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대 100억대 국고보조금 횡령 의혹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6.27 17:02
  • 호수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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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국민권익위가 이첩한 자료 토대로 수사 착수

경북 포항시에 있는 사립 전문대 포항대학교가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입시전형을 실시하고, 100억원이 넘는 국고보조금을 타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건을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5월 경찰청에 관련 내용을 이첩하고, 경찰청은 경북지방경찰청에 사건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학교는 교비 횡령과 유령 학생에게 학위를 준 혐의로 전 총장이 유죄 판결을 받고 구속된 사례가 있음에도 입시 부정행위를 이어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북 포항시에 있는 사립 전문대인 포항대학교가 입시 부정을 통해 거액의 국고부조금을 부당하게 타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포항대 정문

 

“7년간 3500여 명 불법 입학시켜”

 

포항대가 입시 과정에서 부정을 저질렀다고 지목받는 기간은 2007~13년이다. 이 기간 동안 포항대는 중요한 대학 평가지표인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장학금 지급률 등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포항대는 2008학년도 수시 1학기 전형에서 총 모집정원인 170명의 3배가 넘는 560명을 최종 등록시켰다. 2009학년도 1학기 수시에서는 총 정원 1600명의 10%인 160명을 모집해야 함에도 490명의 등록을 받았다. 포항대는 2010~13학년도에는 같은 방법으로 수시 모집 정원의 180%에 달하는 인원을 합격시키고, 이 중 50% 이상을 입학시켰다. 국민권익위에 제보된 ‘포항대학교 입시부정 및 국고보조금 횡령 고발장’에 따르면, 포항대는 2013년까지 3500여 명의 학생을 불법으로 합격시켰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포항대는 주요 대학평가지표인 신입생 충원율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포항대가 교육부에 보고한 2007학년도 신입생 충원율은 65.4%였으며, 2008년에는 78.4%까지 올랐다. 

 

포항대가 두 배에 가까운 인원을 최종 합격자로 정했던 이유는 최종 등록자를 더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한 지방 전문대학 교수는 “지방대학 중에서도 전문대학의 최대 난제는 어떻게 최종 등록자를 유지할 수 있느냐다. 정원에 맞춰 합격자를 뽑아도 대부분 등록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보통 합격자의 50~60% 정도 등록한다고 가정하고, 최종 합격자를 부풀려서 발표한다. 신입생 수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라고 말했다. 

 

충원율이 높을 경우 국고보조금을 받기 유리해진다. 정부는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육성한다는 취지 아래 2007년부터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교육부가 올해 발표한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살펴보면, 충원율은 핵심성과지표 점수 25점 중 취업률(10점) 다음으로 높은 배점(7점)을 받고 있다. 정부의 사업 지원 적정 충원율이 60~65%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포항대는 기준을 웃도는 충원율을 늘 유지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포항대 내부 관계자는 “실제로 부정 합격된 것으로 추산되는 학생의 수를 제외하면 충원율은 40~50% 수준으로 급감하게 된다. 이 경우 교육부 기준에 한참 미달하게 돼 국고보조금을 받을 길이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포항대는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정부 보조금을 잇따라 타냈다. 2007년과 2008년에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전문대학 특성화사업에 선정돼 각각 17억8000만원, 18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이어 교육과학기술부의 ‘전문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에 선정되며 2009년 23억6000만원, 2010년 33억9000만원, 2011년 32억70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다. 이 기간 동안 받은 국고보조금은 모두 126억원 정도에 달한다. 포항대 내부 관계자는 “허위 지표가 아니었다면 선정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학교 전체가 조직적으로 입학생 확보를 위해 움직인 정황도 있다. 포항대는 합격 대상자들로부터 법적 등록 기간 이전에 등록 예치금을 받아두는 방식을 취했다. 포항대 학생지원처가 2006년 7월18일 각 학과장에게 보낸 ‘2007학년도 1학기 수시1차 전형일정 안내’에 따르면, 포항대는 각 학과장 명의의 통장을 개설해 합격자들의 예치금을 받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자기계발비를 지급하기 위한 것으로 (합격자를) 설득하라”고 지시했다. 

 

‘1학기 수시 입학자 확보를 위해 예치금 납일은 법적 등록 기간 이전이라도 학과장의 판단에 따라 학과별로 납부가 가능하도록 하겠습니다. 학과장님 명의로 학과별 통장을 개설하여 7월19일 오후 5시까지 학생지원처로 제출바랍니다… 등록확인 예치금을 납일 일정을 앞당겨 수납하는 것은 자기계발비를 지급하기 위한 것임을 설득 부탁드립니다.’

포항대 입학사무처에서 각 학과로 보낸 내부 이메일에선 원서 접수와 동시에 합격증을 준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이때도 예치금을 법적 등록 기간 이전에 각 학과장 통장에 받도록 한 뒤, 대학 예치금 계좌로 돌려받는 방식을 취했다. 

