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서 다시 막 올리는 두 감독의 전쟁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29 17:09
  • 호수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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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의 무리뉴, 맨시티의 과르디올라…더비서 만난 두 라이벌

영국의 맨체스터는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된 도시다. 19세기의 맨체스터가 공업으로 기억된다면 20세기의 맨체스터를 떠올리는 키워드는 축구다. 이 도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축구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있다. 2015년 컨설팅기업 브랜드 파이낸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맨유는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를 넘어 최고의 브랜드 가치(약 1조2000억원)를 지닌 축구 클럽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맨체스터의 주인을 위협하는 또 다른 존재가 등장했다. 바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다. 과거 맨유가 퍼거슨 감독과 함께 12번이나 리그 우승에 성공하는 사이 맨시티는 2부 리그와 1부 리그를 오갔다. 2008년 그런 맨시티에 구원자가 등장했다. 아랍에미리트의 재벌 셰이크 만수르가 팀을 인수하면서 엄청난 투자가 시작됐다. 맨시티는 2011~12시즌, 2013~14시즌 리그 우승에 성공하며 ‘맨유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왼쪽부터 포르투갈 출신의 조세 무리뉴 감독(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스페인 출신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맨체스터 시티)

 

 

 

 

 

불붙은 맨체스터 더비의 기름이 된 두 남자

 

세계 최고의 클럽과, 자금력을 앞세워 그 자리에 도전하는 클럽이 한 도시에 존재한다. 맨체스터 더비는 붉은색(맨유)과 하늘색(맨시티)의 영혼을 지녔다는 팬들의 자존심 대결이다. 가뜩이나 뜨거운 경쟁에 기름을 붓는 일이 발생했다. 앙숙으로 불리는 두 감독이 이 전쟁터에 뛰어든 것이다. 스페인 출신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포르투갈 출신의 조세 무리뉴 감독이 양팀의 신임 감독으로 새 시즌부터 지휘봉을 잡는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번번이 우승에 실패한 맨시티는 최고의 감독을 원했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계약 종료를 앞둔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시티의 러브콜에 응했다.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아 4년간 14개의 트로피를 든 과르디올라 감독은 분데스리가의 최고 클럽 바이에른 뮌헨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도 3년간 리그 우승 3회를 비롯해 7개의 트로피를 차지했다.

 

맨시티가 일찌감치 새 감독을 낙점한 것과 달리 맨유는 혼돈에 빠져 있었다. 맨유 왕조를 만든 퍼거슨 감독은 2012~13시즌 13번째 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명예롭게 물러났지만, 후계자 선임에서 실패를 거듭했다. 퍼거슨 감독이 직접 지목한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과 판 할 감독 모두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3년간 6000억원을 쓰고도 FA컵 우승 1회에 그친 맨유는 또 다른 우승 청부사 무리뉴 감독을 선택했다. 당초 무리뉴 감독은 퍼거슨 감독이 가장 원했던 후계자였다.  

 

 

공존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 같은 라이벌

 

맨체스터에서 숙적으로 만나기 전부터 과르디올라 감독과 무리뉴 감독은 앙숙 관계를 이어왔다. 2008년 여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절친 관계였다. 바르셀로나에서 4년간 동고동락한 두 사람은 축구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바르셀로나가 미래의 감독으로 점찍은 과르디올라는 당시 웬만한 감독 이상의 전술 분석을 해내던 코치 무리뉴와 토론하기를 즐겼다. 

 

둘의 관계가 꼬이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여름이었다. 포르투와 첼시를 거치며 감독으로서 대성한 무리뉴는 바르셀로나 감독직에 지원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무리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의 선택은 만 37세에 불과한 2군 감독 과르디올라였다. 외부에서 경력을 쌓고 온 무리뉴보다 내부 시스템이 길러낸 ‘성골’ 과르디올라를 더 높이 샀다. 실망한 무리뉴는 이탈리아 세리에A의 명문 인터밀란으로 향했다. 무리뉴는 2009~10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보란 듯이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를 꺾었고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한 트레블에 성공했다.

 

무리뉴의 복수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인터밀란에서 모든 것을 이룬 그는 레알 마드리드로 향했다. 스페인 왕정으로부터 독립을 시도한 카탈루냐의 심장 바르셀로나와 왕실로부터 레알(Real·왕가)이라는 칭호를 하사받은 레알 마드리드의 맞대결인 ‘엘 클라시코’는 최고의 라이벌전이다. 두 감독은 2년간 11차례나 맞붙었다. 첫 대결에선 바르셀로나가 레알 마드리드를 5-0으로 대파했다. 그러나 치밀한 무리뉴는 바르셀로나의 막강한 공격을 봉쇄할 전략을 준비했고, 결국 2011~12시즌 과르디올라를 누르고 레알 마드리드에 리그 우승을 선사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그라운드 밖에서도 파국으로 치달았다. 기자회견에서 늘 상대를 도발하며 기선 제압에 나서는 무리뉴는 과르디올라와 바르셀로나를 자극했다. 처음에는 옛 동료인 무리뉴의 지도력을 칭찬하던 과르디올라도 결국 “무리뉴는 기자회견장에서만 챔피언이다”고 응수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무리뉴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기 1년 앞서 바르셀로나에서 물러났다. 그는 자서전에서 “바르셀로나의 감독직은 힘든 일이지만 특히 무리뉴와의 싸움이 피곤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두 감독이 차례로 맨체스터로 향하며 라이벌전 제3막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됐다. 벌써부터 신경전이 뜨겁다. 전력 보강을 위한 선수 영입부터 경쟁의 연속이다. 3년 만의 맞대결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시작된다. 7월25일 열리는 프리시즌 대회인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이다. 두 감독의 취임 전에 결정된 경기지만 운명의 신은 중국에서 벌어지는 맨체스터 더비를 라이벌의 재회로 만들었다. “무리뉴와 과르디올라는 공존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영국 매체의 표현처럼 이번에도 엇갈리는 성패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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