조 사업에 진출하게 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는 2012년 3월 국세청으로부터 주류 제조업 허가를 받았다. 정부는 그 직전인 2011년 맥주 제조 면허를 위한 저장시설 기준을 1850kL에서 100kL 이상으로 완화했다. 정부가 진입장벽을 낮췄기에 롯데의 주류 진출이 가능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다. 장 전 사장은 이명박 서울시장 때인 2005년 호텔롯데 사장을 맡은 후, 2010년까지 5년간 롯데의 각종 인허가 사업을 성공적으로 관철시켰다. 


MB 역시 자신의 과 동기가 운영하는 롯데호텔을 자주 찾았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 롯데호텔 31층 스위트룸에서 1기 내각 인선작업과 정부조직 개편안을 구체화시켰다. 18대 총선 공천 작업과 논란이 됐던 ‘KBS대책회의’ 등이 이곳에서 진행된 것 또한 유명하다. 대통령 시절에도 주말에 자주 롯데호텔을 찾아 휴식을 취하곤 해, 정계와 재계 일각에서는 ‘소(小)청와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이 같은 유착관계를 두고 ‘친구 게이트’라고 비판했다. 

 

 

 

6월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가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MB와 장경작, 상고 출신 동질감 

 

친분이 두터웠던 장경작 전 사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지만, 학창 시절에도 교류가 활발했다는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는다. 두 사람은 종교도 다르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MB와 달리 장 전 사장은 불교신자로, 졸업 후에도 고려대 불자교우회에서 활동했다. 다만 장 전 사장이 덕수상고 출신으로, 동지상고를 졸업한 MB와 일종의 동질감이 형성되지 않았겠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한다. 같은 과 동기인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각각 경기고·경남고 등 명문고 출신인 것과 다른 면모다. 


장 전 사장이 대학 졸업 후 처음 입사한 곳은 삼성그룹이다. 장 전 사장은 1968년 공채 9기로 삼성그룹에 몸담았다가 1977년 그룹이 분리되면서 신세계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1992년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을 맡았다가 1993년 말 인사에서 새롭게 인수한 조선호텔 부사장에 발탁됐다. 1996년에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남편인 정재은 조선호텔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웨스틴조선호텔 사장에 오른다. 


그의 경영능력은 MB 특혜 이전에도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장 전 사장은 1996년 한국호텔경영학회에서 수여하는 호텔경영대상을 받았는데, 웨스틴조선호텔이 1995년 매출신장률 45%로 업계 1위를 차지하는 등 경영성적이 좋았던 데 따른 것이다. 이후에는 호텔롯데로 자리를 옮겨 롯데그룹의 경영 현안을 해결하는 데 주력했다. 제2롯데월드 문제가 해결된 후에도 재계는 ‘해결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장 전 사장을 놓아주지 않았다. 현대아산은 2010년 3월 말 장 전 사장을 새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2008년 ‘박왕자 피격 사건’으로 중단됐던 금강산관광 사업이 2010년 최대 고비를 맞았기 때문이다. 새 대표에게 주어진 미션은 ‘금강산관광 재개’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는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장 전 사장은 2014년부터 ‘청계재단’ 감사로 자리를 옮겨 재직 중이다. 이 재단은 MB가 2009년 사재 330억원을 출연해 만든 장학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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