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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떠난 8살 장애아동의 원통한 죽음

특수학교 통학버스 안에서 의식불명 발견…박한음군 68일 만에 숨져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27(Mon) 17:04:05 | 13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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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불명 상태인 아들을 안고 있는 고 박한음군 어머니


지난 6월12일 중증 장애를 가진 특수학교 학생이 광주 전남대병원에서 68일 만에 사망했다. 올해 8살의 고(故) 박한음군이다. 희귀난치성질환인 웨스트 증후군(영아연축)을 앓고 있던 한음이는 지난해 이 학교에 입학해 버스를 타고 통학했다. 4월6일 한음이는 엄마의 배웅을 받으며 통학버스에 올랐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한음이의 부모는 학교 측의 과실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체 학교버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08년 12월20일 전남 영광에서 태어난 박한음군은 태어나자마자 고열과 경련, 강직이 너무 심해 혀로 이빨을 밀어내 아랫니 두 개가 빠지고 혀가 찢어지는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받으며 병원을 전전했다. 처음에는 영광종합병원, 다음에는 전남대병원, 여기서도 별다른 호전을 보이지 않자 서울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기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그리고 생후 15개월 만인 2010년 3월 한음이는 ‘미토콘트리아 근병증’, 즉 세포가 생성되지 않는 희귀병이라는 확진을 받았다.


세상에 태어난 축복을 받아야 할 한음이는 젖병 대신 약을 달고 살았다. 3살부터는 몸무게가 8~10kg밖에 나가지 않았는데, 이는 정상 아이의 2세 몸무게 정도에 해당한다. 쑥쑥 자라고 성장해야 할 아이는 앉지도, 서지도, 말하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누워만 있어야 했다. 


부모는 한음이를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는 한음이를 위해 엄마는 하루에 두 시간 정도만 소파나 벽에 기대어 자며 보살폈다. 아이는 자신의 상태를 ‘웃는 것’과 ‘우는 것’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했다. 우는 경우가 99%지만, 생후 6개월이 돼서 처음으로 웃는 모습을 보였다. 


한음이는 하루 24시간 대부분 경련을 일으켰다. 피부 강직도 심했다. 이런 아들을 위해 엄마는 안고 업으며 24시간 품 안에서 키웠다. 여기저기 닳고 해져서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한 ‘아기 띠’가 한음이가 어떤 상태인가를 말해줬다. 

 


통학버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


한음이 부모는 아이의 교육과 치료를 위해 약 4년 전 영광에서 광주로 이사했다. 그리고 한음이는 지난해 3월 광주에 있는 한 특수학교에 우여곡절 끝에 입학했다. 입학가능 실태조사를 할 때 시력(불빛에 반응), 반사신경 없음, 그리고 목 가누기가 가장 걱정이 된다는 판정을 받았다. 고개가 꺾여서 가만히 놔두면 갑자기 경직이 심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됐던 것이다.


한음이의 오른쪽 손에는 화상 자국이 있다. 한음이 엄마는 “밥을 하는 도중 앞으로 조금 숙였는데, 한음이의 손이 항상 아래로 축 처져 있어서 냄비에 닿아 생긴 자국이다. 그 뜨거운 냄비에 손을 데었는데, 그 손을 뗄 수 있을 만큼의 근육을 움직일 힘도 없는 아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음이는 근육을 전혀 쓸 수 없는 중증장애아다. 한 번 고개를 떨구면 스스로 들 수 없는 근육발달장애까지 앓고 있었다. 


한음이가 특수학교에 입학한 후 부모는 통학이 가장 염려됐다. 엄마는 아이가 적응할 때까지 통학버스에 동승했다. 3개월 정도 동행하다가 의자를 최대한 뒤로 젖히고 통학시켰다. 지난 3월 한음이는 2학년에 올랐다. 4월1일부터는 통학차량실무사가 교체됐다. 


4월6일 오전 7시55분쯤 한음이는 엄마의 배웅을 받으며 등굣길에 올랐다. 엄마는 한음이를 안고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히고 내려갔다. 이날 통학차량에는 총 18명이 있었고, 한음이가 타기 전에 이미 10명이 탑승한 상태였다. 특수학교 통학버스에는 ‘통학차량실무사’(통학 보조교사)가 한 명씩 탑승하고 있다. 차량운행 중 학생들의 안전보조 및 지원을 위해 교장이 임명한다.


한음이가 버스에 탑승하고 3분40초 뒤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한음이가 고개를 떨군 상태에서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스스로 고개를 들 수 없었기에 숨이 막혀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그게 안타까웠던지 통로를 사이에 두고 바로 옆 자리에 앉았던 장애학생이 한음이를 계속 쳐다본다. 


한음이가 울기 시작한 지 약 6분이 지난 9분21초가 돼서야 통학 보조교사는 한음이에게 다가가 모자를 벗겨주고 머리를 교정해준다. 10분41초부터 다시 한음이가 울기 시작한다. 블랙박스 화면을 보면 이미 고개가 많이 숙여져 있다. 그 시각 통학 보조교사는 한음이가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시선을 주지 않고 한음이 옆을 지나 바로 반대편 뒷좌석에 앉았다. 


이때부터 통학 보조교사는 휴대폰으로 검색을 시작한다(13분7초). 한음이의 신음소리가 계속 나는데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다. 15분42초쯤 한음이는 고개를 들려고 시도하다가 다시 떨군다. 생명에 위협을 느껴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쓴 것이다. 이후에도 한음이는 고개를 들려고 몇 차례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20분44초부터는 한 번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계속해서 아래로 떨구고 있다. 이때는 이미 고개를 들려고 시도할 수 있는 힘도 없었던 것이다. 


