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테러] IS의 태세전환, “터키는 친구가 아니라 적”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06.29 14: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6월28일(현지시간) 오후 10시께 터키 최대도시인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최소 36명이 숨지고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사건을 저지른 배후 세력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6월29일은 IS(이슬람국가)가 건국 2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다보니 일종의 기념일을 기리기 위해 저지른 테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터키는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관광지다. 우리에게는 형제의 나라로 불리며 단일 국가 중 기독교 문명이 가장 많다보니 성지순례로 찾는 사람도 많다. 지난해부터 유독 터키에서는 테러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서구도 아닌, 무슬림의 나라에서 이런 테러들이 이루어지는 이유다. 지난 1월에도 이스탄불의 관광객이라면 빼놓지 않고 들린다는 술탄아흐메트 광장에서 자동차 폭발 테러가 벌어졌는데 약 10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 9명은 독일인 관광객이었다.

과거 쿠르드 반군과의 싸움에 골몰하던 터키 정부는 이제 IS를 더 신경써야할 판이다. 최근 테러를 일으키는 큰 축은 IS기 때문이다. 2015년 7월20일 시리아와의 국경에 가까운 터키 수르크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관련기사) 터키 사회주의청년연합(SGDF) 행사 도중 폭탄이 터졌는데 이때 32명의 젊은이들이 사망했다. SDGF는 당시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도시인 코바니를 재건하기 위해 모인 자원봉사자들 모집했다. 이 사건은 터키에서 IS가 일으켄 최초의 IS 자살 폭탄 테러였다.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 터키 정부는 시리아에 존재하는 IS에 대해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시하고 있었다. 터키는 서방 군사동맹체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내에서 유일한 무슬림 회원국이었지만 그간 IS 공습에 동참하지 않았다. 미국의 터키 공군기지 사용 요청도 불허했다. 이전까지 터키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각을 세워왔다. 그래서 아사드의 적인 IS를 유리한 세력으로 해석했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32명이 희생된 7월 수르크의 테러를 기점으로 터키 정부는 정책을 변경했다. 일단 미군에 터키 공군기지 사용을 허가했다. 7월23일 터키의 F16 전투기는 처음으로 시리아 영토 내 IS를 공습했다.

터키 정부의 정책 전환은 IS의 보복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낳았다. 2015년 10월10일 IS는 다시 터키를 타깃으로 삼았다. 수도 앙카라에서 열리고 있던 쿠르드족 평화 집회를 노렸다. 동시에 벌어진 2건의 자살폭탄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무려 100여명에 달했다. (관련기사) 이 사건은 터키 역사상 최악의 테러 사건으로 기록됐다. 전문가들은 터키 정부가 IS에 대해 과거보다 더 엄격한 정책을 취하게 된 것이 터키 국내에서의 IS 테러 증가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10월의 참사 이후 터키 정부는 IS의 테러 계획을 사전에 봉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도 앙카라에서 열릴 신년 맞이 행사 때 계획되어 있었다던 테러를 봉쇄한 것이었다.  그러나 새해가 오고 발생한 1월12일의 술탄아흐메트 광장 자살 폭탄 테러는 막을 수 없었고, 터키의 관문이라고 불리는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테러도 막지 못했다. 터키 정부가 대 IS 정책을 바꿨듯이 IS도 대 터키 테러 전략을 바꿨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아론 슈타인 연구원은 “요즘 일어난 테러가 과거와 다른 점은 쿠르드족이 아니라 외국인과 관광객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터키의 대외 관계를 IS가 불편해했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IS가 적대시하는 이스라엘, 러시아에 터키가 ‘화해’의 뜻을 내비친 이후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터키와 이스라엘은 6월27일 일그러진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동맹관계는 2010년 터키에서 출발한 ‘가자지구 구호선’ 사건을 계기로 악화됐다. 당시 가자지구를 봉쇄한 이스라엘군은 국제 구호선을 나포했는데 이 과정에서 터키 구호활동가 9명이 사망했다.

터키는 그동안 관계정상화를 위한 선결과제로 이스라엘 정부의 사과, 희생자 유족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해왔다. 그동안 지지부진했지만 최근 양국은 협상을 통해 절충점을 찾았다. 이스라엘 정부는 2천만 달러(약 230억원)를 유족에 보상하기로 했다. 대신 터키 측은 이스라엘 군 인사들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러시아와 터키 관계도 회복됐다. 2015년 11월 시리아-터키 국경 지역에서 시리아 공습작전에 참여했던 러시아 수호이(Su)-24 전폭기가 격추됐다. 공격한 쪽은 터키 공군의 F16 전투기였다. 이 사건 뒤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러시아는 사건 이후 터키산 농산물 수입을 금지했고 자국민의 터키 여행도 막았다. 러시아에 있는 터키 근로자들도 추방당했다.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는 한편 터키가 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피해배상과 책임자 처벌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관계 개선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평행선을 달리던 둘의 관계는 6월27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조종사 유족에게 사과의 뜻과 함께 피해 보상 의사를 밝히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그동안 러시아는 IS의 적인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해왔다.

이런 대외적인 관계도 이번에 IS가 이스탄불에서 폭탄을 터트리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아랍 위성방송국인 알자지라는 “IS가 이스라엘․러시아와 관계 정상화를 진행 중인 터키에 대한 보복으로 이번 테러를 감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