 

‘우리 대학에서 지정하여 7월30일~8월10일까지 각 학과별로 등록예치금을 수납하였고, 이 기간에 등록하지 못한 예치금 등록 대상자에게 우리부서에서 법적 예치금 등록기간(9월3일~4일)에 등록할 수 있도록 입학전형 절차에 맞추어 예치금 등록 안내장을 송부하였습니다…학과장님께서는 기존에 납부 받으신 금액을 대학사무국 예치금 계좌로 9월3일~4일자로 입금해 주시기 바랍니다.’(2007년 8월Z27일 이메일)

‘정시 2차 모집기간은 2월11일부터 22일까지이지만 지금부터는 원서가 접수되는 대로 합격증을 발부할 예정입니다.’(2008년 2월11일 이메일)

대학 사무처의 방침을 받은 각 대학 교수들은 예치금을 학생들로부터 미리 받은 뒤 이 중 일부를 학생에게 장학금 명목으로 되돌려주고, 남은 돈은 학교 계좌로 보냈다. 당시 학과장을 맡았던 한 교수는 “예치금을 개인 명의 통장으로 받은 뒤 남은  돈을 학교 통장으로 돌려보냈다”며 관련 통장 계좌 내역을 공개했다. 

 

 


 

‘비자금 조성’ 의혹도 불거져

 

포항대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권익위는 하민영 전 포항대 총장과 직계가족이 교내 업체 대표 등으로부터 수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지난해 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전 총장의 부인은 현재 포항대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하 전 총장 부부는 부정한 입시 과정과 비자금 조성 전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포항북부경찰서가 지난 4월 제보자로부터 진술받은 내용에 따르면, 교내 A 청소용역업체가 하 전 총장의 지시로 수년간 생활비 명목으로 매월 150만~250만원을 하 전 총장의 모친에게 전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청소업체 대표는 당시 재직한 포항대 사무처 관계자에게 현금을 전달하고, 이 돈은 운전기사를 통해 하 전 총장 모친에게 매월 전달됐다는 내용이다. 사무처 관계자는 “A 청소업체 사장이 하 전 총장 모친에게 현금 또는 개인계좌로 매달 생활비를 입금할 것을 하 전 총장이 지시했다”면서 “현재도 이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교육용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대학관사에 총장의 직계가족과 지인들이 거주하며 사실상 제집처럼 머물렀다는 의혹도 있다. 제보자는 포항대가 현재 관사로 운영 중인 럭키아파트·우방하이츠·청우대림·두호비취 등 5곳에서 하 전 총장의 모친과 지인이 수년간 거주했으며, 포항대와 임대차 계약을 맺은 업체 대표는  계약 당사자인 포항대 법인통장이 아닌 하 전 총장에게 5년간 매달 50만원씩 총 3000여만원을 지급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또 교내식당과 분식점, 커피숍 등을 운영하는 업체 대표와 학교 간에 임대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포항대 이사가 개입해 공개계약 아닌 수의계약으로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권익위에서 이첩한 부정입시 사건과 비리 의혹 전반을 병합해 수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포항북부경찰서 관계자는 “부정입시 사건이 현재 경찰청을 거쳐 경북지방경찰청에 넘어갔다. 사건이 포항경찰에 내려오는 대로 앞서 접수한 사건과 함께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대 측 “예전 일…잘 기억나지 않는다”

 

권익위의 조사 결과는 교육부에도 접수된 상태다.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권익위의 조사 자료와 내부에서 불거진 제보 내용 등을 파악한 상태”라며 “교육부 감사 여부 등에 대해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만약 포항대 부정입학 의혹이 사실일 경우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하겠지만, 부당하게 받은 국고보조금이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환수조치하게 된다”고 말했다. 부정한 입시 과정으로 합격된 학생들에 대해 그는 “학생들도 피해자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대 측은 이번에 불거진 의혹들이 이미 예전에 한 차례 다뤄진 일이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포항대와 관련된 비리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하 전 총장은 2014년 7월 장학금 지급률과 취업률을 부풀려 5억원의 국고보조금을 타낸 혐의로 징역 4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바 있다. 당시 대구고등법원은 하 전 총장이 교비를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국고보조금을 교부받기 위해 교직원 장학생 39명에 허위로 전문학사를 수여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39명에 대한 허위 보조금 수령으로 7700만원이 환수되기도 했다. 

 

정창조 포항대 총장은 6월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검찰에서 기소만 하지 않았을 뿐, 이미 다 조사를 받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사건이 이첩된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병원에 와 있다. 나중에 입장을 전해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사건의 실체를 모두 알고 있는 것으로 지목된 하 전 총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 전 총장은 첫 통화에서 기자 신분을 밝히고 입장을 요청하자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뒤 연락이 두절됐다. 기자가 수차례 전화를 걸고 해명을 요청하는 문자를 남겼지만 6월24일 현재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포항대 측은 ‘예전 사건’이라고 주장하지만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별개 사건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도 예전 사건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봤는데, 현재 접수된 사건은 예전과 다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포항대 내부 관계자 역시 “과거 사건은 개인 비리 혐의만 있었지만, 이번에는 대규모 입시 부정을 통해 국고보조금을 받은 사건이기 때문에 예전보다 더 큰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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