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구의 자원외교 이야기] 기회의 시간을 놓친 ‘리튬 트라이앵글’
  • 강천구 미래에너지자원연구소 부회장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2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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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강천구 부회장은?

1986년 한국광물공사 전신인 대한광업진흥공사에 입사해 30년 가까이 광업 분야에 종사한 국내 최고 광업 전문가다. MB정부 시절 한국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상임이사)을 지냈고, 광업조정위원회 위원,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이사, 한국광업회 자문위원과 동양시멘트 사외이사, 현대제철 자문위원도 역임했다. 올해 3월부터 기업M&A자문을 위해 영앤진회계법인 부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언론에 에너지 자원관련 기고를 해오고 있다.

 


리튬은 주기율표 제1족에 속하는 아주 가벼운 금속이다. 미량이지만 널리 분포하고 있는 희유금속중 하나다. 이 은백색의 금속을 놓고 세계 각국은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유는 2차전지 때문이다. 2차전지는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라고 이해하면 된다. 특히 전기차 시대의 개막은 2차전지 시장에 불을 붙이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IEA(국제에너지기구)의 ‘글로벌 전기차 전망 2016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100만대를 넘어 126만대가 팔렸다. 특히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이 보고서는 전기차 판매량이 2005년에 2000대에 불과했지만 2010년부터 판매가 늘기 시작해 지난 한 해 무려 55만대가 판매됐다고 했다. 전년대비 70% 급증한 수치다.

세계 전기차 시장도 경쟁이 치열하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파나소닉은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연내 톈진에 전기차 부품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네덜란드는 2025년부터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는 신차 판매를 금지하고 전기차 판매만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최근 독일정부가 전기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12억 유로 (약 1조6000억원)규모의 보조금 지급 정책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정부는 현재 5만대 수준인 전기차가 2020년 5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처럼 상용화되기 시작한 전기차 생산으로 인해 2차전지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 등이 해외시장에서 공급 수주에 쾌거를 올리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2차전지의 기본이 되는 리튬이다.

리튬은 2차전지의 핵심원료다. 전기차에는 휴대폰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의 약 4000배에 달하는 리튬이 필요하다. 그래서 리튬을 새로운 석유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소수의 몇몇 국가만이 리튬자원을 확보하고 있고 생산 할 수 있다. 특히 육상염수(소금 호숫물)의 경우 부존량이 많고 경제성이 높은데 남미의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이 3개국에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77%가 부존돼 있다. 엄청난 리튬이 매장돼 있다고 해서 이곳을 리튬 트라이앵글로 부른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한국광물자원공사를 중심으로 포스코․삼성물산․LG상사․GS에너지등 민간 기업들이 힘을 합해 리튬 트라이앵글 진출을 시작했다.

첫 진출 국가는 아르헨티나였다. 아르헨티나는 리튬 매장량 세계 2위, 생산량 세계 4위의 국가다. 2010년 6월 한국광물자원공사는 GS에너지․LG상사와 함께 아르헨티나 살데비아 리튬사업에 진출했다. 한국이 진출한 옴브레 무에르트 리튬염호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유일하게 상업 생산 중인 곳이었다. 일본․중국도 손을 뻗지 못한 곳이었다. 여기서 한국 측은 지분 30%를 확보했다.

두 번째 진출국은 칠레였다. 칠레의 리튬은 매장량은 적지만 품질이 좋았다. 현재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이기도 하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삼성물산과 함께 2010년 11월 진출에 성공했다. 여기서도 지분 30%를 확보했다. 칠레 NX우노 리튬 프로젝트는 부존량이나 개발여건이 모두 우수해 당시 계획으로는 빠르면 2013년부터 우리나라에 리튬을 안겨줄 유망사업으로 판단했다. 우리나라는 칠레에서 4만톤, 아르헨티나에서 6000톤을 확보해 2020년까지 리튬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마지막 나라가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볼리비아였다. 리튬을 생산중인 칠레 아르헨티나와 달리 볼리비아는 미개발 상태였다. 프랑스․일본․중국․브라질 등 10여개 국이 유독 볼리비아에 눈독을 들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볼리비아 염수는 칠레나 아르헨티나 염수에 비해 리튬 함량이 낮고 불순물인 마그네슘이나 붕소의 함량이 많다. 또 고도가 높아 자연 증발속도가 느려 리튬 농축에 장기간이 소요된다. 이 같은 기술적 이유로 인해 경제성 있는 추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볼리비아 리튬은 그동안 사실상 방치됐다. 볼리비아는 이런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우수한 탄산리튬 제조기술을 제공하는 국가나 기업에 리튬개발 파트너로 사업의우선권을 주겠다면서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일본․중국․프랑스 등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볼리비아에 진출해 기술보고서를 제출했다. 일본은 스미토모사(社)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탄산리튬 공동 개발 시 5억 달러를 볼리비아에 투자하겠다는 제의를 했다. 프랑스도 볼로레사(社)가 리튬 생산연구 투자 및 2차전지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해 2009년 9월 1억5000만 달러 투자 제안을 했다.

