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다뤄야 할 게 많다”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6.06.28 13:59
  • 호수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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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구조 개편에 가려진 개헌 논의의 함정

 

2015년 4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개헌추진국민연대 전국대표자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개헌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헌법은 국가통치체제뿐만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근본 법규다. 헌법이 단순히 국가권력 구조의 문제만이 아니라, 복잡 다양한 사회상을 반영하고 국민 삶의 근간을 규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개헌 논의는 권력의 재편 문제에 국한돼 있다는 지적이 헌법학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권력구조의 개편 문제만을 다루자는 ‘원 포인트’ 개헌 논의에 대한 우려감이 반영돼 있는 지적이다. 

 

개헌 논의는 단순히 권력구조 개편 등 정치권의 주된 관심사에 국한하지 않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19대 국회 당시 구성된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자문위)가 제시한 헌법개정안도 단순히 권력구조 개편 사안만을 담지 않았다. 2014년 제안된 자문위의 헌법개정안은 총 11개 장, 161개 조로 현행 헌법 10개 장, 130개 조보다 1개 장, 31개 조 늘었다. 

 

그런데 늘어난 조항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인권 등 기본권 관련 조항이다. 기본권과 관련한 조항은 현행 헌법이 30개 조인 반면, 개정안은 51개 조로 21개나 증가했다. 권력구조 문제뿐만 아니라 ‘87년 체제’의 산물인 지금의 헌법이 새로운 시대를 담아내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자문위의 헌법개정안은 현행 헌법 제2장(국민의 권리와 의무)을 ‘기본적 인권과 의무’로 수정했다. 또 헌법개정안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평등 △자유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참정권 △사법절차에 관한 권리 △권리의 제한 및 그 한계 △기본 의무 등 8개의 절(節)을 신설해 세분화했다. 현행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한 ‘모든 국민(國民)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라는 문구는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로 수정했다. 

 

 

‘국민 소외 개헌’, 국민 동의 구하기 어려워

 

인권의 주체를 속지주의(屬地主義)에 입각한 ‘국민’이 아닌 ‘사람’으로 확장해 명시한 것이다. 또 헌법개정안은 사람이 향유해야 할 새로운 기본권으로 생명권과 신체·정신의 온전성, 안전의 권리, 망명권, 정보기본권 등을 신설해 반영했다. 특히 어린이·청소년과 노인, 장애인 등 권리보호의 대상을 구체화한 점도 특징이다. 기본권 주체를 보편적인 인권으로 확대하고 세분화하고 있는 현 시대의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또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돼온 형사법적인 영역에서도 개정 논의가 진행됐다. 이를 토대로 자문위는 형사변호인 조력권과 범죄피해자구조권 등 피의자와 피해자의 기존 권리를 확대하는 한편, 불구속 수사 원칙 및 수사재판 독립 규정, 기소편의주의 제한 등도 별도로 규정했다. 특히 중앙과 지방정부 간의 갈등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는 지방자치권과 관련해서도, 지방자치권의 보장과 국가의 지방자치권 보장 의무 규정, 국가의 지방재정 건전성 감독 의무, 지방재정 격차해소 의무 규정 등을 헌법개정안에 녹여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주도하고 있는 권력구조 개편에 집중한 개헌 논의보다는 사회와 국민의 다양한 이해와 변화를 반영하는 진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자칫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치권이 이해관계에 얽매인 논의에 함몰될 경우, 국민들은 개헌 논의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고 허무한 정쟁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이는 개헌에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가 개헌 논의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개헌 논의를 자칫 방기하는 우(愚)를 범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 전공)는 “헌법은 법·제도적 기초이고 중요한 틀이지만 그 내용만큼 국민들의 부단한 노력과 권력담당자들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운영이 가능해야 가장 적합한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서 “당리당략과 무관하게 개헌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개헌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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