통학 보조교사는 8분23초가 지나서야 휴대전화 검색을 끝냈다(21분30초). 20초 뒤에는 휴대폰을 거울로 삼아 얼굴을 비치며 머리를 수차례 만지기 시작한다. 얼마 후 통학 보조교사는 휴대전화의 벨이 울리자 급히 뛰어가서 한음이 바로 옆에서 몸을 흔들고 크게 웃으면서 통화한다. 한음이를 힐끗 쳐다봤는데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모습을 자는 것인 줄 알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37분26초쯤 한음이는 승차 후 10번째이자 생의 마지막 신음소리를 낸다. 죽음의 문턱에서 울음과 신음으로 “선생님, 저 좀 살려주세요!”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보조교사는 도움의 손길을 보내지 않았던 것이다. 한음이는 통학차량에 탑승한 지 약 35분 후에 학교에 도착했다. 


학교에 도착해서도 다른 통학자들이 도착할 때까지 통학 보조교사는 한음이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다. 생명을 살릴 수 있는 6분간의 시간이 더 허비된다. 그러다 45분2초쯤 특수교육실무 교사가 한음이를 보고는 깜짝 놀란다. “한음아, 한음아, 선생님, 한음이 봐봐요. 입술이 파래가지고. 이상하지 않아 언니, 이상하네”

 

 

특수학교 통학버스에는 통학 보조교사가 탑승했으나 박한음군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그때서야 한음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안 학교 측에서 한음이를 보건실로 옮겼으나 이미 상태가 심각했다. 얼굴이 창백한 채 기도가 폐쇄돼 심장이 정지되고 호흡이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119구급차량이 도착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한음이는 학교 인근 병원에서 심장박동만 돌아오게 한 후 전남대병원으로 후송됐다. 최초 발견에서부터 심장박동이 살아날 때까지 36분이 걸렸다. 한음이는 심폐소생술로 심장이 다시 뛰기는 했지만 의식을 찾지는 못했다. 

 


의사는 뇌가 많이 손상돼서 의식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부모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포기할 수가 없었다. 한음이는 이렇게 68일 동안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6월12일 일요일 오전 10시58분에 하늘나라로 갔다. 통학 보조교사가 조금만 한음이의 상태를 살폈다면 얼마든지 살릴 수 있는 아이였다. 

 


학교 측 과실·책임 인정 안 해


희귀성 질환을 갖고 태어난 아이는 “엄마!” “아빠!”라는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짧은 삶을 살아야 했다. 한음이 엄마는 이게 가슴에 한으로 맺혔다. 그래도 언젠가는 ‘엄마’를 부를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그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한음이 부모는 사고 후 학교와 통학 보조교사를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과실이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학교 측의 입장을 보면 통학차량실무사의 관리 소홀도 아니고, 학교 근처까지 울음소리가 들렸기 때문에 그 자세로 인해 심정지가 왔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필요한 조치들을 다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학교 교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 경찰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한음이 부모와) 서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고 말했다. 한음이 어머니는 학교 측의 태도에 항의해 6월23일부터 학교 앞과 아들이 마지막으로 탑승했던 곳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어머니는 여름방학 전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울면서 고통을 호소했는데도 무시하고 방치했다”

故 박한음군 아버지 박영권씨 

 

 

고 박한음군 어머니가 특수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고소는 언제 했고, 진행상황은 어떤가?

 

지난 5월24일 광주지방검찰청에 학교와 통학 보조교사를 업무상과실과 중과실치사상 혐의로 고소했는데 아이가 숨졌으니 ‘치사’가 됐다. 현재 광주 북부경찰서에서 조사 중인데 고소인 조사는 이미 받았다.

 

학교 측이나 담당 통학차량실무사가 사과했는가?

 

지금까지 학교 관계자에게 어떤 사과도 듣지 못했다. 한음이가 병을 앓다가 차량 안에서 그랬다면 이해한다. 근육을 못 썼지만 숨이 멎을 정도는 아니었다. 한 번만 목을 제대로 가눠줬다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학교 측이나 통학차량실무사의 과실이 있다는 증거는 무엇인가?

 

통학차량에 설치돼 있던 블랙박스다. 여기를 보면 통학 보조교사는 한음이를 포함한 장애아동들을 탑승시킨 후 남은 시간에 휴대폰을 검색하고, 자신의 휴대전화 벨소리에는 재빨리 뛰어와서 전화를 받으면서도 말을 할 수 없는 한음이가 수차례 울면서 고통을 호소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방치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모 입장은 무엇인가?

 

자신들의 과실은 인정하지 않고 단순한 사고라고 몰아가는 게 너무 억울하다. 비록 한음이는 갔지만 제2·제3의 한음이가 나와서는 안 된다. 한음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장애학교 통학버스 안전매뉴얼과 통학차량실무사의 자격기준도 강화해야 한다. 유치원생보다 더 표현능력이 없는 장애아들이 다니는 학교에도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학교 측과 담당 통학 보조교사의 처벌을 원하는가?

 

마음으로는 이미 용서했지만 학교 측은 과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다면 또다시 한음이 같은 피해자가 나올 것이다. 지금 상태라면 법률적인 처벌을 원한다. 현재로서도 학교 측은 한음이 사고에 대한 대책이 아니라 학부모들을 통해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학교의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다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교 입장을 따라가는 것 같다. 그래서 너무나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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