한국은 2009년 8월에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볼리비아 국영기업 코미볼사(社)가 리튬자원개발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 후 2010년 3월 한국광물자원공사․포항산업과학연구원․한국지질자원연구원등 3개 기관이 탄산리튬 제조기술사업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해 8월12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회를 열어 탄산리튬 제조공정 3개를 발표하고 보고서를 제출했다.

당시 한국 측 발표자는 권오준 RIST원장(현 포스코 회장)이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김신종 사장은 최종보고서를 볼리비아 광업부장관에게 건넸다. 발표회에 참석한 볼리비아 엑토르 꼬르도바 광업부차관은 지금까지 제출받은 보고서중 가장 우수한 기술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의 성과들은 2013년 좌초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후임자들이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광물가격 하락, 그리고 해외자원개발 실패라는 국내 언론보도가 외신을 타고 전해지면서 엄청난 손실을 봤다. 그 결과 국내 첫 해외 리튬광 진출 사례였던 아르헨티나 살데비아 프로젝트는 개발기간과 비용이 늘면서 한국 컨소시엄이 부담을 느껴 철수를 결정했다. 2010년 시작했던 사업이니 진출 5년 만에 포기한 것이다.

한국컨소시움은 30%의 지분에 1500만 달러(한화 약 160억원)를 투자했다. 해외 투자비로는 비교적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 측 대표인 한국광물자원공사가 해외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면서 프로젝트 진행은 더욱 어렵게 됐다. 한국 측 지분은 모두 합작 파트너인 캐나다 자원개발업체인 갤럭시리소시즈가 인수하게 됐고 현재는 사업종료 조치가 진행 중이다.

칠레 LX우노 프로젝트도 지난해 투자비 1600만불(한국측 지분30%) 대부분을 회수해 청산이 완료된 상태다. 특히 많은 공을 드린 볼리비아 리튬 프로젝트는 포스코의 독보적인 기술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업계약 1년이 지난 2013년 7월5일 볼리비아와 맺은 계약이 파기되고 말았다. 볼리비아 정부는 그 즉시(2013년 7월19일)기다렸다는 듯이 중국(Linyi Gelon)과 리튬 배터리 조립공장 건설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또 2014년 4월엔 네덜란드와 리튬 배터리 플랜트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포스코가 지난해 5월 볼리비아 리튬에서 독자 개발한 추출 기술로 아르헨티나에서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했다. 포스코는 아르헨티나기업 리튬아메리카스와 연 2만톤 생산 규모의 리튬공장을 현지에 설립하기로 하고 금년 9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리튬사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포스코가 이렇게 리튬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포스코 고유의 리튬 생산기술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2010년 당시 정부와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우리 산업의 미래 먹거리인 리튬 확보를 위해선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리튬 트라이앵글 프로젝트는 블루오션이자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기회였다. 당시 이 블루오션을 향해 전 세계가 앞다투어 모여 들었다. 한국은 늦게 출발했지만 이들 국가로부터 마음을 얻고 신뢰를 쌓아 나갔다. 그 중심엔 누가 뭐래도 김신종 사장(당시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의 열정이 있었다.

김사장이 이런 블루오션을 위해 적극적인 외교를 펼친 이유는 궁극적으로 우리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자원업계 관계자는 “리튬은 2차전지를 만드는데 핵심 원료로 최근 들어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국내기업들이 다시 리튬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가 없는 것은 리튬보유국과 대화를 해 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리튬전쟁에서 이기려면 자원전문가들의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국가 이익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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